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의 짝사랑에서 내가 놓친 건 마음이 아니라 '관계 문해력'이었다는 뒤늦은 깨달음들

💔 2019년 겨울, 세 번째 거절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첫 번째는 2019년 3월이었다. "오빠, 나 진짜 좋은 사람인 거 알아. 근데 그런 감정은 아니야." 문장은 분명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엔 모른다"는 뜻으로 바꿔 읽었다. 두 번째는 2020년 여름이었다. "그냥 우리 이대로 편하게 지내면 안 될까?" 나는 이걸 여지로 읽었다. 편하게 지내자는 말이 곧 거리를 두자는 말이라는 걸, 그때는 정말 몰랐다. 세 번째는 2021년 12월이었다. "미안해.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이번엔 더 읽을 게 없었다. 그제야 나는 앞의 두 번이 이미 답이었다는 걸 알았다. 3년 동안 나는 같은 문장을 세 번이나 다르게 오독했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1993년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짝사랑 연구(Baumeister, Wotman & Stillwell, "Unrequited Lo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4(3))는 이 상태를 "스크립트리스니스(scriptlessness)"라고 불렀다. 짝사랑하는 쪽에게는 이 상황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회적 대본이 없다는 것이다. 고백-교제-이별에는 대본이 있지만, 고백-거절-그래도-계속-좋아함에는 대본이 없다. 그래서 나는 매번 같은 신호를 처음 보는 것처럼 다시 오독했다. 🤔 니체가 정말 "해석만 있다"고 말했을까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해석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문장은 니체가 책으로 낸 적이 없다. 그가 1886~87년 무렵 남긴 유고 노트의 한 단편이고, 사후에 여동생 엘리자베트 푀르스터니체와 페터 가스트가 편집한 『권력에의 의지』에 481번으로 실렸다. 니체 연구자들 사이에서 이 책의 편집 자체가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짝사랑 티 안 내는 표정 관리법 완벽정리 — 니체와 붓다에게 배우는 마음 숨기기 심리학 노하우

😳 회의실에서 얼굴이 빨개졌던 그날 몇 달 전, 팀 회의 중에 그 사람이 갑자기 제 이름을 부르며 의견을 물었어요. 별일 아니었는데 저는 순간 목까지 빨개지고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옆자리 동료가 "왜 그래, 긴장했어?"라고 물어봤을 때 저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아, 나 지금 티가 나는구나. 표정은 생각보다 정직해서, 마음을 숨기려 할수록 오히려 더 크게 새어 나오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저는 표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다스리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뜻밖에도 니체와 불교에서 찾았어요. 🔥 억누르면 왜 더 티가 날까 — 니체의 힘에의 의지 니체는 감정을 억압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는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 동력을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라 불렀는데, 이는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방향을 바꿔서라도 반드시 표출된다는 뜻이었어요. 짝사랑 티 안내는 표정 관리법 도 똑같습니다. "티 내면 안 돼"라고 스스로를 다그칠수록 얼굴 근육은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게 굳고, 시선은 더 자주 그 사람 쪽으로 도망칩니다. 억압은 통제가 아니라 통제력의 상실이에요. 니체식 해법은 억누르는 게 아니라 '승화(Sublimierung)'입니다. 감정을 없애려 하지 말고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꾸는 거죠. 실전에서는 이렇게 적용해봤어요. 그 사람이 말을 걸 때 얼굴 근육에 힘을 주는 대신, 그 순간 에너지를 손끝이나 발끝, 즉 몸의 다른 부위로 흘려보내는 겁니다. 저는 회의 중 긴장되면 펜을 살짝 쥐는 손에 힘을 주는 식으로 감정을 '분산'시킵니다. 얼굴에 몰리던 힘이 다른 곳으로 빠지니 표정이 한결 덤덤해지더라고요. 🌊 우연히 마주쳤을 때 — 무상(無常)과 집착 내려놓기 복도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편의점에서. 짝사랑 상대와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은 늘 예고 없이 옵니다. 이때 표정이 무너지는 이유는 단순해요. 우...

🏋️ 아크라시아: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답한 의지박약의 정체와 극복법

💸 27만원짜리 헬스장, 여섯 번 다닌 계산 작년 3월 둘째 주, 나는 네 번째로 같은 헬스장 앱을 지웠다. 정확히 세어보니 2019년부터 끊은 회원권이 넷, 그중 가장 오래 다닌 것도 두 달을 못 채웠다. 마지막 계약은 3개월에 27만원, 실제로 간 건 여섯 번이었다. 한 번 갈 때마다 4만 5천원씩 낸 셈이다. 문제는 몰라서가 아니었다. 나는 근력 운동이 왜 필요한지, 유산소가 대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남들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다. 관련 책도 열 권 넘게 읽었다. 그런데도 저녁 9시, 소파에 앉는 순간이 오면 그 지식은 전혀 힘을 못 썼다.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에 뭔가 끊어져 있었다. 🎭 소크라테스의 도박: 그건 착시일 뿐이다 이 틈을 처음 정면으로 다룬 사람이 소크라테스다.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352b 이후를 보면 그는 꽤 대담한 주장을 편다. 알면서 나쁜 쪽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 나쁜 선택을 하는 사람은 사실 몰랐을 뿐이다. 근거는 이렇다. 사람이 물건의 실제 크기를 눈대중으로 잘못 재듯이, 가까이 있는 쾌락은 부풀려 보고 멀리 있는 대가는 쪼그라들어 보인다. 담배 한 대의 즐거움은 지금 눈앞에 있어서 크게 보이고, 폐암의 위험은 30년 뒤에 있어서 작게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이걸 순전히 거리의 착시라고 봤고, 해법도 간단했다. 정확히 재는 기술, 그가 말한 '측정의 기술'만 있으면 착시는 교정되고, 교정되고 나면 누구도 나쁜 쪽을 고르지 않는다. 그럼 헬스장을 안 가는 나는 운동의 가치를 정확히 몰랐던 것뿐이라는 얘기다. 듣기엔 위안이 되는데, 어딘가 석연치 않다. 📖 아리스토텔레스: 배우가 시를 외우듯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위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7권에서 그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이 드러난 사실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못 박는다. 그가 보기에 아크라테스, 알면서 못 하는 사람은 대전제는 갖고 있다. '단 음식은 살찌운다'는 걸 안다. 문제는 그 순간 눈앞의 케이크를 향해 ...

💔 짝사랑 티 안 내는 법: 회의실에서 들킨 마음, 니체와 붓다에게 배우는 감정 다스리는 법

💭 11월 화요일, 회의실에서 들켜버린 마음 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오후 2시 프로젝트 리뷰 회의였다. 다른 팀 UX 디자이너 L이 발표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노트북 화면 대신 그 사람 손짓을 보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동기 J가 커피를 뽑으며 무심하게 물었다. "너 지난 세 번 회의에서 L 얘기만 메모했더라. 좋아하냐?" 나는 "그냥 그 팀 작업 방식이 궁금해서"라고 답했는데, 스스로도 그 대답의 어설픔을 느꼈다. 티가 났던 거다. 그날 집에 오는 길에 나는 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상하게도 니체와 불교 경전을 다시 펼쳤다. 연애 상담이 아니라 철학책에서 답을 찾으려 한 건, 감정을 숨기는 기술보다 감정을 대하는 태도가 먼저 틀렸다는 직감 때문이었다. 🐫 낙타, 사자, 어린아이 — 니체가 말한 감정을 다루는 세 단계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세 가지 변신에 대하여"에서 정신이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어린아이로 변한다고 썼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명령에 복종하는 단계다. 나는 처음엔 낙타였다. "짝사랑은 티 내면 안 된다"는 명령을 그대로 짊어지고, 회의 때마다 표정을 관리하는 걸 의무처럼 수행했다. 사자는 그 명령에 "나는 원한다"고 맞서 싸우는 단계다. 여기서 많은 자기계발 콘텐츠가 멈춘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당당하게 표현하라"는 식으로. 하지만 니체가 정말 강조한 건 그다음, 어린아이의 단계다. 어린아이는 "신성한 긍정"이며 "스스로 굴러가는 바퀴"다. 억압도 발산도 아니라, 그 감정 자체를 원료 삼아 새로운 놀이를 창조하는 것.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는 감정을 참거나 터뜨리는 이분법이 아니라, 그 힘을 다른 형태로 빚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선악의 저편』 13절에서 ...

🏠함께 살아도 냉장고는 따로 썼다, 에피쿠로스 정원학교가 알려주는 공동체 생활의 오랜 지혜

🧊 냉장고 칸 하나 때문에 시작된 이야기 2019년 봄, 서울 합정동의 4층짜리 셰어하우스에 6개월쯤 산 적이 있다. 방 다섯 개짜리 집에 다섯 명이 살았고, 냉장고는 한 대, 칸은 다섯 개로 나뉘어 있었다. 문제는 그 칸이 균등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제일 위 칸을 쓰던 사람 — 편의상 민석이라고 하자 — 이 야식을 자주 시켜 먹으면서 자기 칸이 부족하다고 아래 칸까지 슬금슬금 넘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배달 온 치킨 상자 하나였다가, 나중엔 각종 반찬통이 쌓였다. 결국 집주인이 중재에 나서서 칸마다 이름표를 붙이는 걸로 끝났는데, 그 이름표 하나 붙이는 데 두 달이 걸렸다. 부엌 하나, 냉장고 하나를 같이 쓰는 것과 그 안의 칸까지 완전히 섞는 것 사이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같이 사는 건 됐는데, 뭘 같이 쓰고 뭘 따로 둘지에 대한 합의가 없으니까 매번 부딪혔다. 🌿 "정원"은 코뮌이 아니었다 에피쿠로스 얘기가 나오면 보통 원조 미니멀리스트, 최초의 코리빙 공동체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정작 핵심은 다른 데 있다. 기원전 306년쯤 에피쿠로스는 아테네 성벽 바깥 한적한 곳에 땅을 사서 학교 겸 거주 공간을 차렸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10권에서 전하는 바로는 이 땅값이 80미나였다고 한다. 1미나가 100드라크마이니 8천 드라크마, 숙련 노동자 일당이 1드라크마 안팎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 즉 에피쿠로스 개인이 자기 돈으로 땅을 매입한 것이지, 제자들이 돈을 모아 공동 소유한 게 아니었다. 이 지점이 피타고라스 학파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피타고라스 공동체는 재산을 완전히 공유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던 걸로 유명한데, 에피쿠로스 정원학교 는 그러지 않았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대화하되, 소유권은 각자의 것으로 남겨뒀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그대로 옮겨 적은 에피쿠로스의 유언장(10권 16~21절 부근)을 보면 이 구조가 얼마나 꼼꼼하게 설계...

💬 문자 한 통에 세 시간 매달린 밤, 나는 내 감정조차 읽지 못했다: 연애 감정 문해력 이야기

📱 그 문자 하나를 스무 번 다시 읽던 밤 2021년 11월, 벌써 5년 전이다. 그 사람한테서 "오늘 좀 피곤하다ㅠ 담에 얘기하자"라는 문자를 받고 나는 세 시간을 매달렸다. 답장이 늦은 것도 아니었다. 내가 보낸 지 8분 만에 왔다. 그런데도 나는 그 문장을 캡처해서 다시 읽고, 친구한테 보내서 "이게 무슨 뜻 같아?"라고 물었다. 친구는 "그냥 피곤한가보지"라고 했다. 나도 알았다. 근데 그 말이 위로가 안 됐다. 진짜 궁금했던 건 그 사람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으니까. 나는 화가 난 건지, 서운한 건지, 아니면 그냥 불안한 건지조차 구분을 못 하고 있었다. 세 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던 건 문자가 아니라 이름 없는 감정 덩어리였다. 🏷️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은 왜 더 아픈가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은 저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감정 입자도(emotional granularity)"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같은 불쾌한 상태를 두고도 누군가는 그냥 "기분 나쁘다"로 뭉뚱그리고, 누군가는 "서운하다, 불안하다, 자존심 상한다"를 구분해서 느낀다는 것이다. 배럿이 토드 카쉬단과 함께 발표한 연구(Kashdan, Barrett & McKnight, 2015,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을 세분화해서 느끼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 술을 마시거나 화를 표출하는 즉각적 반응 대신 더 나은 대처 전략을 고르는 경향이 있었다. 감정을 구분하는 능력 자체가 대처 능력과 연결된다는 뜻이다. 나는 그날 밤 "피곤하다ㅠ"라는 여섯 글자에 화, 불안, 자격지심을 다 욱여넣고 있었다. 그중 뭐가 진짜인지 몰랐으니 어느 것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냥 뭉쳐서 세 시간을 버틴 거다. 🧠 니체라면 이 감정을 '의지'라고 불렀을 것...

⚠️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재승인, 안 하면 정말 그대로 유지될까? 만기 도래 후 실제 겪은 일

💬 문자 한 통 받고 그냥 넘기려고 했던 이유 작년 여름, 다니는 회사 퇴직연금 사업자(증권사 DC형 계좌)한테서 문자가 왔다. "귀하의 사전지정운용방법(디폴트옵션) 만기가 도래합니다. 별도 지시가 없으면 기존 방법대로 자동 운용됩니다." 처음엔 그냥 넘겼다. 2년 전 가입할 때 이미 상담받고 골랐던 상품인데, 뭘 또 확인하라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자동 운용"이라는 말이 계속 걸렸다. 자동으로 되는 거면 왜 굳이 문자를 보냈을까. 결국 약관이랑 퇴직연금 사업자 안내 페이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조문까지 뒤져봤다. 📜 재승인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약관까지 뒤져봤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재승인 제도는 2023년 7월 12일부터 시행됐다. DC형과 개인형IRP 가입자가 대상이고, DB형은 해당 없다. 사업자는 지정된 상품의 만기가 다가오면 가입자에게 사전 통지할 의무가 있고, 가입자가 그 기간 안에 별도 지시를 하지 않으면 '기존에 지정했던 것과 동일한 상품'으로 재매수된다. 즉 재승인을 안 해도 계좌가 텅 비거나 임의로 다른 상품에 편입되는 일은 없다. 여기까지는 문자 내용 그대로였다. 문제는 "동일한 상품으로 재매수"라는 문구가 상품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걸 그때까진 몰랐다는 거다. 🔄 원리금보장형과 로드맵형, 만기가 도래했을 때 완전히 다르게 움직인다 내 계좌엔 정기예금형(원리금보장형) 디폴트옵션이 지정돼 있었다. 이 경우 "동일 상품 재매수"는 같은 은행의 같은 정기예금 상품에 새로 가입하는 것과 같다. 즉 이자율은 2년 전 가입 당시 금리가 아니라 만기 재예치 시점의 새 금리로 다시 계약된다. 내 경우 처음 가입할 땐 3.8%대였는데, 만기가 돌아온 시점엔 3.2%대로 내려가 있었다. 기준금리가 그사이 내려갔으니 당연한 결과였는데도, "재승인 안 해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문구만 보고 금리까지 그대로일 거라 넘겨짚...

💌 짝사랑이 티 안 나던 순간들, 니체의 힘에의 의지와 붓다의 마음챙김에서 뜻밖의 답을 찾은 이유

🪟 회의실 창가 자리, 3초의 침묵이 알려준 것 작년 7월 22일 화요일 오후 2시, 신제품 런칭 프로젝트 마무리 회의였다. 창가 자리에 앉은 그 사람이 발표 자료 마지막 장을 넘기다가 잠깐 멈칫했다. 딱 3초쯤이었을 거다. 화면을 보는 척했지만 사실 나는 그 사람의 손끝, 넘기다 만 페이지 모서리만 보고 있었다. 그 3초를 기점으로 나는 뭔가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문제는 그날부터였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들키지 않고 그 자리에, 그 프로젝트에, 그 팀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까. 8월 한 달 내내 나는 이 질문을 붙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답은 연애 칼럼이 아니라 니체와 불교 경전에서 왔다. 처음엔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는데, 9월 초부터 11월 말까지 석 달 가까이 그 사람과 매주 화요일 같은 회의실에 앉으면서, 오히려 그 두 사유가 제일 실용적이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 힘에의 의지, 감정을 참는 게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힘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자기극복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는 곳마다 힘에의 의지를 발견했다." (니체전집, 정동호 역, 책세상) 그가 말한 힘에의 의지는 남을 지배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자기 안의 에너지를 어디로 흘려보낼지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다. 나한테는 이 개념이 이렇게 적용됐다. 8월 셋째 주부터 나는 회의 전 15분씩 발표 자료를 미리 훑어보는 습관을 만들었다. 감정을 억누르려고 한 게 아니라, 그 에너지를 자료 준비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 거였다. 회의 중 그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2초쯤 유지한 뒤 다음 발표자로 자연스럽게 넘기는 식으로 흐름을 만들었다. 참는 게 아니라 그 힘을 다른 곳에 쓰는 것, 이게 힘에의 의지가 짝사랑에 알려준 첫 번째 기술이었다. ♾️ "이 삶을 다시, 무수히 다시 살아야 한다면" — 영원회귀가 물은 것 니체의 영원회귀는 『즐거운 학문』 341절에...

💰 예금자보호 한도 1억 믿고 1억6천만원 통장 4개로 쪼갠 실전 후기, 숫자로 꼼꼼히 정리해봤습니다

작년 초에 부모님 댁 정리하면서 제 앞으로 1억 6천만원 정도가 들어왔어요. 처음엔 별생각 없이 주거래은행 창구에 가서 정기예금에 다 넣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창구 직원이 "이 정도 금액이면 몇 군데 나눠서 넣으시는 분들 많아요"라고 툭 던진 말이 걸려서 그날 밤부터 검색을 시작했고, 결국 통장 4개로 쪼갰습니다. 그 과정에서 숫자, 헷갈렸던 부분, 시행착오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남긴 예금자보호 한도 분산예치 실전 후기 입니다. 🏦 왜 하필 4군데였나 — 한도가 올랐는데도 안 합친 이유 제가 계좌를 나누기 시작한 건 2025년 초, 예금자보호 한도가 아직 5천만원이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그해 9월 1일부로 한도가 1억원으로 올랐죠. 뉴스 보고 "그럼 이제 두 군데면 충분하겠네" 싶어서 통장을 합칠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근데 안 합쳤어요. 이유가 두 가지예요. 첫째, 이자소득이 연 2천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제 예금 전체의 세전 이자를 합치면 연 500만원 안팎이라 당장 걸리는 건 아니지만, 만기가 한날한시에 겹치면 그해 다른 소득(퇴직금 운용 수익 등)이랑 합산될 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세무사 지인 조언을 들었어요. 그래서 만기를 일부러 분산시켰습니다. 둘째, 한도가 1억으로 올랐다고 해도 "그 은행이 진짜 괜찮은지"는 별개 문제잖아요. 저축은행 중에서도 BIS비율이나 연체율 낮은 곳만 골랐는데, 한 곳에 다 몰아넣기엔 여전히 찜찜하더라고요. 최종적으로 넣은 곳은 이렇습니다. 주거래 하나은행 12개월 정기예금에 5천만원(가입 당시 금리 3.35%), OK저축은행 12개월 정기예금에 5천만원(3.85%),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에 3천만원(3.6%), 그리고 집 근처 신협에 3천만원을 넣었어요. 🏛️ 신협 계좌 하나 만드는데 몰랐던 것들 신협 계좌는 그냥 은행 가듯 가면 안 되더라고요. 조합원 가입부터 해야 하는데, 출자금 명목으로 3만원을 따로 내야 조합원...

🎲 도덕적 운: 가스불 끄고 나온 날, '살인자'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다른 걸 하고 있다

🔥 가스불을 켜놓고 나온 날 재작년 가을, 연희동에서 반지하 자취를 할 때였다. 김치찌개를 올려놓고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나갔다가, 계산대 앞에서 친구 전화를 받고 그대로 십오 분을 떠들었다. 방에 돌아와 문을 여는 순간 났던 그 탄내를 아직도 기억한다. 냄비 바닥은 새까맣게 눌어붙어 있었고, 손잡이는 만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날 아무 일도 없었다. 불이 나지 않았으니까. 다음 날 출근해서 이 얘기를 웃으며 했다. "나 완전 덜렁이야." 그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 십오 분 사이에 화재가 나서 옆집까지 번졌다면, 나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업무상실화죄로 기소되는 사람이 됐을 거다. 내가 한 행동은 정확히 똑같다. 가스불을 켜놓고 나갔다는 것. 달라지는 건 오직 그 십오 분 동안 세상에서 벌어진 일뿐이고, 그건 내 통제 밖에 있었다. 😔 죄책감이 아니라 '떠안음' 버나드 윌리엄스가 1976년 논문 「 도덕적 운 」에서 든 예는 사실 술 취한 운전자가 아니라 트럭 운전사다. 아무 잘못도 없이 규정 속도로, 신호도 지키며 운전하던 트럭 기사 앞에 아이가 갑자기 뛰어든다. 기사는 브레이크를 밟을 새도 없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그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윌리엄스가 주목한 건 바로 그 지점이다.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데도, 이 사람은 평생 그 순간을 안고 산다. 윌리엄스는 이걸 죄책감(guilt)과 구별해서 'agent-regret(행위자적 회한)'이라고 불렀다. 죄책감은 "내가 잘못했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트럭 기사가 느끼는 감정은 판단이 아니라 사실에서 나온다. 자기 손이, 자기 발이, 그 사건의 한가운데 있었다는 사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는 명제와 "나는 그 일을 저질렀다"는 명제가 그의 안에서 동시에 참이고, 이 둘은 서로를 지우지 못한다. 내 가스불 얘기가 웃음으로 끝난 건 결과가 나를 ...

💔 짝사랑 유효기간 계산법, 니체와 붓다에게 물어본 마음이 식는 타이밍과 3개월 설의 진실

❄️ 3년 전 겨울, 나는 답장 없는 메시지를 여섯 번 지웠다 스물여섯 겨울이었다. "이번 주말에 넷플릭스에서 그 다큐 볼 건데"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정확히 여섯 번. 마지막 버전은 이모티콘 하나까지 계산해서 넣었다가 결국 다 지우고 "ㅋㅋ 잘 지내"로 마무리했다. 그는 회사 앞 편의점 골목에서 세 번 마주쳤던 사람이었다. 매번 손에 든 컵이 라떼인지 아메리카노인지 궁금해서 눈으로 흘끗거렸는데, 세 번째에야 겨우 라떼라는 걸 확인했다. 그게 다였다. 세 번의 우연과 확인되지 않은 커피 취향, 그게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그 겨울부터 지금까지 나는 종종 궁금했다. 이런 마음은 대체 언제까지 유지되는 게 정상인가, 말하자면 나만의 짝사랑 유효기간 계산법 이 있는 건지 궁금했다. 인터넷에는 "3개월이면 끝난다"는 말이 떠돌지만, 정작 그 출처를 추적해 들어가면 논문도 연구자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른 데서 답을 찾기로 했다. 니체와 붓다한테. 🔍 "3개월이면 끝난다"는 말, 사실은 누가 한 걸까 짝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주장 자체는 낯설지 않다. 문제는 그 숫자의 출처다. "3개월설"이나 "6개월설"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다른 블로그를 인용하고, 그 블로그는 또 다른 블로그를 인용한다. 끝까지 따라가면 근거가 사라진다. 실제로 학계에서 이 감정을 다룬 사람은 심리학자 도로시 테노브(Dorothy Tennov)다. 그는 1979년 저서 「Love and Limerence」에서 짝사랑에 가까운 강렬한 몰입 상태를 '리멘스(limerence)'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수백 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 상태는 보통 2년 안팎 지속되며 짧으면 몇 주, 길면 4년 가까이 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3개월이 아니라 2년이다. 내가 그 겨울 이후로 1년 넘게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확인했던 것도, 테노...

📖 몽테뉴 수상록 필사 루틴, 3권짜리 민음사판에서 유명한 문장 다음 문장을 읽는 법을 매일 되새기다

📚 책장 정리하다 다시 편 책 지난겨울 책장을 정리하다가 대학 때 사서 표지만 넘겨보고 처박아둔 몽테뉴 수상록을 다시 꺼냈다. 심민화·최권행이 옮긴 민음사판 세 권짜리인데, 유독 3권만 손때가 묻어 있었다. 아마 졸업 논문 어딘가에 인용하려고 뒤적였던 흔적일 거다. 나머지 두 권은 새 책이나 다름없었다. 그날 밤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다가, 그냥 베껴 써보기로 했다. 특별한 결심은 아니었다. 눈으로 읽으면 문장이 미끄러지듯 지나가는데, 손으로 쓰면 한 글자씩 걸리는 느낌이 좋았을 뿐이다. 그게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몽테뉴 수상록 필사 루틴 이다. ✍️ 다들 인용하는 문장 말고 몽테뉴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나는 존재를 그리는 게 아니라 지나감을 그린다"는 문장을 안다. 수상록 서문이나 해설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장이라 나도 필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문장을 베껴 쓰다가 무슨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말하면 거짓말이다. 내가 걸린 건 바로 다음 문단이었다. 3권 2장 "회한에 대하여"에서 몽테뉴는 이렇게 쓴다. 자기 영혼이 확고한 발판을 얻을 수 있었다면 스스로를 시험하지 않고 그냥 결정했을 텐데, 실제로는 늘 수련 중이고 시험 중이라고. 유명한 문장 바로 뒤에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덜 인용되는 문장이다. 처음 읽었을 땐 그냥 지나쳤는데 손으로 옮겨 쓰다 보니 이 문장이 더 오래 남았다. '발판'이라는 단어를 짚어가며 계속 고쳐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결론을 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러니까 필사가 준 건 새로운 인용구가 아니라, 이미 아는 문장 옆에 붙어 있던 문장을 다르게 읽는 속도였다. 📔 일기장에 남은 버릇 필사를 시작하고 나서 예전에 쓰던 일기를 다시 펼쳐본 적이 있다. 몇 개인지 세거나 퍼센트를 낸 건 아니고—사실 세보려다가 관뒀다. 그런 숫자는 어차피 내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나올 게 뻔했다. 다만 뒤로 갈수록...

💰 ISA 만기 후 연금계좌로 옮기면 해지보다 얼마나 이득일까, 서민형 계좌로 직접 계산해봤다

💳 해지 버튼과 이체 버튼, 둘 다 눌러보기 전엔 몰랐다 2026년 6월, 신한투자증권 앱에 ISA 만기 알림이 떴다. 2021년에 서민형으로 가입했던 계좌인데 원금 3,600만원에 수익이 600만원 붙어서 만기 시점 평가금액이 4,200만원이었다. 화면 아래에는 [해지 후 출금]이랑 [연금계좌로 이체], 두 버튼이 나란히 떠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이체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여기저기서 "만기되면 연금계좌로 옮기는 게 무조건 이득"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니까. 근데 막상 손이 안 가더라. 지금 당장 세금 떼고 4,200만원 가까이 받아서 쓸 수도 있는데, 굳이 연금계좌에 묶어둘 이유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두 경우를 각각 계산기로 두드려봤다. 🧮 해지했으면 정확히 얼마를 뗐을까 서민형 ISA는 수익 400만원까지 비과세고,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9.9%(소득세 9%+지방소득세 0.9%) 분리과세가 붙는다. 내 계좌는 수익이 600만원이었으니 과세 대상은 600만원에서 400만원을 뺀 200만원이다. 200만원 × 9.9% = 198,000원. 그러니까 해지했으면 실수령액은 4,200만원에서 19만 8천원 뺀 41,980,200원이었다. 세금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첫 번째로 든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그냥 받아도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이유가 이거였다. 💰 이체를 선택하니 통장에 안 찍힌 돈이 생겼다 이체를 누르면 4,200만원 전액이 연금저축이나 IRP로 넘어가고, 이 시점에는 세금이 하나도 안 붙는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대로였다. 진짜 궁금했던 건 세액공제였다. ISA 만기 후 연금계좌 이전 방법 으로 60일 이내에 연금계좌로 전환하면, 전환금액의 10%와 300만원 중 적은 금액을 그해 세액공제 대상 금액에 추가로 넣어준다. 내 경우 전환금액 10%는 420만원이니까 300만원 한도에 걸려서, 추가로 잡히는 세액공제 대상 금액은 300만원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지점이 하나 있...

🤫 직장에서 좋아하는 사람 생겼을 때, 티 안 내고 조용히 나를 지키는 연애 심리 완벽 가이드

🖥️ 3월 둘째 주 화요일, 노트북 각도를 처음 바꾼 날 정확히 기억한다. 3월 둘째 주 화요일 오전 9시 45분. 그날 우리 팀 화상 스탠드업에 새로 옮겨온 그 사람이 처음 카메라를 켰다. 나는 그 순간 노트북 화면 각도를 5도쯤 틀었다. 내 얼굴이 너무 크게 잡히는 게 싫어서였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그 사람이 내 표정을 오래 보는 게 무서웠던 거다. 그날부터 화요일마다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이건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습관이라고, 나는 두 달 가까이 나 자신을 속였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르상티망을 "밖으로 향하지 못한 힘이 안으로 굽어 자기 자신을 겨냥하는 것"이라고 썼다. 나는 이 문장을 그해 5월, 그 사람이 올린 PR에 유독 깐깐하게 코멘트를 달던 밤에 다시 읽었다. 인덴트 하나, 변수명 하나까지 지적했다. 다음 날 팀장이 "요즘 리뷰 톤이 좀 날카롭다"고 지나가듯 말했을 때, 나는 그게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가 아니라 실은 그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서 나온 화풀이였다는 걸 알았다. 좋아함을 감정으로 인정하지 못하니, 그 힘이 코드 리뷰라는 엉뚱한 곳에서 터진 것이다. 니체가 경계한 건 감정을 숨기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숨긴 감정이 방향을 잃고 엉뚱한 대상을 물어뜯는 것이었다. 📊 반기 평가 준비를 하며 알아챈 것 6월 말, 반기 성과 평가 발표 자료를 만들 때였다. 나는 원래 발표 슬라이드를 15장 안팎으로 끝내는 사람인데, 그때는 22장을 만들었다.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그 사람이 그 발표 자리에 참관자로 들어온다는 걸 미리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분기 배포 실패율을 그래프로 따로 뽑고, 장애 대응 타임라인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심지어 예상 질문 5개를 적어 답까지 준비했다. 발표가 끝나고 팀장이 "이번엔 준비성이 확실히 좋았다"고 했을 때 나는 웃으며 넘겼지만, 그 22장 중 7장은 순수하게 그 사람에게 잘...

🧠 작심삼일은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아크라시아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벌인 철학 논쟁

📔 다이어리에 적힌 숫자들 올해 다이어리를 다시 펼쳤다. 1월 1일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만보기 목표 10,000보, 실제 12,340보. 책 30쪽. 탄수화물 오후 6시 이후 금지. 기상 6시 30분." 1월 2일, 9,870보. 1월 3일, 6,210보에 "야근으로 조정"이라는 메모. 그리고 1월 4일부터는 그냥 빈칸이다. 볼펜으로 그은 요일 칸만 남아있고 숫자는 하나도 없다. 재밌는 건 나는 그 계획이 왜 틀렸는지 4일째에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거다. "야식 먹으면 다음날 컨디션 무너진다"는 걸 몰라서 치킨을 시킨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문장을 속으로 되뇌면서 주문 버튼을 눌렀다. 이 지점이 이상하다. 알면서 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 소크라테스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단호하게 말한다. 아무도 알면서 나쁜 쪽으로 가지 않는다고. 그가 보기에 덕은 곧 앎이다. 야식이 나쁘다는 걸 '진짜로' 안다면, 그 순간 저울은 이미 야식을 먹지 않는 쪽으로 기운다. 그러니까 치킨을 시킨 나는 사실 몰랐던 거다. 그 순간엔 "이 정도는 괜찮다"는 계산이 진짜 내 지식이었고, "야식은 나쁘다"는 문장은 그냥 입으로만 왼 말이라는 거다. 소크라테스 식으로 보면 아크라시아 , 즉 알면서도 못 하는 상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건 서로 다른 두 개의 앎이 충돌했을 때 더 강한 쪽이 이긴 것뿐이다. 이 설명은 깔끔하지만 뭔가 억울하다. 나는 분명 "이건 나쁜 선택이다"라는 문장을 그 순간에도 의식하고 있었으니까. 💤 아리스토텔레스: 지식이 잠들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7권에서 소크라테스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사람이 실천적 추론을 할 때 두 개의 전제를 쓴다고 봤다. 대전제는 보편적인 것("단 것은 건강에 안 좋다"),...

📔 짝사랑 감정일기 쓰는법: 니체 원한과 불교 무상으로 마음 정리하고 기록해두는 밤의 기술

💌 짝사랑이 시작된 밤, 나는 노트를 펼쳤다 작년 11월, 회사 동료를 짝사랑하면서 나는 매일 밤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오늘 그 사람이 나를 보고 웃었나, 아니면 그냥 웃은 건가.' 이 질문을 하루에도 열 번쯤 곱씹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노트를 펼쳤다. 이것이 내가 찾은 짝사랑 감정일기 쓰는법 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그냥 하소연이었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나 옛날 페이지를 다시 읽는데 이상한 걸 발견했다. 11월 3일에 쓴 "그 사람이 웃어줬다, 오늘은 살 것 같다"와 1월 15일에 쓴 "왜 웃어줬는지가 이제 궁금하지도 않다"가 같은 사람을 두고 쓴 글이 맞나 싶을 만큼 달랐다. 감정일기는 고백의 예행연습도, 극복 매뉴얼도 아니었다. 그건 내가 매일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기록이었다. 🔥 짝사랑은 원한(르상티망)이다 — 니체가 짚은 지점 '짝사랑은 결국 나를 향한 감정'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니체가 『도덕의 계보』에서 다룬 원한(르상티망)이 더 정확한 언어라고 생각한다. 원한은 단순히 "질투"가 아니라, 행동할 힘이 없을 때 그 무력함을 곱씹으며 상상 속에서 복수하는 태도다. 짝사랑하는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이 구조가 그대로 보인다. 실제로 말을 걸지는 못하면서, 밤마다 그 사람의 표정 하나를 백 번 재해석하는 것. 이건 사랑이 아니라 원한이 사랑의 탈을 쓴 것에 가깝다. 일기가 바뀐 지점은 정확히 여기였다. 12월 20일 일기에 "오늘도 카톡 답장이 늦었다. 나를 별로 안 좋아하나보다"라고 썼는데, 이 문장은 상대에 대한 문장이 아니라 내 무력함에 대한 문장이었다. 니체가 원한을 극복하는 길로 제시한 건 참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해석을 다시 쓰는 힘, 곧 힘에의 의지였다. 나는 이걸 거창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실천으로 옮겼다. 같은 사건을 두 번 쓰는 것. ...

📜 에픽테토스의 스승인데 왜 이름조차 몰랐을까 — 잊혀진 스토아 철학자 무소니우스 루푸스 이야기

📜 담화록 각주에서 발견한 낯선 이름 몇 년 전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을 처음 읽었을 때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본문보다 각주를 더 오래 들여다보는 버릇이었다. "무소니우스는 이렇게 말했다"는 문장이 너무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에픽테토스 본인의 말인 줄 알았던 유명한 구절들, 예를 들어 자기 통제와 인내에 관한 문장들이 사실은 스승 무소니우스 루푸스의 말을 옮긴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서점에 가서 그 이름을 검색해봤다. 국내 번역본이 없었다. 위키백과 항목 하나, 그리고 영어권 학술 논문 몇 편이 전부였다. 제자는 유명한데 스승은 이렇게까지 지워질 수 있구나 싶었다. 🏛️ 로마가 두 번 쫓아낸 남자 무소니우스 루푸스 는 에트루리아 볼시니 출신의 로마 기사 계급이었고, 서기 30년경 태어나 101년 이후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65년 피소 음모 사건 여파로 네로에 의해 기아로스 섬으로 유배되는데, 이 섬이 어느 정도로 척박했는지는 타키투스의 《연대기》에서 짐작할 수 있다. 원로원이 한 유배 대상자를 기아로스로 보내려다가 "물도 나무도 없는 섬이라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도누사 섬으로 행선지를 바꿨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연대기》 3권 68~69장). 무소니우스는 바로 그런 곳에 보내졌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71년이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로마에서 철학자들을 통째로 추방하는 칙령을 내렸을 때, 카시우스 디오의 《로마사》 65권 13장은 "무소니우스만은 예외였다"고 명시한다. 스토아와 견유학파 철학자 전체가 쫓겨나는 와중에 이름이 콕 집혀 예외 처리됐다는 건, 그가 단순한 재야 사상가가 아니라 권력 핵심부도 무시 못 할 인물이었다는 증거다. 물론 이후 개인적 원한 관계로 또 한 번 유배를 겪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 "여성도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 세 번째 강의 무소니우스가 지금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이 세 번째...

📉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손실 이월공제 안 되는 이유, 결제일 기준 신고 디테일까지 완전 총정리

💸 작년 5월, 홈택스에서 반나절을 날린 이유 작년 초에 미국 주식으로 700만 원 넘게 손실을 봤습니다. 그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맞춰 양도소득세도 같이 정리하려고 홈택스에 들어갔는데, 저는 당연히 "올해 손실은 내년 이익에서 빼주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법인세는 결손금을 10년까지 이월공제 해주니까, 개인 양도소득세도 비슷할 거라고 막연히 넘겨짚은 거죠. 결론부터 말하면 틀렸습니다. 개인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하나의 과세기간으로 완전히 끊어버립니다. 그해 손실이 그해 이익을 못 넘기면 세금은 0원이지만, 남은 손실은 그냥 소멸돼요. 다음 해로 넘어가는 개념 자체가 소득세법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게 첫 번째로 확인해야 할 사실이고,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손실 이월공제 신청법 을 찾아보다가 실제로 신고할 때 부딪히는 디테일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매도일이 아니라 결제일이 기준이라는 함정 가장 크게 헷갈렸던 부분이 이거예요. 저는 12월 29일에 종목을 팔면 당연히 그해 양도로 잡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래에셋증권 M-STOCK 앱에서 거래내역을 뽑아보니 "매매일"과 "결제일"이 따로 표시되더라고요. 미국 주식은 통상 매매일로부터 1~2영업일 후에 결제가 이루어지는데, 국세청은 이 결제일을 기준으로 귀속 연도를 판단합니다. 그러니까 12월 30일이나 31일에 판 종목은 결제일이 다음 해 1월로 넘어가면서 다음 해 양도소득으로 잡히는 경우가 실제로 생깁니다. 저는 12월 마지막 주에 손절매를 몰아서 했다가, 그중 이틀 치 거래가 결제일 기준으로 다음 해분으로 넘어가면서 정작 그해 신고서에는 반영이 안 되는 걸 뒤늦게 발견했어요. 연말에 손익통산을 맞추려고 손절 타이밍을 잡는다면, 매도 클릭한 날짜가 아니라 결제일까지 계산해서 최소 12월 26~27일 이전에는 정리해야 안전합니다. 🗂️ 국내주식과는 아예 다른 통에 담긴다 두 번째로 자주 ...

💬 단톡방에서 짝사랑 상대에게 티 안 나게 반응하는 법, 삭제 메시지가 부른 그 밤의 소동

😅 오타 하나가 만든 소동 2022년 11월, 사내 등산 동호회 단톡방. 인원 열일곱 명, 그중 반년째 마음에 담아둔 사람은 기획팀 재원 대리였다. 북한산 사진을 올리며 그가 "여기 진짜 조타"라고 오타를 냈다. 나는 그 오타에 "ㅋㅋㅋ 조타"라고 그대로 받아쳤는데, 보내고 3초 만에 후회했다. 열일곱 명 중 유독 나만 그 오타를 따라 쓴 게 이상해 보일까 봐. 그래서 메시지를 지우고 "여기 좋네요"로 다시 썼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카카오톡은 메시지를 삭제하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라는 흔적을 남긴다. 30초 사이에 같은 자리에 두 개의 텍스트 — 삭제 표시 하나, 새 메시지 하나 — 가 뜬 걸 동호회 총무가 놓치지 않고 "뭐라고 썼다가 지웠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그냥 "오타 나서요"라고 답했지만, 재원 대리가 그 대화에 이모티콘 하나를 남긴 걸 보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숨기려던 반응이 숨기려는 행동 자체 때문에 더 크게 들킨 밤이었다. 💪 이건 힘에의 의지였다 — 니체를 제대로 읽으면 이 일을 오래 곱씹으면서 내가 처음에 붙인 이름은 "르상티망"이었다. 남들 시선 의식해서 자기를 억누르는 것, 그게 니체가 말한 노예도덕 아닌가 하고.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이건 니체를 잘못 쓴 거였다. 『도덕의 계보』 첫 번째 논문에서 니체가 말하는 르상티망은 단순히 '남 눈치를 본다'가 아니다. 그건 힘없는 자가 자신의 무력함 자체를 뒤집어서 미덕으로 재정의하는 가치전도다. 강자의 솔직함을 "오만"이라 부르고, 자신의 소심함을 "겸손"이라 부르는 식으로. 내가 실제로 한 일이 그거였다. 나는 메시지를 지운 게 아니라, 지운 행동을 스스로에게 "난 쿨하게 넘길 줄 아는 사람이야"라고 재해석했다. 오타에 즉각 반응한 솔직함을 부끄러운 것으로, 다시 고쳐 쓴 소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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