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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는 왜 스스로 공장 노동자가 되었는가 — 시몬 베유의 『공장 일기』가 우리에게 묻는 것

대학원에 있을 때 지인의 기술 문서 번역 교정 일을 맡은 적이 있다. 내용이 단순 반복이라 한 시간쯤 지나자 눈은 줄을 따라가는데 머릿속은 완전히 딴 데 가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손가락이 알아서 '찾기 및 바꾸기'를 돌리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 애매한 상태. 불편했는데 그 불편함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몰랐다. [시몬 베유 공장 일기](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시몬+베유+공장+일기)를 처음 펼쳤을 때 떠오른 게 그 순간이었다. --- ## 🙅 아무도 그녀에게 동의하지 않았다 1934년 12월,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ENS) 출신의 철학 교사 시몬 베유는 파리 알스톰 전기기계 공장에 생산직으로 취업한다. 이후 카네기 철강을 거쳐 이듬해 8월까지 르노 자동차 공장에서 프레스와 밀링 기계를 다룬다. 학력을 숨긴 채. 흥미로운 건 당시 좌파 지식인들이 이 선택을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1934년, 베유는 레온 트로츠키와 직접 만나 소련 체제를 두고 격렬하게 논쟁했다. 트로츠키는 소련을 변질된 노동자 국가로 보면서도 사회주의 혁명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베유는 달랐다. 소련의 관료제가 자본주의 공장의 위계 구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봤고, 트로츠키는 이 입장을 소부르주아 지식인의 혼란이라고 일축했다. 프랑스 공산당(PCF) 계열의 활동가들 역시 베유를 경계했다. 당시 좌파 지식인들에게 공장 체험은 "계급의식 고취"를 위한 실천이었다 — 잠깐 현장에 내려가서 보고, 글을 써서 노동운동에 기여하는 방식. 그런데 베유가 묻는 질문은 그 차원이 아니었다. 그녀가 알고 싶었던 건 "노동운동을 어떻게 조직하느냐"가 아니라, "반복 노동이 인간의 사유 자체를 어떻게 파괴하느냐"였다. 이건 혁명 전략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이었고, 당시 마르크스주의 프레임 안에서는 딱히 쓸모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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