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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고고학: 과거의 슬픔을 발굴하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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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선시대 편지 전시를 본 적이 있다. 유리 케이스 안에 누렇게 바랜 한지 위로 붓글씨가 빼곡했다. 해설을 읽다가 멈칫했다. 1600년대 어느 선비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였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당신 보고 싶어 이 밤을 어찌 지낼꼬."* 400년 전 문장인데, 심장이 살짝 조였다. 그 사람도 나처럼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었구나. 그 단순한 감각이 꽤 오래 머물렀다. 그게 내가 '[감정 고고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감정+고고학)'이라는 개념에 빠져든 시작점이었다. --- ## 🏺 감정도 유물이 될 수 있을까 고고학은 땅속에 묻힌 물건을 발굴한다. 토기, 뼈, 동전. 그것들은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말해준다. 그런데 그들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역사학자 바바라 로젠와인(Barbara Rosenwein)은 중세 감정사 연구에서 "감정 공동체(emotional communities)"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감정 문법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울어야 하는지, 분노를 어떻게 표현하는 게 적절한지, 기쁨을 드러내도 되는 사회적 장면이 언제인지—이것이 모두 문화적으로 코드화되어 있다. 즉, 감정은 생물학적 반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역사적 구성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편지, 일기, 그림 같은 흔적들을 통해 그 감정 문법을 '발굴'할 수 있다. 이것이 감정 고고학의 핵심이다. --- ## 📜 2,000년 전 로마 병사의 편지 영국 북부 빈돌란다(Vindolanda) 유적지에서 발굴된 얇은 나무 서판들이 있다. 서기 100년경, 하드리아누스 방벽 근처에 주둔했던 로마 병사와 그 가족들이 남긴 편지들이다. 대부분은 군수물자 목록이나 업무 보고지만, 그 사이에 놀라운 것들이 끼어 있다. 클라우디아 세베라(Claud...
💔 나는 그를 사랑한 게 아니었다 — 집착이 사랑처럼 느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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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는 척하면서 사실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이 뜨지 않으면 불안했고, 뜨면 또 긴장했다. 그 무렵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렀다. 그토록 간절하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를 보고 있던 게 아니었다. 그의 시선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는 거울이었고 나는 거울 앞에서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 ## 🧠 뇌는 집착을 사랑과 구별하지 못한다 헬렌 피셔(Helen Fisher) 팀이 2005년 *Journal of Neurophysiology*에 발표한 fMRI 연구에서, 연인을 강렬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뇌를 스캔했을 때 가장 활성화된 부위는 복측피개부(VTA)와 미상핵(caudate nucleus)이었다. 둘 다 도파민 보상 회로의 핵심이다. 같은 회로가 코카인 중독자들에게서도 동일하게 켜진다. 피셔의 결론은 단호했다: 낭만적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욕구(craving) 상태에 가깝다. 더 결정적인 건 이 상태가 불확실성에 의해 강화된다는 점이다. 상대가 일관되게 응답하면 도파민 분비는 안정되고 오히려 떨어진다. 응답이 불규칙할수록,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을수록,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가 커지고 도파민 폭발은 더 강렬해진다. 슬롯머신 원리다. 그 사람이 나를 불안하게 했기 때문에 집착한 게 아니라, 불안이 먼저였고 그 강렬한 감정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Dorothy Tennov는 1979년 저서 *Love and Limerence*에서 이 상태를 '리머런스(limerence)'라 명명했다. 그 특징 중 하나는 침습적 사고가 깨어있는 시간의 85%를 점령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15%는 자고 있거나, 다른 생각을 억누르는 데 쓰는 시간이었을 거다. 그것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신경계가 보내는 위험 신호였다. --- ## 👁️ 나는 그를 원했던 게 아니라, 그의 시선을 원했다 ...
💸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예금만으론 손해 보는 이유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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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 금리인데 왜 나는 점점 더 쪼들릴까 작년 초였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3.5%짜리가 눈에 띄길래 "이 정도면 쓸 만하지" 싶어서 3000만 원을 넣었다. 1년 뒤 만기 때 이자가 들어왔다. 문제는 통장 숫자는 늘었는데 그해 장 보고 주유하고 외식하다 보면 뭔가 늘 부족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다.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가 직접 계산해보고 나서야 기분 탓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2.3%였다. 그런데 이건 전 품목 평균이다. 통계청 품목별 데이터를 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3.2%, 가공식품은 2.8%였다. 내 지출에서 이 두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내가 체감하는 물가는 공식 CPI보다 훨씬 높다. 은행 앱이 보여주는 숫자와 내 지갑 사이에 이 간극이 있다. --- ## 🧮 대부분이 틀리게 계산하는 실질수익률 "금리 3.5%에서 물가 2.3% 빼면 1.2% 남으니까 이기고 있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서 빠진 게 하나 있다. 세금이다. 이자소득세는 이자를 받기 전에 원천징수된다. 3000만 원을 3.5%로 예치하면 명목 이자는 105만 원이고, 여기서 15.4%(이자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를 떼면 실수령액은 88만 8,300원이다. 실효 금리로 환산하면 3.5% × 0.846 = 2.961%다. 그러니까 계산 순서가 이렇게 된다. > 세후 명목금리(2.961%) − 물가상승률(2.3%) = 세후 실질금리 **0.661%** 1% 넘겠지 생각했다가 0.6%대로 쪼그라든다. 3000만 원에 0.661%면 연간 실질이득 약 19만 원이다. 한 달에 1만 6천 원짜리 이익을 위해 목돈을 1년 동안 묶어 놓은 셈이다. 그리고 이 계산도 사실 낙관적인 버전이다. 금융소득(이자 + 배당)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이자소득이 근로소득 등과 합산되어 종...
🧠 추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 화이트헤드의 구체성의 오류, 우리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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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남자는 시장이 두렵다고 했다 경제학과 선배가 술자리에서 말했다. 시장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다,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술잔을 들고 잠시 멈췄다. 이 사람은 지금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그 무언가는 없다. 시장은 없다. 매일 아침 화면 앞에 앉아 숫자를 보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있고, 각자의 두려움과 판단과 탐욕이 있고, 그것들이 부딪히는 과정이 있다. '시장'은 그 과정에 우리가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이름이 과정 자체보다 더 실재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선배는 추상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실제 결과를 낳고 있었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이것을 '[구체성의 오류](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구체성의+오류)(Fallacy of Misplaced Concreteness)'라고 불렀다. 1925년 《과학과 근대 세계》에서 그는 경고했다. 우리가 만든 추상적 개념은 도구다. 그런데 그 도구가 충분히 정교해지면, 우리는 도구를 창으로 오해하기 시작한다. 창 너머의 세계가 아니라 창 자체가 세계가 된다. 이것은 개인의 어리석음이 아니다. 인식의 구조적 특성이다. --- ## 📊 숫자가 현실을 먹는 방식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월스트리트의 리스크 모델은 세련되었다. VaR(Value at Risk)라는 수치가 매일 계산되었고, 그 숫자가 낮으면 안전하다는 뜻이었다. 트레이더들은 그것을 믿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숫자는 깔끔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실보다 명료한 추상이 훨씬 다루기 쉽다. 그런데 그 숫자는 무엇을 측정하고 있었는가. 과거의 변동성 패턴이었다. 즉 '이제까지 이런 일이 없었으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라는 가정이 수식으로 번역된 것. 모델은 현실이 아니라 모델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를 측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트레이더들은 그 차이를 보지 못했다. 아니, 보...
💘 짝사랑 상대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기 — 소극적인 나를 바꿔준 니체와 불교의 사랑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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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이 배신하는 순간, 나는 무엇이었나 서른이 되기 직전 겨울, 나는 매주 같은 독서 모임에 나가면서 여섯 번 연속으로 같은 말을 했다. "오늘은 말 걸어야지." 그리고 여섯 번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실패라고 쓰기도 민망하다 — 시도가 없었으니까. 빈 자리가 옆에 있어도 한 자리 더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쪽을 피하면서도 그쪽만 봤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게 꽤 이상한 상태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 니체가 『도덕의 계보』에서 분석한 르상티망(ressentiment)이 딱 이 상태다. 르상티망이란 자신을 주체로 정의하지 못하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반응적으로만 존재하는 방식이다. '나는 저 사람을 좋아한다'가 아니라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나는 가치 없다'가 되는 순간, 욕망의 방향이 뒤집힌다. 나는 그 사람을 원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눈에 비친 나를 원했던 것이다. 짝사랑 상태에서 우리가 실제로 사랑하는 게 뭔지 물어보면, 솔직히 대부분 이 답으로 수렴한다. --- ## ⚡ 힘에의 의지는 전략이 아니라 자기 극복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연애 조언이 실수를 저지른다. '힘 있어 보이는 사람이 매력 있다'는 결론을 먼저 내리고, 거기에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를 갖다 붙이는 식이다. 그러면 '주변 친구들에게 잘 보여 사회적 증거를 만들라'는 실용 조언에 철학적 코팅이 씌워진다. 틀린 말은 아니다 — 로버트 치알디니가 『설득의 심리학』에서 실험으로 보여줬듯, 인간은 타인의 선택을 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고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인 사람은 실제로 매력도 평가에서 유리하다. 문제는 그게 힘에의 의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가 반복하는 문장은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무언가다(Der Mensch ist etwas, das überwunden w...
🕯️ 슬픔을 끝내려 하지 마세요 — 상실을 '통합'하는 애도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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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좀 괜찮아졌어?" — 이 질문이 왜 잘못됐는가 작년 1월, 친구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두 달쯤 지나 그 친구와 밥을 먹었는데, 그가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가 즐겨 드시던 소주 브랜드가 리뉴얼됐다는 이야기였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쏟아지는 이야기의 첫 문장이었다. 나는 얼마 안 가 "그래도 이제 좀 괜찮아졌지?"라고 물었다. 친구는 잠깐 멈추더니 말했다. "뭐가 괜찮아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그 대답이 오래 머물렀다. 우리가 상실에 대해 쓰는 언어—극복, 회복, 털어내기—는 전부 슬픔을 완료 상태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담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삶을 보면 그게 얼마나 이상한 기대인지 드러난다. 부모를 잃은 사람이 삼 년 뒤 웃으며 밥을 먹는다고 해서, 그게 슬픔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단지 슬픔 옆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이다. 이 글은 그 차이에 관한 이야기다. ## 📚 프로이트가 남긴 숙제 슬픔을 '완료해야 하는 작업'으로 처음 체계화한 것은 프로이트였다. 1917년 논문 "애도와 멜랑콜리아(Mourning and Melancholia)"에서 그는 애도를 이렇게 정의한다. 죽은 사람에게 묶여 있던 리비도적 에너지를 조금씩 철수해서 새로운 대상에게 투여하는 '심리적 작업'. 이 작업이 완수되면 자아는 자유로워지고, 삶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이 프레임은 직관적으로 매력적이다. 슬픔을 일시적인 통과 과정으로 보면, 시간이 해결사가 되고 애도에도 끝이 생긴다. 문제는 DSM-5가 이 논리를 극단까지 밀고 나간 데서 드러난다.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강렬한 애도를 '지속성 복합 사별 장애(Persistent Complex Bereavement Disorder)'로 분류한다. 임상 기준으로는 타당할 수 있지만, 이 논리대로라면 20년 뒤에도 어머니 기일에 ...
💔 애착유형별 이별 후 회복 방식: 니체와 불교로 읽는 회피형·불안형·안정형의 사랑과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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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이별을 겪었다. 상대는 "우리 잘 지내자"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나는 그 문장 하나를 몇 달 동안 씹었다. 그 말이 위로인지 거절인지, 배려인지 방어인지 끝내 분류하지 못한 채. 그런데 신기한 건, 내 주변 친구들이 각자의 이별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무너진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친구는 다음 날 헬스장에 나갔다. 어떤 친구는 두 달 동안 상대방의 SNS를 매일 들여다봤다. 나는 뭘 하고 있었냐면, 이별을 철학적 문제처럼 다루려다 오히려 더 오래 앓았다. 존 볼비(John Bowlby)가 1969년 애착 이론을 정립하고,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가 낯선 상황 실험(Strange Situation, 1970)을 통해 회피형·안정형·불안형이라는 범주를 발견했을 때, 그들이 포착한 건 단순히 아이의 행동이 아니었다. 그건 친밀한 관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면의 작동 모델(internal working model)이었고, 이 모델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 맞는 [애착유형별 이별 후 회복 방식](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애착유형별+이별+후+회복+방식)까지 결정한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A형은 이렇고, B형은 이렇고'의 체크리스트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철학을 렌즈로 들이대야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 니체와 불교는 이 유형들을 낯설게 만든다. 그 낯섦 속에 회복의 실마리가 있다. --- ## 💨 회피형: 空처럼 보이지만 空이 아닌 것 회피형은 이별 후 가장 빠르게 '회복'처럼 보인다. 다음 날부터 업무에 집중하고, 일주일 안에 루틴을 되찾으며, "나 이미 괜찮아"를 진심으로 말한다. 주변은 감탄한다. 어떻게 저렇게 담담할 수가 있지? 여기서 불교적 착시가 생긴다. 외형만 보면 이건 불교가 말하는 空(śūnyatā)에 가깝다. 집착 없음, 흘려보냄, 있는 그대로. 그러나 《반야심경》의 ...
🏠 역모기지론 활용 노후설계 — 은행에서 직접 상담받고 나서야 알게 된 주택연금과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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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 14개월째, 날아온 공단 고지서 퇴직 14개월째 되던 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역가입자 전환 안내문'이 왔다. 예상은 했지만 숫자가 충격이었다. 월 보험료 23만 4천 원. 직장 다닐 때 회사가 절반 내주던 걸 이제 혼자 다 감당해야 했다. 국민연금은 아직 6개월 남았고, 고정비는 하나 더 붙었다. 그 무렵 친구가 "[역모기지론 활용 노후설계](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역모기지론+활용+노후설계) 알아봤냐"고 물었다. 주택연금은 들어봤지만 역모기지론은 뭔가 달라 보였다. 3주 뒤 KB국민은행 PB센터 상담 예약을 잡았다. 담당자가 처음 꺼낸 말이 이거였다. "선생님, 이 상품에서 받으시는 돈은 소득이 아니라 대출입니다." 그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 ## 🏠 역모기지론과 주택연금, 차이는 '성격'에 있다 주택연금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하는 공적 상품이다. 만 55세 이상, 공시가 12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가 대상이며, 사망할 때까지 매달 확정 금액을 받는 종신 구조다. 한 번 가입하면 안정적이지만, 중도해지 시 3년간 재가입이 불가하고 지급액 조정이 사실상 안 된다. 역모기지론은 시중은행(KB, 신한, 하나 등)이 취급하는 민간 대출 상품이다. 집을 담보로 대출 한도를 설정한 뒤, 그 한도 내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인출하거나 필요할 때 목돈을 꺼내 쓴다. 종신 보장은 없지만 조건이 유연하다.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여기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연금소득'으로 잡히고, 역모기지론 인출액은 '대출 실행'으로 잡힌다.** --- ## 💡 '대출로 분류된다'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재산을 합산해 산정한다. 금융소득과 연금소득이 늘어나면 보험료가 오른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공적연금 외 연금'으로 분류돼, 연간...
💘 짝사랑 티 내지 않고 가까워지는 법: 욕망에 대해 니체와 불교가 서로 반박하며 알려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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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열 시 반, 창가 두 번째 자리. 나는 책을 펼쳐 두고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그 사람이 늘 쓰는 자리에서 두 테이블 떨어진 곳이었다. 시선은 텍스트 위에 고정했지만 인식의 무게 중심은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있으려 의식할수록 몸이 뻣뻣해졌다. 그 어색함의 정체를 한참 뒤에야 이해했다. 나는 욕망을 품은 채 욕망이 없는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간극은 표정보다 먼저, 몸에서 드러난다. --- ## ⚔️ 니체가 불교를 싫어한 이유, 그리고 그게 핵심인 이유 [짝사랑 티내지 않으면서 거리 좁히는 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짝사랑+티내지+않으면서+거리+좁히는+법)을 철학으로 해석하려 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니체와 불교를 같은 방향으로 묶는 것이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로 당당하게, 불교의 무상으로 가볍게.'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 두 사상은 실제로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니체는 『안티크리스트』와 『도덕의 계보』에서 불교를 명시적으로 '수동적 허무주의(passive nihilism)'라 불렀다. 고통을 끝내기 위해 욕망 자체를 소거하는 방향, 그것은 니체가 보기에 삶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는 욕망의 강화이자 자기초극이다. 짝사랑의 감정이 있다면, 니체는 그것을 더 강렬하게 살아내라고 했을 것이다. 불교의 해탈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집착(upadana)을 내려놓는 것, 결과에 대한 기대를 비우는 것. 이 긴장을 덮어버리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두 사상이 충돌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짝사랑의 실제 구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 ## 👁️ 단순 노출의 역학: 존재 자체가 축적될 때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는 1968년 실험에서, 어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그것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증명했다.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다. 이후 수...
💰 ISA 만기 후 연금저축 이전 시 추가 세액공제 완전 정리: 직장인이 놓친 최대 4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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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기 문자 받고 출금 버튼 직전에 멈춘 이유 5년 전에 만들어둔 ISA 계좌 만기 안내 문자를 받았다. 잔액 870만 원. 앱을 열고 출금 버튼까지 눌렀다가 손가락이 멈췄다. 지난해 연말정산 화면에서 봤던 문구가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다. '[ISA 만기 연금저축 이전 추가 세액공제](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ISA+만기+연금저축+이전+추가+세액공제).' 그때는 귀찮아서 넘겼는데, 이번엔 제대로 파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출금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870만 원 전액을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했고, 올해 연말정산에서 14만 3천 원을 추가로 돌려받을 예정이다. 잔액이 3,000만 원을 넘었다면 최대 49만 5천 원까지 가능한 혜택이다. --- ## 💡 이 혜택의 구조: 900만 원 한도와 무관한 '별도' 공제 연금저축·IRP는 연간 납입액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연금저축 단독은 600만 원 한도). 세율은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면 16.5%, 초과면 13.2%다. 900만 원을 꽉 채우면 최대 148만 5천 원이 돌아온다는 사실은 이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ISA 이전 혜택은 이 900만 원 한도와 **완전히 별개다.** ISA 만기 자금을 연금저축·IRP로 이전하면, 이전 금액의 10%(최대 300만 원)가 추가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근거는 소득세법 제59조의3 제3항으로, 2022년 세제개편 시 신설된 조항이다. 국세청이 매년 배포하는 연말정산 안내 책자에서도 '연금계좌 추가납입 특례' 항목으로 명시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 ## 🤔 그런데 이게 '내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인가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ISA 이전 혜택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경우는 **이미 연금저축·IRP 합산 납입액이 연간 900만 원을 채우고 있을 때**다. 아직 900만 원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한 상태라면, ...
💘 짝사랑에 하루 15분만 써도 된다 — 니체와 불교로 읽는 감정 배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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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그 사람 이름을 검색했는지 모른다. SNS를 열면 그 사람 게시물로 시작했고, 자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것도 그 사람 프로필이었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애써 누르려 할수록, 그 사람 생각은 더 자주 튀어나왔다. 당시엔 내 의지력이 약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건 정확히 예측 가능한 메커니즘이었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건, 그 메커니즘과 내가 실험처럼 만들어간 [짝사랑 감정 소비 줄이는 루틴](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짝사랑+감정+소비+줄이는+루틴)이다. --- ## 🐻 억누르면 왜 더 생각나는가 — 흰곰 실험의 역설 1987년 하버드 심리학자 다니엘 웨그너(Daniel Wegner)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딱 한 가지를 부탁했다. "흰곰을 생각하지 마세요."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참가자들은 30초에 한 번꼴로 흰곰을 떠올렸다(*Paradoxical Effects of Thought Suppression*, JPSP, 1987). 그다음 "마음껏 생각해도 됩니다"라고 풀어줬더니, 처음부터 억제 지시를 받지 않은 집단보다 훨씬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떠올렸다. 웨그너는 이걸 '아이러닉 프로세스'라고 불렀다. 어떤 생각을 억누르려면, 역설적으로 그 생각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먼저 작동해야 한다. 감시자가 존재하는 한, 그 생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억제를 시도할 때마다 내 뇌 속에 그 사람 전담 감시팀을 자원봉사로 고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 ## ⚖️ 니체는 억압을 혐오했고, 불교는 집착을 경계했다 — 근데 방향이 반대다 이 지점에서 두 철학을 끌어들이고 싶은데, 솔직히 말하면 이 둘은 충돌한다. 이 충돌을 회피하면 인용문을 장식으로 붙이는 꼴이 된다. 니체는 충동을 억압하는 것을 르상티망(ressentiment)의 근원으로 봤다. 『도덕의 계보』에서 그는 "자기 자신을 향해 방향 전환...
🕯️ 애도의 철학 — 슬픔을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닌 이유, 프로이트가 말하는 제대로 잃어버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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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자리에서 나는 아무것도 울지 못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 사흘 내내 나는 멀쩡했다. 어른들이 흐느끼는 동안 나는 손님을 안내하고 음식을 날랐다. 조화 앞에서 절하는 법을 모르는 먼 친척을 도왔고, "넌 참 의젓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나는 그때 그 말이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슬픔이 도착한 건 세 주 뒤였다. 동네 마트에서 할머니가 즐겨 드시던 크래커가 품절된 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과자 진열대 앞에서 주저앉을 뻔했다. 왜 하필 거기서였냐고? 나도 모른다. 이것이 [애도의 철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애도의+철학)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지점이다. 애도는 보통 그렇게, 옆문으로 들어온다. --- ## 💼 프로이트가 슬픔을 '일'이라고 부른 이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917년 논문 「애도와 우울증(Trauer und Melancholie)」에서 'Trauerarbeit'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애도 작업', 직역하면 슬픔을 처리하는 노동이다. 그는 슬픔을 감정 상태가 아니라 능동적인 심리 작업으로 봤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에 심리적 에너지를 투자한다. 그 대상을 잃으면 자아는 그 에너지를 하나씩 회수해야 한다. 할머니가 내년 추석 자리에 없다는 사실,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 명절마다 받던 반찬 통이 사라진다는 사실 — 각각의 기억을 꺼내어 그것이 이제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 이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자아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슬픔을 참는다는 것은 이 작업을 미루는 것이다. 미뤄진 작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지하로 내려가고,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형태로 귀환한다. 과자 진열대 앞의 나처럼. --- ## ⚠️ 에픽테토스의 처방이 위험한 이유 물론 반론이 있다. 에픽테토스는 『엔케이리디온』에서 이렇게 썼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
💌 나는 밥을 차렸고, 그는 말을 기다렸다 — 사랑의 언어 불일치가 조용히 만든 외로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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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락을 싸던 그 새벽,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헤어지고 반년이 지나서야 이상한 점이 보였다. 나는 그 관계에서 지치지 않았다는 것. 야근이 잦은 그를 위해 새벽에 도시락을 쌌고, 출장 날엔 간식 꾸러미를 챙겼고, 감기에 걸리면 해장국을 끓였다. 나는 이것들을 하면서 소진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종의 충만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보면, 경고등이었다.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는 1992년 출간 이후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고 누적 판매량 2천만 부를 넘는다. 단순 자기계발서로는 이례적인 생명력이다. 25년 이상 임상 결혼 상담을 해온 채프먼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사람마다 사랑을 주고받는 기본 언어가 다르고, 그 불일치는 서로가 충분히 사랑을 주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상대의 '사랑 탱크(love tank)'는 텅 비는 상태를 만든다. 두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를 외롭게 하는 기이한 구도. 나와 그가 정확히 그랬다. --- ## 📨 수신 확인 없는 전송 — 봉사형 사랑의 구조적 결함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Acts of Service)에는 다른 언어들과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그것은 혼자서 완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말로 사랑을 전하려면 상대가 들어야 한다. 선물은 받아야 하고, 스킨십은 닿아야 한다. 하지만 도시락은 만들 수 있다 —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아도, 먹지 않아도. 나는 새벽 4시에 계란말이를 말면서 회로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그 회로는 그를 통과하지 않아도 작동했다. 나는 전송만 했고, 수신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채프먼의 '빈 사랑 탱크' 개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날카로워진다. 그는 자신의 탱크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분명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언어, "나는 지금 너를 사랑한다"는 문장이었다. 도시락은 그 문장이 아니었다. 암호화 방식이 달랐다. 더 이상한 것은,...
🔐 예금자보호 미적용 파킹통장 비교—증권사 CMA 발행어음은 왜 보호 대상에서 빠지는지 쉽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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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몰랐다, 내 파킹통장이 예금자보호 밖이었다는 것 재테크에 관심이 생기고 처음 연 게 파킹통장이었다. 증권사 앱에서 금리 높은 순으로 줄을 세워놨길래, 맨 위에 있는 걸 아무 생각 없이 골랐다. 그게 CMA 발행어음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지인한테 예금자보호 얘기를 꺼냈다가 "거기 보호 안 되는 거 알고 있어?" 라는 말을 들었다. 솔직히 그날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파킹통장이라는 이름 자체가 '잠깐 주차하듯 돈을 넣어두는 통장'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자도 나오고, 입출금도 자유롭고. 그러다 보니 은행 예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하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그 전제 자체가 상품마다 다르다는 거다. --- ## 🏦 은행 파킹통장과 증권사 CMA, 법적 구조가 다르다 먼저 구분부터 해야 한다. 파킹통장처럼 쓸 수 있는 상품이 크게 세 계열이다. **① 은행·인터넷전문은행 파킹통장** (토스뱅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예금자보호법 대상.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까지 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한다. **② 저축은행 파킹통장**: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법 적용. 단, 기관마다 별도 한도. SBI저축은행에 3,000만 원, OK저축은행에 4,000만 원 있다면 각각 5,000만 원 이하이므로 전액 보호된다. **③ 증권사 CMA**: 예금자보호법 적용 안 됨. CMA 안에서도 RP형, MMF형, 발행어음형으로 나뉘는데 법적 보호 구조가 제각각이다. 이 세 번째에서 모르는 사람이 가장 많다. --- ## 🔒 CMA-RP는 '비교적 안전'한 게 맞는데, 이유를 알고 써야 한다 CMA-RP(환매조건부채권형)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말이 재테크 커뮤니티에 돌아다닌다. 맞는 말이다. 근데 왜 그런지를 설명한 글은 거의 없다. RP는 구조상 투자자가 국채·통화안정채권 같은 채권을 증권사로부터 '매수'하는 형태다. 증권사는 나중에 그 ...
🌫️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의 철학: 실존적 권태에 사르트르가 불편하고 카뮈가 절반쯤 위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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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으름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달랐다 오후 세 시쯤이었다. 해야 할 일이 없진 않았다. 근데 몸이 안 움직였다. 정확히는, 움직이려는 의지가 어디론가 증발했다. 이불을 걷지도 않고, 핸드폰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천장 한쪽을 멍하니 봤다. 그 상태가 한 시간쯤 이어졌는데 이상한 건, 그게 불편하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냥 공허했다. 게으름이라고 하기엔 뭔가 달랐다. 게으름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안 하는 것 아닌가. 그날 나는 하고 싶은 것 자체가 없었다. 커피도 싫고, 유튜브도 싫고, 산책도 싫었다.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감각을 '[실존적 권태](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실존적+권태)(ennui)'라고 불렀다. 그런데 권태조차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태는 지루함인데, 그날 나는 지루하지도 않았으니까. 이 공허가 어디서 오는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르트르에 닿는다. --- ## 🧠 사르트르가 나를 비난하는 방식 사르트르의 핵심 명제는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 어떤 목적이나 의미를 미리 부여받지 않는다. 그걸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자유를 선고받은 존재"라고 불렀다. 선물이 아니라 선고다. 이 자유에서 도망칠 수 없다. 불편한 지점이 여기서 나온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이불 속에 누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하기 싫어서 못 했다"는 말은 자기기만이다. 그는 이걸 '불성실(mauvaise foi, 나쁜 믿음)'이라고 불렀다—자신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부정하고 상황의 피해자인 척하는 것. 이불 속의 나는, 사르트르의 눈으로 보면 자유를 회피하는 중이다. 이 논리는 가혹하지만 틀리지 않다. 그리고 그 가혹함이 오히려 핵심 단서가 된다. 권태는 의지의 부재가 아니라 의지를 어디에도 걸 수 없는 상태다. 그 상태에서도 나는 여전히 선택하는 ...
💬 좋아한다는 말을 못 하는 이유 — 니체와 붓다가 함께 말하는 사랑의 침묵과 고백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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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겨울, 나는 세 달 동안 매일 같은 카페에 앉았다. 옆자리에는 늘 그 사람이 있었고, 나는 매번 "오늘은 말해야지"라고 다짐했다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아무 말도 못 했다. 커피잔을 내려놓을 때마다 느끼는 그 작은 패배감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왜 말을 못 하는 걸까. 무서운 건 뭔가. 거절이? 아니면 말을 꺼내는 순간 이 카페의 온도 자체가 달라질 것 같은 느낌? 그 질문을 붙들고 한참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두 명의 철학자가 자꾸 떠올랐다. 니체와 붓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사랑의 침묵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있었다. 문제는, 그 두 사람이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말을 했다는 거다. --- ## ⚡ 니체가 보는 침묵: 자기 자신을 배반한 의지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Der Mensch ist etwas, das überwunden werden soll)." 이 문장은 보통 초인(Übermensch) 개념을 설명할 때 인용되지만, 나는 카페에서 아무 말도 못 하던 그 겨울에 이 문장이 다르게 읽혔다. 니체에게 인간의 핵심 동력은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다. 단순히 남을 지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강하게, 더 완전하게 만들려는 내적 충동이다. 그는 도덕이나 두려움 앞에 쪼그라드는 인간을 '노예 도덕'의 산물이라고 불렀다.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먼저 계산하고, 거절이 두려워 말을 삼키는 것—니체라면 그게 바로 노예의 자세라고 했을 것이다. [좋아한다는 말을 못 하는 이유](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좋아한다는+말을+못+하는+이유)를 니체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나는 내 의지보다 타인의 반응을 더 크게 두려워했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먼저 계산했고...
💔 사인을 몰랐던 게 아니라, 보지 않기로 했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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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의실 세 줄 앞이 비어 있는데도 대학교 2학년 겨울이었다. 강의실에 늦게 들어온 그녀는 앞쪽에 두 자리씩 비어 있는 줄을 지나쳐 내 옆에 앉았다.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도. 다섯 번째가 됐을 때 나는 그게 우연이 아닌 걸 알면서도, 알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처음 문자를 보낸 건 기말고사 일주일 전이었다. "오늘 발표 자료 어떻게 정리했어?" 짧은 메시지였는데, 나는 파일을 공유하며 대화를 거기서 끊었다. 다음 날 그녀가 보낸 건 발표 자료가 아니었다. "근처 카페 알아? 나 지금 혼자인데." 나는 스터디 약속이 있다고 했다. 약속은 없었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거절의 두려움이 아니었다. 더 정확히는, 관계가 지금 이 상태에서 달라지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잃을 것도 생긴다는 계산이 이미 내 안에서 끝나 있었다. 나는 감정을 배려로 번역해서 내놓았다. "내가 나서면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 그 말을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 사람이 실제로 부담스러워했는지는 끝내 물어보지 않았으면서. --- ## 💌 신호는 충분했다 그 학기 내내, 사인은 있었다. 도서관에서 마주쳤을 때 그녀는 이어폰을 빼고 먼저 말을 걸었다. 이어폰을 빼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봐라. 편의점에서 내가 뭘 사는지 보더니 "나도 그거 좋아해" 하고는 같은 걸 집어 들었다. 나는 그냥 웃었다. 과 단체 채팅방에서 내 농담에 처음으로 반응한 사람도 그녀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음 주제로 넘어간 뒤에도. 이 신호들을 나는 정말 몰랐을까. 아니다. 나는 봤다. 보면서 그것들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 '친절한 사람이라서', '그냥 그런 성격이라서', '너무 의미 부여하는 거 아닐까'. 인간의 뇌는 불확실한 것을 무해한 것으로 재분류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그 불확실성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 ...
💰 퇴직연금 DC형 자기납입 방법: 매달 직접 넣으면 연말정산 환급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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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날마다 퇴직연금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입사 후 4년 동안 퇴직연금 통장 비밀번호도 몰랐다. 회사가 매달 알아서 넣어주는 돈이니까, 내가 건드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은 건 연말정산 시즌이었다. 같은 연차의 동기가 160만 원 환급을 받을 때 나는 28만 원을 받았다. 차이가 어디서 났냐고 물어봤더니 돌아온 답이 짧았다. "나 DC 추가납입하거든."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DC형 퇴직연금에 본인이 직접 추가납입하는 건 직장인이 쓸 수 있는 세금 환급 수단 중에서 가장 번거롭지 않은 방법 중 하나다. --- ## 💰 세액공제, 실제로 얼마나 돌아오는가 [퇴직연금 DC형 자기납입 방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퇴직연금+DC형+자기납입+방법)은 IRP(개인형 퇴직연금)와 합산해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기준으로 나뉜다. 연 5,500만 원 이하라면 16.5%, 초과라면 13.2%가 적용된다. 숫자로 바로 보면 이렇다. - 월 25만 원 납입(연 300만 원): **49만 5,000원 환급** (16.5% 기준) - 월 50만 원 납입(연 600만 원): **99만 원 환급** - 월 75만 원 납입(연 900만 원): **148만 5,000원 환급** 연 900만 원을 DC 추가납입과 IRP를 합쳐서 채우면 연말정산 때 148만 5,000원이 통장에 들어온다. 연봉 5,500만 원 이하 기준이고, 그 이상이라면 900만 원 납입 시 118만 8,000원이다. 이 900만 원 한도는 DC 추가납입만으로 채울 수도 있고, DC + IRP 조합으로 채울 수도 있다. 어떻게 나눌지가 실제 선택의 문제다. --- ## 🤔 DC에 먼저 넣어야 하는가, IRP에 넣어야 하는가 이게 실제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조건에 따라 다르고, 대부분의...
🤫 에포케(epoché)와 판단중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이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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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단이 너무 쉬워진 세계 3월이었는지 4월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지인 한 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폭로 글이 피드에 올라왔을 때, 나는 그 글을 세 번 읽었다. 댓글은 이미 수백 개가 달려 있었다. 절반은 피해자를 지지하는 분노였고, 나머지 절반은 "한쪽 말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유보였다. 나는 공유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내렸다. 뭔가가 걸렸다. 이 감각이 비겁함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를 나는 한동안 알지 못했다. 지금은 안다. 그 감각의 이름은 [에포케(epoché)와 일상의 판단중지](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에포케(epoché)와+일상의+판단중지)다. --- ## 🏛️ 피론이 2400년 전에 발견한 것 기원전 4세기, 엘리스의 피론(Pyrrho of Elis)은 이런 주장을 했다. 어떤 주장에 대해서도 그와 동등하게 설득력 있는 반론이 존재하며, 이 사태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결국 판단을 보류하게 된다고. 그는 이것을 에포케—'중지' 혹은 '보류'를 뜻하는 그리스어—라 불렀다. 피론주의의 핵심 개념은 이소스테네이아(isostheneia), 번역하면 '동등한 힘'이다. 어떤 논쟁에서든 상반된 주장들을 저울에 올리면 양쪽이 정확히 동등한 무게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 균형을 정직하게 감지한 사람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 이유가 없다. 그래서 에포케가 발생한다.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아니라, 아직 내릴 수 없다는 인식이다. 피론은 이 에포케가 아타락시아(ataraxia)—마음의 평정—로 이어진다고 봤다. 섣부른 판단이 빚어내는 불안과 후회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 ## 🤖 알고리즘이 이소스테네이아를 지운다 문제는 오늘날의 정보 환경이 이소스테네이아를 경험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SNS 알고리즘이 '나쁜 정보를 보여준다'는 비판은 너무 단순하다.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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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제작 효율 최적화 위한 영지 세팅
### 1. 대성공 확률 증가 vs. 제작 수수료 절감 - **대성공 확률 증가**: 대성공 확률이 2% 증가해도 실제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 대성공 확률 5%에 2% 증가를 적용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0.1% 증가에 불과합니다. - **제작 수수료 절감**: 제작 수수료를 2% 절감할 경우, 제작할 때마다 발생하는 골드 비용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어 비용 절약 효과가 훨씬 큽니다. - 결과적으로, 제작 수수료 절감이 대성공 확률 증가보다 약 10배 더 많은 이득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대성공 확률보다는 수수료 절감에 집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 ### 2. 효율적인 영지 세팅을 위한 이득 극대화 세팅 - 영지 내 필수 세팅 아이템으로 "곡예사의 대기실," "찬란한 소원 나무," "여신의 가호"가 추천됩니다. - **곡예사의 대기실**: 마리샵에서 블루 크리스탈로 구매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제작 효율을 높이는 데 필수 아이템입니다. - **찬란한 소원 나무**: 수수료 절감을 제공하여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어 이득 극대화에 도움이 됩니다. - **여신의 가호**: 미술품 42개를 모아 획득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제작 효율을 제공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필수로 장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여신의 가호 대신, **곡예사의 무기 진열대**를 구매해 사용할 수도 있으며, 경제적인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 3. 의상 세팅 (선택적 적용) - 특정 의상을 착용하면 제작 효율이 약간 증가하지만, 최적의 의상 옵션은 없기 때문에 필수는 아닙니다. 크리스탈 비용이 부담스러울 경우 생략 가능하며, 다른 세팅을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 **드레스룸 이용**: 크리스탈을 사용하여 드레스룸에서 특정 NPC와의 호감도로 얻을 수 있는 의상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추천 의상**: 페...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 생활 도구 옵션
### 생활 도구 옵션 및 확률 | **옵션** | **고급** | **희귀** | **영웅** | **전설** | **유물** | |-------------------------|-------------|------------|-------------|-------------|-------------| | 기본 보상 추가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희귀 재료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특수 획득 확률 | 0.5~1% | 1~2% | 1.5~3% | 2~4% | 2.5~5% | | 내구도 미차감 확률 | 2.5~5% | 5~10% | 7.5~15% | 10~20% | 12.5~25% | | 채집속도 | 1.25~2.5% | 2.5~5% | 3.75~7.5% | 5~10% | 6.25~12.5% | | 미니게임 난이도 하락 | 1 | 1~2 | 1~2 | 2~3 | 2~3 | | 미니게임 보상 획득 확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낚시 캐스팅 등급 | 1~2 | 2~4 | 4~6 | 6~8 | 8~10 | --- ### 생활 키트 옵션 정리 - 영웅 등급 생활 도구가 제작 비용면에서 효율 좋음 | **생활 유형** | **필수 옵션 (빨간색)...
한국 핵무장 논의와 방위산업 관련주: 핵무기 개발 과정과 유망 종목 분석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논의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방위산업 관련 주식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 및 방어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관심을 끌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잠재적 수혜가 예상됩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등 외교적 변화는 이러한 방위산업 관련주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참조: https://gussconomy.tistory.com/entry/한국-핵무장-시나리오-관련주-투자-포인트-총정리 ) --- ### 핵무기 생산과정 요약 #### **핵연료 확보** : 고농축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와 같은 핵분열 물질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 **우라늄 농축**: 우라늄-235의 비율을 약 90% 이상으로 높이는 과정입니다. -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에서 우라늄-238을 중성자로 포획하여 플루토늄을 생성하고 이를 화학적으로 분리합니다. #### **폭발 장치 개발** : 확보한 핵연료를 폭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 **충돌 방식 (Gun-type)**: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두 덩어리를 빠르게 결합시켜 핵분열을 유도합니다. - **내부 압축 방식 (Implosion-type)**: 고폭압력으로 플루토늄을 압축하여 임계 질량을 초과하도록 합니다. ####. **무기화 및 배치** - 폭발 장치를 무기 형태로 조립하여 배치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미사일, 폭격기 등에 탑재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 ### 핵심적인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연료 확보**와 **폭발 장치 개발**입니다. - **핵연료 확보**: 핵분열 물질 확보가 핵무기 개발의 필수 조건입니다.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며, 보안과 국제적인 감시가 강화된 부분입니다. - **폭발 장치 개발**: 핵연료가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폭발시키는 장치가 없다면 무기화가 불가능합니다. 압축 방식 등 폭발 장치 개발 기술이 핵무기의 폭발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