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짝사랑 감정 일기 쓰는 법, 니체의 위버멘쉬와 위빠사나 명상 사이에서 흔들렸던 11월의 기록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또 보던 밤들 2023년 11월, 나는 거의 매일 밤 같은 사람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열었다 닫았다 했다. 몇 번이었는지는 사실 기억이 안 난다. "열한 번"이라고 쓰면 그럴듯해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냥 손이 멈추지 않았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화면 켜고, 스토리 누르고, 1초도 안 보고 끄고, 다시 켜고. 그 사람이 새 글을 올렸나 안 올렸나도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누르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틱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다음 날 출근해서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는 거다. 회의 중에 멍하니 있다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하고 되짚어보면 늘 그 사람이었다. 이게 반복되니까 좀 무서워졌다. 감정이 나를 쓰고 있다는 느낌, 내가 감정을 쓰는 게 아니라. 그래서 뭐라도 적어야겠다 싶어서 메모장을 열었다. --- ## ✍️ 일기는 짧아야 계속 쓸 수 있다 처음엔 길게 썼다. 그날 있었던 일, 그 사람이 한 말, 내 추측, 내 자기혐오... 근데 길게 쓰면 사흘을 못 갔다.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형식을 줄였다. 날짜, 그날 그 사람을 생각한 정도에 대한 대략적인 감(숫자가 아니라 "많이/보통/적게" 정도), 그 순간 몸에서 일어난 감각 한 줄, 그리고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뭔지" 한 문장.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11/16. 많이. 가슴 아래쪽이 좀 뻐근했다. 원하는 거: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기보다, 이 답답함이 그냥 끝났으면. 다시 읽어보면 이건 전혀 멋있는 문장이 아니다. 같은 말을 며칠씩 반복해서 쓴 날도 많다. "오늘도 봤다. 또 봤다.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근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내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게 글로 보이니까. --- ## 🔥 니체식으로 보면: 이 갈망 자체가 나라는 것 이 무렵 니체의 「즐거운 학문」(안성찬·홍사현 옮김, 책세...
💌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 만난 1586년 편지, 죽은 남편 위해 머리카락 신발 엮은 여인의 사연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그 작은 신발 한 켤레, 머리카락으로 엮은 것이었다 안동에 강의가 있어서 내려갔다가, 다음 일정까지 세 시간이 붕 떴다. 역 앞에서 커피나 마실까 하다가 문득 안동대학교 박물관이 가깝다는 게 생각났다. 별 기대는 없었다. 지방 국립대 박물관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유물 몇 점에 설명 패널이 듬성듬성 붙어 있는 그런 풍경을 상상했다. 그런데 한쪽 진열장 앞에서 발이 멎었다. 손바닥만 한 신발 한 켤레. 짚신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짚이 아니었다. 설명을 읽어보니 머리카락으로 엮은 신발, 미투리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빛바랜 한지에 빼곡히 쓰인 편지 한 장이 함께 놓여 있었다. 1586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40년 전에 한 여자가 죽은 남편에게 쓴 편지였다. --- ## ✉️ 1586년 6월, 한 여자가 쓴 편지 이응태라는 사람의 무덤에서 나온 [조선시대 미라 부장품 인문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조선시대+미라+부장품+인문학)의 대표적 사례였다. 1998년, 택지개발 중에 우연히 발굴되었다고 한다. 미라 상태의 시신과 함께 옷가지, 그리고 이 편지가 함께 나왔다. 편지는 아내가 쓴 것인데, 한문이 아니라 한글로, 그것도 아주 구어체로 쓰여 있었다. '자네 나와 함께 누워서 말하기를,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사랑하고 아낄까, 남들도 우리 같을까, 그렇게 이야기했었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마지막에는 자식을 데리고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가시느냐는, 원망 섞인 호소가 이어졌다. 신발은 그녀가 직접 삼은 것이었다. 머리카락을 엮어 미투리를 삼으면 병이 낫는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자리에 누운 뒤로 그녀는 자기 머리카락을, 아마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까지 보태 신발 한 켤레를 엮었다. 그가 신고 일어나 걷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신발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그는 숨을 거뒀고, 그녀는 그 미완성...
💔 사랑의 감가상각: 마카롱 다섯 개에서 삼각김밥 두 개로, 정말 변해버린 우리 사랑의 온도차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마카롱 다섯 개와 마지막 통화 3년 전 10월, 합정동 '책방 무사' 옆 카페에서 정우를 처음 만났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20분 늦었고, 변명 대신 종이백을 내밀었다. "여기 줄이 너무 길어서요." 종이백 안에는 마카롱 다섯 개가 들어 있었다. 피스타치오, 얼그레이, 라즈베리, 솔티드 카라멜,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라색 하나. 나는 그 보라색을 가장 먼저 집어 먹었고, 그는 그걸 보고 "왜 하필 그거부터 먹어요?" 하고 웃었다. 별것 아닌 대화였는데 그날 집에 가는 길에 그 말을 세 번쯤 곱씹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주 화요일, 그는 회사 앞에서 나를 기다리다 편의점 봉투를 건넸다. 삼각김밥 두 개와 캔커피였다. "뭐 먹었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거 샀어요." 나는 고맙다고 말했고, 그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그 말을 곱씹지 않았다. 곱씹을 말 자체가 없었다. 이 두 장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싸운 적도, 헤어질 위기를 넘긴 적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나는 이 흐름을 설명할 단어를 연애 에세이가 아니라 회계 교과서에서 빌려오기로 했다. [사랑의 감가상각](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사랑의+감가상각). --- ## 📉 정액법만으로는 이 마음을 다 적을 수 없어서 감가상각을 처음 연애에 가져다 붙였을 때, 나는 그게 '시간이 지나면 설렘이 줄어든다'는 뻔한 말을 어렵게 포장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정액법은 자산의 가치를 내용연수 동안 똑같은 금액만큼 매년 떨어뜨리는 방식이고, 정률법은 처음에 더 많이, 나중에 적게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둘 다 우리 관계에 대입하면 그럴듯했다. 첫 만남의 흥분이 가장 크고, 그 다음부터는 일정하게든 점점 적게든 줄어드는 거라고. 그런데 회계에는 이 두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개념이 따로 있다. 손상차손이다. 자산은 보통 정해진 ...
💸 예금했는데 오히려 손해? 실질금리 마이너스와 화폐착각의 진실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작년 초 정기예금 만기 문자를 받은 날, 나는 잠깐 뿌듯했다. 2,000만 원을 1년 넣어뒀더니 세후 2,050만 원 남짓이 됐으니까. 그런데 같은 달, 동네 마트 계산대에서 뭔가 어긋났다. 전년도에 10만 원이면 됐던 주간 장보기가 12~13만 원으로 올라있었다. 계산해보니 연간 식료품 지출이 60만 원 이상 늘었다. 이자로 번 50만 원이 물가에 통째로 잡아먹히고도 모자랐다는 얘기다. 이게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예금 전략](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실질금리+마이너스+시대+예금+전략) 얘기다. 통장 숫자는 늘었는데 살림은 줄었다. --- ## 📉 숫자는 늘었는데 구매력은 줄었다 여기서 화폐착각(money illusion)이 끼어든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1928년에 정리한 개념인데, 사람들이 돈의 실질 구매력이 아니라 숫자 자체에 반응한다는 심리적 오류를 말한다. "이자를 받았으니 이득"이라는 느낌이 딱 그거다. 명목 금액이 늘면 실질 가치도 늘었다고 착각하는 것. 2024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약 2.3%였다. 같은 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3~3.7% 수준이었으니 겉으로는 플러스처럼 보인다. 그런데 세금을 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 💸 세금 떼고 나면 이미 본전도 아니다 한국의 이자소득세는 15.4%(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다. 3.5% 금리를 받아도 실수령 이자율은 3.5% × (1 − 0.154) = 약 2.96%다. 2024년 물가 2.3%를 빼면 실질수익률은 0.66%p. 아슬아슬하게 플러스다. 문제는 2022~2023년이었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 그해 1년 만기 예금 금리 최고 구간이 3.5~4%대였다. 4% 예금의 세후 이자율은 3.38%. 여기서 물가 5.1%를 빼면 −1.72%p다. 2,000만 원을 1년 맡겼을 때 구매력 기준 실질 손실은 약 34만 원이다. 이자를 받았지만 살 수 있는...
💘 짝사랑을 숨기려 할수록 티가 나는 이유 — 당신이 숨기는 건 감정이 아니다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엘리베이터에서 도망쳤던 날 3개월쯤 됐을 때였다. 그 사람이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걸 봤다. 나는 순간 발걸음을 늦췄다. 핸드폰을 꺼내 메모 앱을 여는 척했고, 2층이면 계단으로 올라가도 된다는 계산을 빠르게 했다. 그렇게 계단을 골랐다. 5월이었고, 셔츠가 등에 달라붙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열두 번쯤 피했다. 늦게 점심을 먹어 구내식당에서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팀 미팅에서 그 사람 쪽을 너무 보지 않으려다 반대쪽 벽만 쳐다봤다. 어느 날 옆 팀 동료가 물었다. "요즘 계단 많이 다니더라? 건강 관리 시작했어?" 나는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그 동료의 눈이 잠깐 이상하게 구겨졌다. 뭔가를 안다는 눈이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들키게 만든 건 감정이 아니었다. 감정이 들킬까봐 쌓아올린 이상한 행동들이었다. --- ## 🎭 니체가 말한 '연기하는 자'의 함정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Schauspieler, 즉 연기하는 자에 대해 쓴다. 연기하는 자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감정은 무대에 올리기 전에 검열된다. 니체는 이것을 강자의 방식이 아니라 노예의 방식이라고 불렀다. 자신의 삶을 타인의 시선으로 번역하는 자. 짝사랑을 숨기는 행위는 정확히 이 구조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그 사람의 시선, 동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계산한다. 이 계산이 행동을 어색하게 만든다. 감정이 새어나오는 게 아니라, 시선 감시 자체가 새어나온다. 니체라면 처방도 분명했을 것이다. 억압이 아니라 변형하라고.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는 에너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짝사랑의 에너지를 창작으로, 집중으로, 더 나은 자신으로 바꾸는 것이 자기극복(Selbstüberwindung)이다. 나는 실제로 해봤다. 3주 동안 글을 쏟아냈고, 운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 연금저축펀드 갈아탈 때 진짜 드는 비용: 수수료·환매 타이밍 실전 정리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해지와 이전은 다르다—이걸 모르면 세금으로 수백만 원이 날아간다 2년 전, 나는 KB국민은행에서 운용하던 [연금저축펀드 수수료 비교 환매](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연금저축펀드+수수료+비교+환매)를 증권사로 옮기려다 창구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해지하시고 새로 가입하시면 돼요." 그 말대로 했다가 기타소득세 16.5%를 냈다. 당시 잔액이 2,800만 원이었으니 세금으로만 460만 원이 빠졌다. 해지와 이전은 완전히 다른 행위다. 해지는 세액공제받은 원금과 운용수익 전체에 16.5%를 매긴다. 이전은 세금 한 푼 없이 다른 금융사 연금저축계좌로 적립금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신청은 돈을 받으려는 쪽, 즉 옮겨 가는 증권사 앱에서 한다. "해지 후 재가입"을 권하는 창구는 틀렸거나, 아니면 신규 판매 수수료를 챙기고 싶은 것이다. --- ## 🏦 은행 연금펀드 총보수: 어떤 상품이 실제로 얼마인가 연금저축을 은행에 두면 왜 불리한지, 수치로 보자. KB국민은행에서 판매하는 'KB연금저축60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형)'의 총보수는 연 1.39%(2024년 펀드 보수현황 기준, 운용+판매+수탁보수 합산). 신한BNP파리바운용의 'Tops연금저축주식혼합형'은 1.47%.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그랑프리연금저축혼합형'은 1.34%다. 판매사(은행) 몫과 운용사 몫이 합산된 숫자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에서 연금저축으로 'TIGER 미국S&P500 ETF'를 담으면 총보수는 연 0.07%. 삼성자산운용 'KODEX 200'은 0.15%다. 국내외 인덱스 ETF 두세 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가중평균 총보수를 0.1~0.2%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은행 혼합형 1.4% 대 증권사 ETF 0.15%—보수 차이가 1.25%포인트다. 잔액 5,000만 원이면 1년에 62만 5...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번아웃이었다 — 명상록이 숨긴 증거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황제는 왜 같은 말을 열두 번 썼나 명상록을 두 번째 읽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줄을 그어놓은 문장이 있는데, 비슷한 말이 뒤에서 또 나왔다. 처음엔 번역 오류인가 싶었다. 아니었다. 마르쿠스 본인이 같은 주제를 다른 권에서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에 집중하라'가 2권에 있고 5권에 있고 7권에 있다. 황제이자 철학자인 사람이, 왜 자기가 쓴 걸 자꾸 까먹나? 그 질문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명상록은 철학 교과서가 아니다. 이건 한 남자가 매일 밤, 낮에 무너진 것들을 다시 세우려고 쓴 기록이다. 반복한다는 것은 까먹는다는 뜻이고, 까먹는다는 것은 낮에 그 원칙대로 살지 못했다는 뜻이다. 번아웃의 핵심 증상 중 하나는 '알면서도 할 수 없음'이다 — 무엇이 옳은지 알지만 그걸 실행할 에너지가 없는 상태. 마르쿠스의 반복은 그 증거다. --- ## 🌅 5권 1절: 그도 이불을 걷어내야 했다 번아웃이라는 단어는 1974년에 생겼다.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자원봉사자들의 소진 상태를 묘사하면서 처음 쓴 말이다. 마르쿠스는 당연히 '번아웃'이라고 쓰지 않았다. 하지만 명상록 5권 1절을 읽으면 뭔가가 겹친다. >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 때 스스로에게 말하라: 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러 일어난다. 내가 태어난 이유인 그 일을 하는 것이 불만인가? 아니면 이불 속에서 따뜻하게 웅크리려고 만들어진 것인가?" 이 글을 쓴 사람은 일어나기 싫었다. 정확히는, 일어날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 설득해야 했다. 황제가. 이건 격언이 아니다 — 이건 자기 자신을 침대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을 글로 기록한 것이다. 아침 무기력을 스스로 논파해야 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필요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번아웃 연구의 표준 척도인 마슬락 번아웃 인벤토리(MBI)는 세 축으로 번아웃을 측정한다: 정서적 소진, 냉소, 효능감 저하. 명상록에서 이 세 가지를 찾는...
💔 짝사랑 철수 타이밍: 읽씹이 10분에서 두 시간이 됐을 때, 행동은 이미 다 알고 있다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읽씹이 10분에서 두 시간이 되던 날 한 사람을 좋아하는 동안, 나는 카톡 알림 소리에 Pavlov의 개처럼 반응하는 사람이 됐다. 기준은 읽씹 시간이었다. 처음엔 열 분이었다. 삼십 분이 됐을 때 '바빠서 그렇겠지'라고 했고, 두 시간이 됐을 때도 '요즘 힘든 일이 있나 보다'라고 했다. 감정은 계속 해석을 만들어냈다. 나를 위한, 나에게 친절한 해석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간을 세어보지 않았다. 숫자가 감정을 객관화해버릴 것 같아서. 그 생각 자체가 이미 나를 집착의 구조 안에 가두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문제는 감정이 거짓말쟁이라는 게 아니었다. 감정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과거에 살고 있었다. 상대가 내게 빠르게 답장을 보내던 그 시절의 기억, 같이 밥을 먹으며 웃던 그 오후의 감촉—감정은 그것들을 근거로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을 보지 않았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무상(無常, anicca)의 문제로 읽는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것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마음은 변하기 전의 상태를 붙잡는다. 짝사랑의 고통이 특히 잔인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미 사라진 것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내 안에만 존재했던 가능성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집착의 대상 자체가 실재하지 않는다. --- ## ⏰ 감정은 과거에 산다, 행동은 지금에 있다 불교의 수행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게 있다. 현재 찰나(刹那)를 보라는 것. 기억도 아니고 기대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을. 행동 신호를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행동은 지금이기 때문이다. 연락의 방향을 내가 제대로 본 건 문자 목록을 위로 스크롤하다가였다. 한 달치를 올라가도 내가 먼저 시작한 대화가 열 개 중 아홉이었다. 그 패턴이 언제부터였는지 거슬러 올라가니, 상대가 마지막으로 먼저 연락한 게 두 달 전이었다. 두 달. 감정은 그동안 '요즘 바쁘겠지', '성격...
🪞 수치심의 철학: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이 겨누는 무기, 사르트르가 말한 타자의 시선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수치심의 철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수치심의+철학): 나를 비추는 거울, 세상이 겨누는 무기 스물다섯 살의 회식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수치심의 물리적 질감을 경험했다.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꺼낸 농담이 테이블 위에 납처럼 가라앉았고, 선배의 시선이 나를 스쳐가는 찰나—그건 비난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게 더 나빴다. 실망인지 연민인지 모를 그 눈빛 앞에서 나는 갑자기 내가 누구인지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나와, 그 선배의 눈에 비친 내가 달랐다. 그 간극이 바닥에서 올라와 얼굴을 태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장면이 반복 재생됐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감정이 부끄러움이라는 걸, 그리고 이 부끄러움이 단순히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다는 걸. 수치심은 죄책감이 아니다. 죄책감은 내가 한 일에 대한 반응이고, 수치심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반응이다. --- ## 👁️ 타자의 시선이 나를 만든다—사르트르의 수치 사르트르는 수치심을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아가 '대상화'되는 순간이라고 봤다. 그의 유명한 열쇠구멍 예시를 빌리면: 복도에서 몰래 방 안을 엿보던 사람이 갑자기 누군가의 발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자신이 '엿보는 자'라는 존재로 굳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 시선 앞에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나—자유롭고 자율적인 주체—가 아니라, 타자의 판단에 포획된 객체가 된다. 회식 자리의 나도 그랬다. 선배의 눈빛이 특별히 잔인했던 게 아니다. 문제는 그 시선이 내 안에 있던 어떤 자아상을 뒤집어 보여줬다는 것이다. 수치심은 타자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타자의 시선 앞에서 내가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사건이다. --- ## 🧭 수치심은 도덕의 자원이다—버나드 윌리엄스의 역설 그렇다면 수치심은 무조건 나쁜 건가?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는 1993년 저서 『수치심과 필연성(Shame and Necess...
💔 그 사람 행동이 이미 답을 하고 있다: 짝사랑 포기해야 할 때 신호들과 마음 정리 방법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오래전 나는 한 사람을 꽤 오랫동안 좋아했다. '좋아한다'는 말이 너무 가벼워서 쓰기 싫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 시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느라 바빴다. 답장이 늦게 오면 '바빠서겠지'로, 먼저 연락이 없으면 '내가 먼저 해야 하나'로,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면 '날 편하게 생각해서겠지'로. 나는 주어진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기계가 되어 있었다. 그때 내가 놓쳤던 건 감정이 아니라 패턴이었다. --- ## 🧠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 말하는 것 뇌과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2005년 아서 아론(Arthur Aron)과 함께 열렬히 사랑에 빠진 17명(여성 10, 남성 7)의 뇌를 fMRI로 촬영한 연구를 발표했다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493권 1호). 결과는 선명했다. 낭만적 사랑 상태에서는 복측피개부(VTA)와 미상핵이 활성화됐다 — 도파민 보상 회로의 핵심 영역이다. 중독이나 강박적 집중과 겹치는 신경 구조다. 달리 말하면, 짝사랑의 고통은 성격 문제도 의지 문제도 아니다. 특정 자극에 보상 회로가 반복 점화되는 신경학적 상태에 가깝다. 이것이 핵심 문제다. 도파민이 흐르는 동안 뇌는 회의적 정보를 억제하고 긍정적 신호를 과대 처리하도록 편향된다. 상대방의 행동 패턴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내가 둔해서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upādāna)이 이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우리가 집착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다. 내가 구성한 그 사람의 이미지다. 실제 행동이 아무리 명확한 신호를 보내도, 이미지에 맞지 않는 정보는 걸러진다. 팔리어 경전 《맛지마 니카야(Majjhima Nikāya)》의 독화살 비유처럼 —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논쟁하느라 박힌 화살을 빼지 못하는 것이다. --- ## 💔 [짝사랑 포기...
💵 달러 MMF 금리 하락기 전략: 수익률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올 타이밍은?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달러 MMF를 '그냥 달러 주차장'으로만 썼다. 2023년에 증권사 앱에서 연 5% 넘는 수익률 보고 달러 가진 게 아까워서 넣은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2024년 하반기에 Fed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수익률이 슬금슬금 떨어지는 걸 보고 '이거 언제 빼야 하지?' 고민이 생겼다. 알고 보니 이게 생각보다 [달러 MMF 금리 하락기 전략](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달러+MMF+금리+하락기+전략)을 따로 세워야 하는 문제였다. ## 📉 달러 MMF, 금리 내리면 수익률은 얼마나 떨어지나 달러 MMF는 미국 단기 국채, CP(기업어음), RP 같은 초단기 자산에 투자한다. 만기가 60일 이하인 자산 위주라 기준금리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다만 '실시간'이라고 해도 실제 보유 자산이 롤오버(만기 후 재투자)되는 데 1~2개월 걸리기 때문에, 금리 인하 직후엔 수익률이 천천히 빠진다. 2024년을 예로 들면, Fed가 2024년 9월에 50bp(0.5%포인트) 인하했을 때 국내 달러 MMF 7일 연환산 수익률은 바로 급락하지 않았다. 9월엔 여전히 4.8~5.0% 수준을 유지했다가, 11월·12월 추가 인하(각 25bp)를 거치고 나서야 4.2~4.4%대로 내려앉았다. 세 번 합계 100bp 내렸는데 수익률은 약 80~90bp 떨어진 셈이다. 이 1~2개월의 '수익률 시차'가 사실 투자자에게는 기회 구간이다. ## 📊 과거 사이클에서 배우는 수치들 가장 교과서적인 사례는 2019년이다. 당시 Fed는 7월·9월·10월 세 차례에 걸쳐 25bp씩 총 75bp를 내렸다. 그 결과 달러 MMF 수익률은 2019년 초 연 2.3~2.5%에서 그해 말 1.5~1.7%로 약 80bp 하락했다. 기간으로 보면 6개월 정도 걸렸다. 훨씬 극단적인 건 2020년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Fed가 3월 한 달 만에 150bp를 내리...
💰 ISA 계좌 손익통산으로 세금 147만 원 아낀 실전 후기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2022년 10월, 미래에셋 글로벌혁신기업 펀드 앱을 열었다가 눈을 의심했다. 500만 원을 넣었는데 295만 원. 41% 가까이 빠진 거다. 옆에 있던 TIGER 200 ETF도 800만 원에서 603만 원, KB 채권혼합형도 700만 원에서 607만 원이 돼 있었다. 2022년에 납입한 2,000만 원이 연말 기준 1,505만 원이 됐다. 손실 495만 원, 손실률 24.8%. 아팠지만, 이게 3년 뒤 세금 147만 원을 아끼는 출발점이 됐다. --- ## 📉 2022년 포트폴리오가 -24.8% 빠진 이유와 버틴 이유 그해 성장주 펀드가 얼마나 얻어맞았는지는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안다. 미래에셋 글로벌혁신기업 펀드는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성장주 비중이 높아서 금리 급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에 -40%를 넘긴 성장주 펀드가 여럿이었다. TIGER 200 ETF도 코스피가 그해 -24.9%를 찍으면서 같이 내려갔고, 채권혼합형은 -13%로 방어에 그쳤다. 자산별로 쪼개면 이랬다. - 미래에셋 글로벌혁신기업 펀드 500만 원 → 295만 원 (손실 205만 원, -41%) - TIGER 200 ETF 800만 원 → 603만 원 (손실 197만 원, -24.6%) - KB 채권혼합형 펀드 700만 원 → 607만 원 (손실 93만 원, -13.3%) 일반 계좌였다면 그냥 손실로 끝났을 숫자다. 하지만 ISA 계좌 안에서 확정되지 않은 손실은 나중에 수익과 합산되어 과세 기준을 줄인다. 그래서 환매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3년에 1,500만 원을 추가 납입하면서 TIGER 미국S&P500 ETF를 대량으로 매수했다. --- ## 🧮 손익통산으로 147만 원이 나오기까지: 3년치 실제 계산 2024년 말 ISA를 해지했을 때의 최종 결산이다. - 총 납입액: 4,500만 원 (2022년 2,000만 + 2023년 1,500만 + 2024년 1,000만) - 해지 시 평가액: 5,400만 원 - 순수익: 900만 원 ...
🥱 지루함을 견디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 하이데거와 파스칼의 권태론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두 시간의 공항 작년 가을, 국내선이 두 시간 지연됐다. 공항 와이파이가 불안정했고 데이터도 됐다 안 됐다를 반복했다. 처음 20분은 익숙한 순서대로 버텼다 — 메시지 확인, 뉴스 훑기, 유튜브 로딩 실패, 또 메시지 확인. 배터리가 걱정되기 시작하자 결국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 불안이 찾아온 것이다. 연락 기다리는 것도 없고, 딱히 놓친 것도 없는데 무언가를 계속 해야 한다는 충동이 물처럼 밀려왔다. 나는 그 느낌을 그냥 '지루함'이라고 불렀는데, 블레즈 파스칼이 350년 전에 이미 똑같은 상태를 해부해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 ## 🃏 파스칼이 진단한 것: 전환이라는 도피 파스칼은 1670년 출판된 《팡세》(Pensées)에서 인간의 불행을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에서 온다: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것." (§136) 이 구절은 보통 스마트폰 중독을 예언한 문장처럼 인용된다. 그런데 그렇게 읽는 것은 파스칼의 진단을 절반쯤 놓치는 것이다. 그가 지목한 것은 외부 자극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파스칼은 이를 *divertissement*(전환, 기분 전환)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사냥을 즐기는 이유는 사냥 자체가 좋기 때문이 아니다. 사냥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허무함과 유한성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극의 내용이 아니라 자극이 채워주는 빈자리다. 공항에서 내가 느낀 불안은 그래서 단순한 심심함이 아니었다. 평소에 자극으로 눌러두었던 것들이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파스칼의 언어로는, 나는 divertissement 없이 자신과 단둘이 남겨진 것이다. --- ## 🧭 하이데거의 세 종류 권태 마르틴 하이데거는 1929-30년 프라이부르크 강의 《형이상학의 근본개념들》에서 [권태의 철학](https://warguss.bl...
🧭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 고독의 철학사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지하철 안에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친한 친구 생일 파티에 가는 길이었는데, 강남역 두 정거장 전에 그냥 내려버렸다. 집에 돌아와 혼자 앉아 있었다. 고요함보다 먼저 밀려온 게 죄책감이었다. 이상했다. 누구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었고, 친구한테는 이미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왜 혼자 있는 것에 사과를 해야 했을까. 왜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 이 질문을 들고 철학책들을 뒤졌다. 플라톤부터 하이데거까지, 서양 [고독의 철학사](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고독의+철학사)는 놀랍도록 많은 지면을 '고독의 미덕'에 할애해왔다. 그런데 읽을수록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이 사람들이 고독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 ## 🏛️ 소크라테스는 혼자 있지 않았다 "너 자신을 알라(γνῶθι σεαυτόν)." 내면을 향하라는 권고, 자기 자신과 마주하라는 촉구. 언뜻 보면 고독의 선언처럼 들린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정작 아고라에서 살았다. 아테네 광장에서 사람을 붙잡고 대화를 걸고, 논쟁을 벌였다.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는 소크라테스가 드물게 도시 밖 시냇가에 앉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자리에서도 그는 파이드로스와 대화를 나눴고, 그게 텍스트가 됐다. 자연은 혼자 있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대화하기 위한 무대였다. '내면을 향하라'는 말은 '혼자 있어라'와 다르다. 소크라테스가 요구한 건 고독이 아니라 내성(introspection)이었다. 이 미묘한 차이가 이후 서양 철학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철학은 처음부터 '혼자 있음'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 혼자 있으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뤘다. --- ## 📖 파스칼의 방에는 보이지 않는 청중이 있었다 블레즈 파스칼이 《팡세》에 남긴 문장은 지금도 인용된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의 이유, 즉 방 안...
💸 손실 ETF 팔고 즉시 되사는 이유 — ISA 비과세 한도 절세 전략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작년 12월에 ISA 계좌를 들여다봤을 때, 나스닥 ETF는 430만 원 수익이 나 있었고 인도 ETF는 220만 원 손실이었다. 만기가 두 달 남은 시점이었다. 나스닥 ETF만 팔면 430만 원 이익이 확정된다. ISA 일반형 비과세 한도 200만 원을 쓰고 나머지 230만 원에 9.9% 분리과세가 붙어 세금이 약 22만 7천 원 나온다. 그런데 인도 ETF를 같이 팔면? 430 − 220 = 210만 원으로 손익통산이 되고, 비과세 한도 200만 원을 적용하면 초과분 10만 원에만 세금이 붙는다. 22만 원이 9,900원으로 줄어든다. 이것이 [ISA 계좌 손실 이월 절세](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ISA+계좌+손실+이월+절세) 전략의 핵심이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내용이다. 문제는 인도 ETF를 버리고 싶지 않을 때다. 팔고 즉시 되사면 되지 않냐는 발상이 나오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 ## ⚖️ 한국에는 '워시세일 금지' 규정이 없다 미국에서는 손실 종목을 팔고 30일 이내에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동일한 종목을 재매수하면 세금 목적의 손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IRC §1091, 흔히 '워시세일 룰(wash sale rule)'이라 불리는 조항으로, 세금 손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이익을 상쇄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1921년에 도입됐다. 한국 소득세법에는 이에 상응하는 조문이 없다. 소득세법 제94조(양도소득의 범위), 제104조(세율) 어디에도 ISA 계좌 내 ETF 매도 후 재매수 간격 제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ISA 운영사의 공개 FAQ에도 동일 종목 재매수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은 없다. 단, 이건 지금 시점 기준이다. 세제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실제 거래 전에 본인이 이용하는 증권사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 ## 💡 '팔고 즉시 되사기'의 이면: 세금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여기서 많...
💰 ISA계좌 손익통산으로 세금 확 줄이는 법 – 수치로 보는 실전 절세 전략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손해 본 종목이 오히려 '절세 자산'이 되는 순간 삼성전자를 2022년 말에 물렸다. 6만 원대에 샀는데 5만 원 초반까지 빠지는 걸 보면서 그냥 버텼다.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 손실 구간을 안고 살다 ISA 계좌로 운용 방식을 바꾸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손실 중인 주식이 누군가에게는 '절세 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ISA계좌 손익통산 절세](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ISA계좌+손익통산+절세)는 계좌 안에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순이익에만**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수익 종목에서 세금 내고 손실 종목은 그냥 손해로 끝나는 일반 계좌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일반 계좌에서 국내채권 ETF로 200만 원 수익이 났다면 배당소득세 15.4%가 붙어 30만 8,000원이 세금이다. 이 계좌에서 다른 ETF로 100만 원 손실이 났어도 세금 계산엔 반영이 안 된다. 반면 ISA 안에서 같은 상황이면 순이익 100만 원에 9.9%를 적용해 9만 9,000원만 낸다. 30만 8,000원 대 9만 9,000원—세 배 넘는 차이다. --- ## ⚠️ 미국 ETF를 ISA에 담으면 생기는 구조적 함정 ISA 손익통산 효과를 누리겠다며 S&P500 ETF나 나스닥100 ETF(미국 직상장 상품 기준)를 계좌에 담는 경우가 많다. 분배금도 비과세가 되니 일석이조라는 계산이다. 그런데 실제로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ETF 분배금이 ISA에 들어오기 **전에**, 미국에서 원천징수세 15%를 먼저 뗀다. 한미조세조약 제10조(배당 조항)에 따라 포트폴리오 투자자는 15% 원천세율을 적용받는데, 이건 ISA라는 국내 계좌 유형과 무관하게 선행되는 절차다. ISA는 국내 세법상 비과세 계좌이지, 미국 세금을 면제해 주는 계좌가 아니다. 100만 원 분배금이 발생하면 ISA에 들어오는 건 85만 원이고, 비...
⏳ 기다림의 현상학: 플랫폼에서 하이데거와 레비나스를 읽다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 ⏱️ 4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어느 저녁, 2호선 신촌역 플랫폼에 서 있었다. 전광판은 '4분 후 도착'을 표시하고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한결같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나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멈췄다. 왜인지는 그때도 잘 몰랐다. 그냥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 4분은 평소와 달랐다. 터널에서 올라오는 바람 소리가 들렸고, 건너편 플랫폼에 서 있는 어떤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피곤해 보였다. 나중에 그 순간을 생각했다. [기다림의 현상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기다림의+현상학)이란 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상태인가? 우리가 기다림을 견디지 못할 때, 무엇을 회피하고 있는 걸까? --- ## 🔍 하이데거: 기다림에도 두 종류가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 1927) §65와 §68에서 시간성을 분석하면서, 기다림에 해당하는 독일어를 둘로 구별한다. Erwarten(기대)과 Gewärtigen(기다려-가짐)이다. Erwarten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을 계산하고 통제하려는 태도다. 열차가 언제 오는지 확인하고, 메시지가 왔는지 새로고침하는 것이 그것이다. Gewärtigen은 다르다. 무엇이 올지 확정하지 않은 채, 도래할 것 자체를 향해 열려 있는 구조다. §65에서 하이데거는 쓴다: "Das primäre Phänomen der ursprünglichen und eigentlichen Zeitlichkeit ist die Zukunft." 번역하면 "근원적이고 본래적인 시간성의 일차 현상은 미래다." 하지만 이 미래는 달력의 미래가 아니다. 현존재(Dasein)가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앞서 달려가는(Vorlaufen, §53) 방식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구조다. 그리고 그 가능성의 극단에는 죽음이 있다. §53에서 하이데거는 죽음을 "das eigenste, unbezügliche, ...
📜 인류는 언제부터 슬픔을 글로 적었나 — 고대 애도 의례에서 현대 감정 노동까지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일기장을 꺼냈다. 아무 말도 쓰지 못했다. 한 줄 쓰다가 멈추고, 다시 쓰다가 멈추고. 결국 날짜만 적고 덮었다. 그런데 그 행위 자체가 — 슬픔을 글로 옮기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 나를 뭔가 오래된 인간 습관 안에 집어넣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언제부터 슬픔을 적었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을 한참 떠나지 않았다. --- ## 📜 인류 최초의 슬픔 기록 — 수메르의 점토판 기원전 2000년경, 지금의 이라크 땅에 살던 수메르인들은 점토판에 쐐기문자를 새겼다. 그중에 「우르 멸망을 애도하는 노래(Lament for the Destruction of Ur)」가 있다. 도시가 함락되고, 신전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을 기록한 텍스트인데, 놀라운 건 그 서술 방식이다. 단순한 역사 기록이 아니라, 도시의 수호 여신 닌갈(Ningal)의 목소리로 슬픔을 직접 발화하게 했다. "나는 우리 땅을 위해 울었다, 나는 나의 집을 위해 울었다." 4000년 전 사람이 새긴 문장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말 같다. 수메르 문학 연구자 새뮤얼 노아 크레이머(Samuel Noah Kramer)는 이 텍스트들이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공동체가 집단적 상실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고 해석했다. 슬픔을 점토판에 새기는 행위는 그 감정을 공식화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 이집트에서는 각종 만가(挽歌)들이 파피루스에 기록되었다. 애도 문학의 형식은 문명마다 달랐지만, 인간이 죽음 앞에서 글을 찾는다는 사실은 공통이었다. --- ## 🏛️ 슬픔에도 문법이 있었다 — 고대 애도의 양식들 흥미로운 점은, 고대 사회에서 슬픔을 글로 적는 행위가 대체로 개인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철저히 의례적이고 집단적이었다. 구약성서의 「애가(Lamentations)」를 보면, 예루살렘 멸망 후의 슬픔이 다섯 편의 시로 기록되어 있다. 이 텍스트는 유대교 전통에서 해마다 티샤 베아브(Tisha B'Av)...
💰 파킹통장 세후 실수령 이자, 광고 금리보다 적게 받는 세 가지 이유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지난 2월 [파킹통장 세후 실수령 이자](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파킹통장+세후+실수령+이자) 입금 내역을 확인하다가 계산기를 꺼냈다. 넣어둔 금액에 광고 금리를 곱해서 나눠보니 실제 입금액이 달랐다. 처음엔 은행 오류인가 싶었는데, 직접 세금 구조와 금리 적용 방식을 따져보고 나서야 이유를 이해했다. --- ## 💸 이자가 생기면 15.4%가 먼저 빠진다 파킹통장 이자는 이자소득세 대상이다. 이자가 들어올 때 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를 합한 **15.4%**가 원천징수된다. 1,000만 원을 연 4% 파킹통장에 1년 넣어두면: - 세전 이자: 1,000만 원 × 4% = **40만 원** - 세금(15.4%): 40만 원 × 0.154 = **61,600원** - 실수령 이자: 40만 원 − 61,600원 = **338,400원** 광고에서 본 40만 원과 약 6만 원 차이가 난다. 일부 상품은 '비과세' 혜택을 내세우는데, 비과세라고 세금이 없는 건 아니다. 일반 비과세 한도 내 이자는 소득세 14%는 면제되지만 농어촌특별세 1.4%는 그대로 부과된다. 같은 조건에서 비과세 상품에 넣었다면: - 농어촌특별세(1.4%): 40만 원 × 0.014 = **5,600원** - 실수령 이자: 40만 원 − 5,600원 = **394,400원** 일반 과세와 비교하면 연간 56,000원 차이다. 금액이 클수록 격차도 커진다. --- ## 📊 4% 금리가 처음 300만 원에만 붙는 경우 세금보다 더 놓치기 쉬운 부분이 **금리 적용 구간의 한도**다. 대부분의 파킹통장은 전체 잔액에 광고 금리를 주지 않는다. 실제로 이런 구조의 상품이 있다: | 잔액 구간 | 적용 금리 | |---|---| | 300만 원 이하 | 연 4.0% | | 300만 원 초과 | 연 1.2% | 여기에 1,000만 원을 넣으면: - 300만 원분 이자: 300만 × 4.0% = 12만 원 ...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로스트아크] 제작 효율 최적화 위한 영지 세팅
### 1. 대성공 확률 증가 vs. 제작 수수료 절감 - **대성공 확률 증가**: 대성공 확률이 2% 증가해도 실제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 대성공 확률 5%에 2% 증가를 적용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0.1% 증가에 불과합니다. - **제작 수수료 절감**: 제작 수수료를 2% 절감할 경우, 제작할 때마다 발생하는 골드 비용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어 비용 절약 효과가 훨씬 큽니다. - 결과적으로, 제작 수수료 절감이 대성공 확률 증가보다 약 10배 더 많은 이득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대성공 확률보다는 수수료 절감에 집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 ### 2. 효율적인 영지 세팅을 위한 이득 극대화 세팅 - 영지 내 필수 세팅 아이템으로 "곡예사의 대기실," "찬란한 소원 나무," "여신의 가호"가 추천됩니다. - **곡예사의 대기실**: 마리샵에서 블루 크리스탈로 구매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제작 효율을 높이는 데 필수 아이템입니다. - **찬란한 소원 나무**: 수수료 절감을 제공하여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어 이득 극대화에 도움이 됩니다. - **여신의 가호**: 미술품 42개를 모아 획득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제작 효율을 제공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필수로 장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여신의 가호 대신, **곡예사의 무기 진열대**를 구매해 사용할 수도 있으며, 경제적인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 3. 의상 세팅 (선택적 적용) - 특정 의상을 착용하면 제작 효율이 약간 증가하지만, 최적의 의상 옵션은 없기 때문에 필수는 아닙니다. 크리스탈 비용이 부담스러울 경우 생략 가능하며, 다른 세팅을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 **드레스룸 이용**: 크리스탈을 사용하여 드레스룸에서 특정 NPC와의 호감도로 얻을 수 있는 의상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추천 의상**: 페...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 생활 도구 옵션
### 생활 도구 옵션 및 확률 | **옵션** | **고급** | **희귀** | **영웅** | **전설** | **유물** | |-------------------------|-------------|------------|-------------|-------------|-------------| | 기본 보상 추가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희귀 재료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특수 획득 확률 | 0.5~1% | 1~2% | 1.5~3% | 2~4% | 2.5~5% | | 내구도 미차감 확률 | 2.5~5% | 5~10% | 7.5~15% | 10~20% | 12.5~25% | | 채집속도 | 1.25~2.5% | 2.5~5% | 3.75~7.5% | 5~10% | 6.25~12.5% | | 미니게임 난이도 하락 | 1 | 1~2 | 1~2 | 2~3 | 2~3 | | 미니게임 보상 획득 확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낚시 캐스팅 등급 | 1~2 | 2~4 | 4~6 | 6~8 | 8~10 | --- ### 생활 키트 옵션 정리 - 영웅 등급 생활 도구가 제작 비용면에서 효율 좋음 | **생활 유형** | **필수 옵션 (빨간색)...
한국 핵무장 논의와 방위산업 관련주: 핵무기 개발 과정과 유망 종목 분석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논의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방위산업 관련 주식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 및 방어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관심을 끌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잠재적 수혜가 예상됩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등 외교적 변화는 이러한 방위산업 관련주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참조: https://gussconomy.tistory.com/entry/한국-핵무장-시나리오-관련주-투자-포인트-총정리 ) --- ### 핵무기 생산과정 요약 #### **핵연료 확보** : 고농축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와 같은 핵분열 물질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 **우라늄 농축**: 우라늄-235의 비율을 약 90% 이상으로 높이는 과정입니다. -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에서 우라늄-238을 중성자로 포획하여 플루토늄을 생성하고 이를 화학적으로 분리합니다. #### **폭발 장치 개발** : 확보한 핵연료를 폭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 **충돌 방식 (Gun-type)**: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두 덩어리를 빠르게 결합시켜 핵분열을 유도합니다. - **내부 압축 방식 (Implosion-type)**: 고폭압력으로 플루토늄을 압축하여 임계 질량을 초과하도록 합니다. ####. **무기화 및 배치** - 폭발 장치를 무기 형태로 조립하여 배치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미사일, 폭격기 등에 탑재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 ### 핵심적인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연료 확보**와 **폭발 장치 개발**입니다. - **핵연료 확보**: 핵분열 물질 확보가 핵무기 개발의 필수 조건입니다.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며, 보안과 국제적인 감시가 강화된 부분입니다. - **폭발 장치 개발**: 핵연료가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폭발시키는 장치가 없다면 무기화가 불가능합니다. 압축 방식 등 폭발 장치 개발 기술이 핵무기의 폭발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