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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페이론은 양자장이 아니다 —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과 현대 물리학, 비교가 놓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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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문장만 남은 철학자 작년에 아낙시만드로스의 유일한 단편을 처음 원문으로 읽었을 때, 놀란 건 내용이 아니라 분량이었다. 서양 철학사에서 '만물의 근원'을 최초로 추상적으로 정의한 인물의 말이 고작 한 문장 남아 있었다. "사물들은 반드시 그것들이 생겨난 곳으로 되돌아가 소멸하며, 이는 시간의 질서에 따른 불의(不義)에 대한 벌로 이루어진다." 철학책이 아니라 법정 판결문 같다. 이 문장 하나로 그를 이해하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러나 동시에, 이 단편의 밀도 자체가 뭔가를 말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우주론](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소크라테스+이전+철학자들의+우주론)을 다루는 글은 보통 두 가지 수순을 밟는다. 아페이론을 양자장과 연결하고, 헤라클레이토스의 불을 열역학과 연결한다. "2500년 전에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감탄한다. 나도 그렇게 읽어 왔다. 그런데 그 비교가 성립하는 이유를, 그리고 결정적으로 깨지는 지점을 제대로 따진 글은 거의 본 적이 없다. --- ## 💧 탈레스: 틀린 답이 만든 방법론적 혁명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을 때, 그것이 틀렸다는 사실은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선언이 혁명적인 이유는 내용 때문이 아니다. 탈레스 이전에도 사람들은 세계를 설명했다—신화로. 포세이돈이 움직여서 지진이 난다, 제우스가 번개를 던진다. 탈레스가 한 일은 그 설명 구조에서 인격적 행위자를 제거하고 물질로 대체한 것이다.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 바뀐 것이다. "왜 그런가?"에 대한 대답이 "누가 그랬다"에서 "무엇이 그렇게 만든다"로 전환되었다. 현대 물리학도 같은 형식으로 작동한다. 물리 상수가 왜 현재의 값인지,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신이 그렇게 정했다"는 설명은 물리학...
💰 퇴직금 중간정산 세금 계산법: 2026년 세율로 실수령액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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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몰랐던 퇴직금 중간정산,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전세 보증금이 부족해서 [퇴직금 중간정산 세금 계산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퇴직금+중간정산+세금+계산법)을 신청했습니다. 회사 인사팀에서 서류 목록을 건네주면서 "세금 좀 떼이실 거예요"라고 말했는데, 그 '좀'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퇴직금이 3,600만원이었는데 실제로 받은 금액이 3,510만원쯤이었고, 계산이 맞는지 확인해보려다 결국 5단계를 전부 밟았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을 그대로 공유합니다. 2026년 기준 세율입니다. --- ## 📊 퇴직소득세 계산, 5단계가 전부입니다 퇴직소득세는 근로소득세랑 다른 방식으로 계산됩니다. 핵심은 '환산'입니다. 퇴직금을 1년치 급여로 쪼개서 세율을 적용한 뒤, 다시 근속연수만큼 곱합니다. 오래 일할수록 세율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1단계: 근속연수 공제** | 근속연수 | 공제액 | |---|---| | 5년 이하 | 30만원 × 근속연수 | | 5년 초과 ~ 10년 이하 | 150만원 + 50만원 × (근속연수 - 5) | | 10년 초과 ~ 20년 이하 | 400만원 + 80만원 × (근속연수 - 10) | | 20년 초과 | 1,200만원 + 120만원 × (근속연수 - 20) | 8년 근속이면 150만원 + 50만원 × 3 = **300만원 공제** **2단계: 환산급여 계산** (퇴직급여 − 근속연수 공제) × 12 ÷ 근속연수 (3,600만원 − 300만원) × 12 ÷ 8 = **4,950만원** --- ## 📋 이 표를 모르면 계산이 막힙니다: 환산급여공제 여기서 많은 설명이 끊깁니다. 근속연수 공제표는 친절하게 안내하면서 환산급여공제는 "구간별로 다릅니다" 한 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검증하려면 이 표가 필수입니다. **...
💰 월세 보증금 2000만 원 굴리기: 반환 타임라인부터 ISA까지 완벽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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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에서 월세로 옮기던 날, 통장에 2000만 원이 생겼다 작년 가을, 2년 살던 전세 계약이 끝났다. 보증금 1억 5000만 원이 돌아왔고, 일주일 뒤 새 월세방 계약을 하면서 2000만 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 썼다. 그러고 나서 잠깐 멍해졌다. 2000만 원이 집주인 손에 들어갔는데, 이건 내 돈이 맞다. 계약 만료되면 돌려받는다. 그런데 그 2년 동안 이 돈은 어디에 있어야 하지? 보통예금에 그냥 두면 연 0.1%, 2000만 원 기준으로 1년에 2만 원이다. 이자소득세 15.4% 빼면 1만 6900원. 커피 두 잔 값이다. ## 📅 상품 고르기 전에, "언제 돌려받나"부터 확정하라 파킹통장이냐 CMA냐 MMF냐 따지기 전에, 보증금 반환 예정 시점을 먼저 달력에 박아야 한다. 이게 빠지면 상품 선택이 처음부터 틀린다. 나는 임대차 계약서에서 만료일을 확인하고 역산표를 짰다.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는 언제든 뺄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하고, 집주인이 반환을 미룰 경우를 대비해 일부는 항상 즉시 출금 가능한 상품에 묶어둬야 한다. 내가 잡은 배분은 이렇다. - **500만 원 → 파킹통장** (즉시 출금 가능, 유동성 쿠션) - **1000만 원 → CMA** (T+1~2일 출금, 금리 조금 더 높음) - **500만 원 → ISA 내 단기채 ETF** (6개월 이상 여유 있는 분량) 반환 시점까지 6개월 이상이면 이 비율 그대로 유지한다. 3개월 이내로 좁혀지는 시점에 CMA 잔액을 파킹통장으로 이동한다. 단순하지만, 타임라인과 연동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유동성이 죄다 묶인 상태에서 반환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 📉 금리 하락기에는 MMF 비중을 줄이고 특판 정기예금을 찾아라 2024년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낮췄다. 파킹통장과 CMA는 기준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같이 내려간다. MMF도 마찬가지인데, 단기채를 편입하는 구조라 채권 가격이 오를 때 ...
🌿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배우는 아타락시아 — 쾌락이 아닌 고요한 마음이 진짜 행복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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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이 배경음이 된 시대 어느 날 저녁, 할 일 목록을 다 지웠는데도 마음이 무거웠다. 마감도 없고, 미뤄둔 이메일도 없고, 딱히 걱정할 거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가슴 어딘가에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이유 없는 불안. WHO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불안장애를 겪는 인구는 약 3억 100만 명에 달한다. 수치 뒤에는 내가 있었고, 아마 당신도 있을 것이다. 그 무렵, 에피쿠로스를 다시 펼쳤다. 흔히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라는 낙인과 함께 소환된다. 맛있는 음식, 좋은 와인, 감각적 향유. 하지만 그것은 로마 상류층이 자신의 방종을 철학으로 포장하면서 만들어낸 왜곡이었다. 에피쿠로스가 아테네 교외 정원에서 제자들과 나눈 식사는 치즈와 빵이 전부였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철학자 열전』 10권에서 에피쿠로스의 편지를 직접 인용한다. "치즈 한 조각만 있어도 나는 이미 풍요롭다." 이것이 쾌락주의자의 식단이다. --- ## 📜 에피쿠로스가 실제로 말한 것 에피쿠로스의 핵심 개념인 [아타락시아](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아타락시아)(ἀταραξία)는 '쾌락의 극대화'가 아니라 '동요 없음'이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131절에서 그는 이렇게 쓴다. "몸에 고통이 없고 영혼에 불안이 없을 때, 우리는 쾌락의 극점에 도달한다." 최고의 상태는 강렬한 쾌감이 아니라, 결핍과 동요의 부재다. 『중요한 교설』(Κύριαι Δόξαι)에서 에피쿠로스는 욕망을 세 층위로 분류한다.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배고픔, 우정, 철학적 사유), 자연스럽지만 필요하지 않은 것(미식, 성적 향락), 자연스럽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것(명성, 권력, 부). 아타락시아는 첫 번째 층위에서만 충족 가능하다. 나머지는 채울수록 비어지는 그릇이다. 이 구조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급진적이다. 에피쿠로스는 욕망을 ...
🫒 에피쿠로스가 죽기 직전 쓴 편지에는 쾌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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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피쿠로스를 처음 만난 날의 착각 대학원 첫 학기, 헬레니즘 철학 수업에서 담당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에피쿠로스가 쾌락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거의 모든 손이 올라갔다. 나도 올렸다. 교수는 짧게 웃고는 수업을 시작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한 학기가 걸렸다. 에피쿠로스(기원전 341–270)는 쾌락을 삶의 시작점이자 목적으로 보았다. 여기까지는 맞다. 그런데 그가 남긴 텍스트를 직접 읽으면 이상한 대목이 있다. 기원전 306년 아테네 외곽에 '정원(Κῆπος)'이라는 공동체를 세운 이 철학자가 가장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쾌락이 아니라 우정이었다. 『주요 교설』 27번은 이렇게 말한다. "지혜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 중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의 소유다." 쾌락주의자의 언어처럼 들리는가. --- ## 💭 '쾌락'이라는 단어가 만든 오해 오해의 출발점은 그리스어 '헤도네(ἡδονή)'다. 에피쿠로스는 헤도네를 두 종류로 나눴다. 움직이는 쾌락(키네틱 헤도네)과 정지한 쾌락(카타스테마틱 헤도네)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의 즐거움은 전자다. 몸에 고통이 없는 상태인 아포니아(ἀπονία)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인 아타락시아(ἀταραξία)는 후자다. 에피쿠로스가 실제로 추구한 것은 후자였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에 명확히 나온다. "우리가 쾌락이 시작이자 목적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방탕한 자들의 쾌락이나 감각적 즐거움 안에 놓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타락시아의 상태에 가장 가깝게 데려다주는 것은 무엇인가. 부도, 명성도, 철학적 논증도 아니다. 에피쿠로스의 대답은 우정이다. --- ## 🤝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분류했고, 에피쿠로스는 우정을 살았다 [에피쿠로스 우정론](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에피쿠로스+우정론)이 얼마나 독특...
💰 파킹통장 하루이자 계산법 — 월급 전날 잔고 10만원, 진짜 얼마 버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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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일이 내일인데 통장 잔고가 10만원이다. 이 돈을 파킹통장에 넣어봤자 얼마나 되겠어 싶은 건 맞다. 나도 처음엔 그냥 내버려뒀다. 근데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나서 깨달은 건, 10만원 이자 얘기가 아니었다. --- ## 🧮 하루 이자 계산, 공식은 단 하나 [파킹통장 하루이자 계산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파킹통장+하루이자+계산법)은 매일 잔고를 기준으로 이자를 쌓는 구조다. 계산식은 단순하다. **하루 이자 = 원금 × 연이율 ÷ 365** 연 2% 상품에 10만원을 넣으면: 100,000 × 0.02 ÷ 365 = **약 5.5원** 연 3%라면: 100,000 × 0.03 ÷ 365 = **약 8.2원** 잔고에 비례하니까, 100만원이면 55원, 300만원이면 164원이 된다. 이자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이 공식을 직접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앱에 표시되는 숫자를 그냥 믿기보다, 연이율 확인하고 본인 잔고에 대입해보면 한 달치 이자가 30초 안에 나온다. --- ## ⚠️ 광고 금리와 실제 이자가 다른 이유 — 구간별 금리 구조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연 3%!'를 광고하는 파킹통장이라도, 전액에 3%를 주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구간별 우대금리** 구조로 되어 있어서, 특정 한도까지만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초과분은 0.1~1%대로 뚝 떨어진다. 예를 들어 이런 구조라면: - 0 ~ 300만원: 연 3% - 300만원 초과분: 연 0.1% 500만원을 넣었을 때 하루 이자를 계산하면: - 300만원 × 3% ÷ 365 = **246원** - 200만원 × 0.1% ÷ 365 = **5.5원** - 합계: **약 251원/일** 반면 500만원 전체에 3%가 붙는다고 착각하면: - 500만원 × 3% ÷ 365 = **410원/일** 하루 160원 차이, 1년이면 **5만8천원** 넘게 벌어진다. 같은 3%를 보고 넣었는데 실제 수익이 절반 ...
💰 월급 전날 10만원, 파킹통장 금리 실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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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은 25일인데, 24일 오전에 앱을 열면 잔고가 10만원 남짓만 남아있는 날이 종종 있다. 카드값, 보험료, 구독비가 죄다 빠져나가고 남은 것들이다. 예전에는 그냥 뒀다. 하루짜리인데 뭘 움직이겠나 싶기도 했고, 솔직히 귀찮았다. 이자가 붙든 안 붙든, 하루치 돈을 이체하는 게 괜한 수고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날 호기심에 계산해봤다. 연 2%짜리 파킹통장에 10만원을 하루 맡기면 이자가 얼마나 붙을까. 10만원 × 0.02 ÷ 365 = 5.48원. 이자소득세 15.4% 빼면 4.63원. 원 단위 반올림이니 실수령은 4원이다. 4원. 이걸 받겠다고 앱을 열고 이체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근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입출금통장에 그냥 두면 이자가 진짜로 0원이다. 4원이랑 0원은 다르다. 이 단순한 차이가 이상하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소액 파킹통장 금리 비교](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소액+파킹통장+금리+비교)를 직접 해봤다. 2025년 1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월급날 전날 남은 잔고를 매달 다른 파킹통장에 실제로 옮겨봤다. 이체 직후와 이자 입금 시점에 앱 화면을 캡처해두고, 다음 날 얼마가 찍히는지 직접 확인했다. 금액은 매달 달랐는데 8만원에서 12만원 사이였다. --- ## 🏦 비교한 파킹통장 세 곳, 당시 금리 새로 계좌를 개설하면 본인 인증이 번거롭다. 그래서 이미 갖고 있는 계좌 중에서만 골랐다.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 토스뱅크,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세 곳이었다.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 — 2025년 11월 기준 연 2.0%. 세이프박스는 입출금통장 화면 안에서 금액을 분리해두는 기능이다. 타 계좌로 이체하는 게 아니라 같은 앱 안에서 탭 몇 번으로 끝난다. 조작이 제일 빠르고, 분리해둔 금액이 다른 결제에 실수로 쓰이는 걸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다. **토스뱅크** — 당시 연 2.3%. 잔고를 두기만 해도 매일 이...
🧠 알면서도 한다 — 아크라시아, 의지의 나약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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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크라테스가 틀렸다 어젯밤 또 그랬다. 자정이 넘어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낮에 분명히 다짐했다. 오늘은 야식 없이 잔다고. 그런데 손은 이미 치킨 봉지를 뜯고 있었다. 먹으면서도 알았다. 이건 좋지 않다. 알면서 했다. 이 경험이 철학적으로 흥미로운 이유는, 소크라테스가 이 상황을 아예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도 자발적으로 나쁜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쁜 선택은 항상 무지의 결과다. 알면 행한다. 이것이 그의 지덕합일(知德合一) 테제다. 그렇다면 내가 야식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 치킨을 집어 들었다는 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진짜로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정말 몰랐던 걸까? 아니다. 나는 알았다. 그래서 [아크라시아](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아크라시아)가 필요하다. --- ## 🧠 아리스토텔레스의 진단, 그리고 데이비드슨의 역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7권 1~10장에서 소크라테스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아크라시아는 실제로 존재한다. 알면서도 더 나쁜 것을 선택하는 의지의 나약함이 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에게는 두 종류의 앎이 있다. "야식은 건강에 나쁘다"는 보편적 앎과, "지금 내 앞의 이 치킨이 나쁘다"는 특수한 앎. 아크라시아 상태에서는 보편적 앎은 있지만 특수한 앎이 욕구에 의해 일시적으로 억눌린다. 술 취한 사람이 윤리학 명제를 암송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럴싸한 설명이다. 그런데 1969년 도널드 데이비드슨은 여기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논문 「How is Weakness of the Will Possible?」에서 그는 아크라시아를 인정하는 순간 실천 추론 전체가 흔들린다는 논리적 긴장을 드러냈다. 우리의 행위는 이유(reason)에 의해 설명된다. 내가 치킨을 집어 든 건 뭔가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크라...
🔴 수치심의 철학: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 나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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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에서 넘어진 날 몇 년 전 출근길 지하철에서 급정거에 중심을 잃고 그대로 넘어졌다. 다친 곳은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순간 뺨이 달아올랐는데, 이상한 건 지하철 문이 닫히고 혼자 걸어가는 내내 그 열감이 가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를 보던 승객들은 이미 각자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혼자 계속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왜? 이 질문에서 출발하면 수치심은 꽤 복잡한 감정이 된다. --- ## 😳 수치심은 왜 혼자서도 일어나는가 사르트르는 수치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존재와 무》(1943) 3부에서 그는 열쇠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는 남자를 묘사한다. 남자는 거리낌 없이 문에 귀를 갖다 대다가 갑자기 복도에서 발소리를 듣는다. 그 순간 수치심이 밀려든다. 사르트르의 분석은 간결하다. 타인의 시선이 나를 객체로 만드는 순간 수치심이 생긴다는 것. 하지만 이 설명은 내 지하철 경험의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버나드 윌리엄스는 《수치심과 필연성》(Shame and Necessity, 1993)에서 다른 각도를 제시한다. 수치심의 핵심은 실제로 보는 타인이 아니라 '상상된 관찰자(imagined observer)'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도 없을 때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데, 그건 이미 타인의 시선이 내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철학자의 입장은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결론은 상당히 다르다. 사르트르에게 수치심은 외부로부터 온다. 타인이 사라지면 수치심도 사라진다. 반면 윌리엄스에게 수치심은 자아 구조 자체의 문제다. 타인이 없어도, 그 타인을 이미 내면화한 자아가 스스로를 심판한다. 무인도에 혼자 있어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면, 수치심은 타인의 부재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자아의 기능이다. --- ## 📚 루스 베네딕트가 틀린 이유 이쯤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구분이 등장한다. '수치 문화(shame culture) 대 죄 문화(g...
💰 반전세 보증금 500만 원, 파킹통장·CMA·단기채 ETF 실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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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전세로 바꾸고 나서야 깨달은 것 작년 9월, 전세 1,500만 원짜리 집을 반전세로 재계약했다. 집주인이 월세를 원했고, 나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 40만 원 조건으로 합의했다. 1,000만 원이 갑자기 내 손에 들어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별생각 없이 주거래 통장에 넣어뒀다. 3개월 후 이자 내역을 보니 2,700원이었다. 연 0.1% 입출금 통장에 넣어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같은 기간 파킹통장에 넣었으면 5만 원은 받았을 텐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파봤다. 파킹통장, CMA-RP, 단기채 ETF. 다들 굴리라고 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실제로 비교한 글은 드물었다. 특히 [반전세 보증금 운용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반전세+보증금+운용법)을 제대로 따진 비교는 더더욱 없었다. --- ## ⚠️ 이 돈이 '그냥 여윳돈'이 아닌 이유 반전세 보증금은 성격이 묘하다. 내 통장에 있지만, 온전히 내 돈이 아니다. 계약 만료일에 집주인에게 고스란히 돌려줘야 하고, 최악의 경우 집주인이 갚지 못해 법원 경매를 통해 회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특성 때문에 운용 원칙이 달라진다. **원금 손실은 절대 안 된다.** 500만 원이 470만 원이 됐을 때 계약 만기가 돌아오면, 30만 원을 내 다른 돈으로 메워야 한다. 그건 재테크가 아니라 그냥 손실이다. **언제든 빠르게 뺄 수 있어야 한다.** 집주인이 세금을 연체하거나 근저당이 갑자기 추가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순간 돈이 묶여 있으면 안 된다. 2023~2024년 전세사기 사태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안다—"설마 우리 집주인이야"가 "경매 넘어갔다"로 바뀌는 데 두 달도 안 걸린다. 운용 기준은 수익률 최대화가 아니라, **유동성 확보 + 원금 보전 + 그 안에서 최대 수익**이다. --- ## 📊 파킹통장 vs CMA-RP vs 단기채 ETF, 직...
💰 월세 보증금 500만원, 파킹통장 하나면 연 12만원 더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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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 빠지고 나서 생긴 '애매한 돈' 문제 작년 봄에 전세 계약이 끝났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했고, 고민 끝에 그냥 반전세로 옮겼다. 전세 보증금 1억 2천에서 월세 보증금 500만원으로 줄었으니, 차액 1억 1500만원은 따로 투자 계좌에 넣었다. 문제는 보증금으로 묶인 그 500만원이었다. 이 돈은 계약 기간 내내 손댈 수 없다. 그렇다고 주식이나 ETF에 넣기엔 변동성이 부담스럽다. 퇴거 때 반드시 돌려받아야 하는 돈이니까. 그래서 그냥 입출금 통장에 방치해뒀는데, 1년 뒤 이자 명세를 보고 나서야 후회했다. 국민은행 보통예금 금리 연 0.1%, 1년 이자가 세후 4,230원이었다. 쓸 수도 없는 돈을 1년 동안 은행에 공짜로 빌려준 셈이다. 같은 기간에 [월세 보증금 소액 파킹통장 굴리기](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월세+보증금+소액+파킹통장+굴리기)를 실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직접 계산해봤다. --- ## 📊 2026년 5월 기준, 파킹통장 금리와 실수령 이자 계산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시점에서 500만원을 파킹통장에 넣으면 세후 연 최대 약 12만 7천원을 받을 수 있다. 아래 수치는 2026년 5월 기준이며, 금리는 수시로 변동되므로 가입 전 각 앱에서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주요 파킹통장 현황** | 상품 | 세전 금리 | 고금리 적용 한도 | 예금자보호 | |---|---|---|---| |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 연 3.0% | 1억원 이하 전액 | 5천만원까지 | | 케이뱅크 플러스박스 | 연 2.5% | 3억원 이하 전액 | O | |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 | 연 2.1% | 1억원 이하 전액 | O | | 토스뱅크 통장 | 연 2.0% | 한도 없음 | O | 이자소득세 15.4%를 적용한 실수령 이자는 다음과 같다. - SBI 사이다뱅크: 500만원 × 3.0% = 15만원 → **세후 126,900원/년 (월 약 10,...
🌀 철학적 허무주의 극복법: 니체는 의미를 창조하라 했고, 카뮈는 그것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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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연봉 협상이 끝난 다음 날이었다. 숫자는 좋았다. 전년보다 12% 올랐고, IT 스타트업 팀장은 메시지에 "탁월한 성과"라는 단어를 썼다. 그런데 강남역 9번 출구 계단을 올라오면서 나는 멈춰 섰다. 뭔가가 와야 하는 것 같은데. 기쁨이든 뿌듯함이든.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계단 위로 사람들이 밀려갔고, 나는 지하철 환기구에서 나오는 매캐한 바람을 맞으며 그게 뭔지 한참 생각했다. 그 느낌에 이름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철학적 허무주의 극복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철학적+허무주의+극복법)을 두고 철학자들이 오래 논쟁했고, 니체가 1882년에 먼저 진단을 내렸다. --- ## 💀 신은 죽었다—그리고 우리가 죽였다 『즐거운 학문』 §125에서 니체는 한낮에 등불을 들고 광장을 뛰어다니는 미친 사람을 등장시킨다. "신을 찾는다"고 외치는 그를 사람들이 비웃자 그는 말한다.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 이 대목을 종교 비판으로만 읽으면 절반을 놓친다. 니체가 말하는 '신'은 절대적 가치 체계 전부를 가리킨다. 이성, 진보, 도덕, 민족주의—우리가 신 대신 붙잡으려 했던 것들. 연봉 12% 상승도 그 자리에 있었다. 객관적 지표, 측정 가능한 성과, 타인이 부여하는 "탁월함"이라는 라벨. 그것들이 의미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걸 계단 위에서 몸으로 알았다. 니체는 이 허무를 두 가지 반응으로 나눈다. 유고집에서 나온 구분인데—여기서 짚고 가자면, 흔히 알려진 『권력에의 의지』는 니체 사후에 여동생 엘리자베트 푀르스터-니체가 편집한 판본으로, 반유대주의적 맥락이 덧씌워졌다. 니체 자신은 『에케 호모』에서 "나는 독일인이 아니다, 나는 좋은 유럽인이다"라고 썼고, 독일 민족주의를 반복해서 조롱했다. 나치가 전용한 "권력에의 의지"와 니체가...
💰 전세 보증금 5억, 8개월 만에 세후 1천만 원 버는 법 — 잃지 않으면서 수익 내는 4가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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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증금이 통장에 들어오던 날 작년 10월, 8년 살던 전세 계약이 끝나면서 보증금 5억 2천만 원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잔액을 보고 기쁘다기보다 무서웠다. 이 돈은 다음 해 6월에 새 전세 잔금을 치러야 하는 돈이다. 날아가면 그냥 길바닥에 나앉는다. 그러니 수익을 극대화하기보다 '절대 잃지 않는 것'이 먼저였다. 그런데 이 돈을 주거래 은행 보통예금에 놔두기엔 너무 아까웠다. 당시 시중은행 수시입출식 예금 금리는 연 0.1% 수준. 5억을 1년 넣어봐야 50만 원이다. 그래서 8개월 동안 세 가지 방법을 조합해 운용했고, 세후 수익 약 1,030만 원을 챙겼다. 방법별로 솔직하게 적는다. --- ## 🏦 파킹통장 2개로 유동성 확보 가장 먼저 한 건 '언제든 뺄 수 있는 돈'을 따로 떼어두는 것이었다. 갑자기 이사 비용이나 예비비가 필요할 수 있으니까. 약 8천만 원을 인터넷전문은행 두 곳에 나눠 넣었다. 파킹통장은 수시입출금이 되면서도 하루 단위로 이자를 계산해 준다. 당시 기준 연 3.5~3.8% 수준이었고,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인당 1금융기관당 5천만 원이라 두 은행에 4천만 원씩 분산했다. 이 돈의 역할은 수익이 아니라 '대기 자금'이다. 실제로 11월에 이삿짐센터 계약금 500만 원이 갑자기 필요했는데, 다음 날 바로 뺄 수 있었다. 파킹통장 금리 비교는 네이버 파인이나 뱅크샐러드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 ## 📈 저축은행 특판 예금에서 진짜 수익이 났다 나머지 4억 4천만 원 중 3억 2천만 원은 저축은행 정기예금으로 돌렸다. 이번 운용의 핵심이었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예금 금리가 보통 0.5~1%p 높다. 특히 특판 예금은 신규 고객 유치용으로 6개월, 9개월 단기 상품을 연 4.0~4.8%로 내놓는 경우가 있다. 내가 넣을 당시 두 곳에서 각각 연 4.5%, 연 4.3% 6개월 특판을 잡았다. 특판 정보를 찾는 현실적인 방법: 저축은행중앙회 소비...
💰 전세→월세 이사 후 남은 보증금 2억2천, 나는 이렇게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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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정산 완료 문자가 뜨고 이틀 뒤, 2억2천만 원이 통장에 찍혔다. 전세 보증금 2억4천에서 새 월셋집 보증금 2천을 빼고 남은 돈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쁘지 않았다. 두 달 안에 짐을 빼야 했던 집, 급하게 구한 월셋방, 부쩍 오른 관리비. 그 과정을 통과하고 나니 돈을 앞에 두고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그냥 피곤했다. 그래서 첫 일주일은 아무것도 안 했다. 파킹통장에 넣어두고 숨 좀 쉬었다. 그다음 주부터 [월세 보증금 굴리기](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월세+보증금+굴리기)를 천천히 따져봤다. 어디에 넣을지 정하기 전에, 이 돈이 어떤 돈인지부터 정의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 ## 💡 이 돈은 '투자금'이 아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내려온 사람이 보증금 차액을 공격적으로 굴리다 낭패 보는 케이스를 주변에서 봤다. 이유는 단순하다. 2~3년 후 전세로 다시 올라가려면 원금이 온전히 있어야 한다. 손실이 나면 더 좁은 집에 들어가거나 대출을 끌어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2억2천을 성격별로 세 덩어리로 나눴다. - **10% (2,200만 원):**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유동성 자금 - **50% (1억1,000만 원):** 전세 재진입을 위한 원금 보호 자금 - **40% (8,800만 원):** 5년 이상 안 건드릴 장기 여유분 비율의 근거는 이렇다. 2억2천의 절반인 1억1천을 온전히 지키면 경기도 외곽이나 서울 외곽 전세 재진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다. 나머지 40%는 그 계획과 무관하게 굴릴 수 있는 진짜 여유분이고, 10%는 이사·수리·예상 외 지출에 대비한 완충재다. 20/50/30이 아닌 이유는, 비상금을 10%만 잡으면 이사 시즌에 지출이 한꺼번에 몰릴 때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 ## 🏦 2,200만 원은 케이뱅크 파킹통장에 파킹통장의 핵심은 금리가 아니라 즉시 출금 가능성이다. 2026년 5월 기준, 케이뱅...
🕯️ 아케디아 철학: 중세 수도사의 한낮 악마가 현대 번아웃보다 정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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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쯤이었다. 노트북 화면에 기획서가 열려 있었고, 커서는 빈 문서 위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그 기획서가 사흘째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거다. 처음에는 '지금 집중이 안 돼서', 그 다음엔 '아이디어가 아직 무르익지 않아서'라고 자신을 설득했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커서는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게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무언가 더 깊은 곳이 꺼져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이 감각에 이미 이름이 있었다는 것을. 그것도 1,700년 전에 붙여진 이름이. --- ## 😈 한낮의 악마가 찾아올 때 4세기 이집트의 수도사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Evagrius Ponticus)는 수도원 생활을 위협하는 여덟 가지 악한 생각을 목록으로 정리했다. 그중 여섯 번째가 아케디아(ἀκηδία, acedia)였다. 그는 이것을 '한낮의 악마'라 불렀다. 정확히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태양이 가장 높이 떠 그림자가 짧아지는 시간대에 찾아온다고 했다. 에바그리우스의 묘사는 섬뜩할 정도로 구체적이다(*De Octo Spiritibus Malitiae*). 아케디아에 사로잡힌 수도사는 태양이 천천히 움직인다고 느낀다. 하루가 마치 50시간처럼 느껴진다. 창밖을 자꾸 내다본다. 다른 수도사가 찾아왔으면 하고 바란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감각이 밀려온다. 이것은 게으름이 아니었다. 수도사는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의미를 담는 그릇이 깨진 것이었다. 에바그리우스는 이 상태를 단순한 피로나 나태와 구분하여 독립적인 악으로 분류했고, 그것이 수도 생활을 끝장내는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 ## 🔥 번아웃이라는 현대의 진단 1974년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처음...
🔥 카테콘을 잃었을 때 — 스토아 철학으로 번아웃을 재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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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이 왔을 때 나는 일을 줄이는 대신 책을 쌓았다. 틀린 처방이었다—정확히는 원인 진단이 틀렸다. 내가 지친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일이 내 것인지 모르겠어서였다. 2022년 가을, 기획안 하나를 마무리하는 데 여섯 시간이 걸렸다. 예전엔 두 시간이면 됐다. 몸이 아프지도 않았고, 커피도 마셨고, 슬랙 알림도 꺼 뒀다. 그냥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마슬락(Christina Maslach)이 1981년 발표한 MBI 논문(*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2(2), 99–113)에서 번아웃을 세 축으로 정의했다—정서적 소진, 탈인격화, 성취감 결여. 나는 당연히 첫 번째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세 번째가 더 맞았다. 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느낌. 그게 내 번아웃의 핵심이었다. --- ## 🧩 에픽테토스 이분법이 나한텐 안 먹힌 이유 에픽테토스의 이분법도, 아모르 파티도, 국내에 쏟아져 나온 스토아 자기계발서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것들은 피로를 다루는 언어이지, 의미 상실을 다루는 언어가 아니었다. 내가 진짜 잃은 건 **카테콘(καθῆκον)**이었다. 제논이 처음 정의하고 키케로가 *De Officiis*에서 *officium*으로 번역한 이 개념은 '지금 내 위치에서 이성적 존재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을 뜻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 5권 8절에서 이렇게 쓴다: > "새벽에 일어나기 싫을 때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러 간다." (*Meditations* V.8) 이건 동기부여 격언이 아니다. 마르쿠스에게 '해야 할 일'은 카테콘—자신의 역할과 자신의 행위 사이의 연결 고리—이었다. 번아웃에 빠진 사람이 잃은 건 체력이 아니라 바로 이 연결이다. 일은 하고 있는데 그게 내 역할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감이 사라질 때, 여섯 시간 동안 기획안 하나를...
💰 ISA 만기 연금저축 이전, '300만 원 절세'의 진실과 실제 환급액 계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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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A 만기가 됐을 때 잠깐 멈칫한 이유 작년 11월, 5년짜리 ISA 통장이 만기를 맞았다. 잔액이 2,100만 원 남짓이었다. 처음에 그냥 출금하려다가, 지인에게서 "연금저축으로 옮기면 세금 환급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귀가 솔깃해서 찾아봤더니 블로그마다 '최대 300만 원 세액공제'라는 말이 나왔다. 30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300만 원'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이고, 실제 환급액은 세율을 곱한 훨씬 작은 값이다. 이 차이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글이 없어서 직접 계산해봤다. --- ## 💰 '300만 원 공제'와 실제 환급액은 다르다 [ISA 만기 연금저축 이전 추가납입 절세](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ISA+만기+연금저축+이전+추가납입+절세)를 활용하는 구조는 이렇다. ISA 만기 해지 후 60일 이내에 연금저축이나 IRP로 이전하면 이전금액의 10%까지 추가 세액공제 한도가 생긴다. 한도 상한이 300만 원이니, 3,000만 원 이상을 이전해야 한도를 꽉 채울 수 있다. 환급액은 여기에 세액공제율을 곱해서 나온다. -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공제율 16.5% → 최대 **49.5만 원** 환급 - 총급여 5,500만 원 초과: 공제율 13.2% → 최대 **39.6만 원** 환급 내 경우를 예로 들면, 2,100만 원을 이전했으니 추가 공제 한도는 210만 원(2,100만 × 10%)이었다. 5,500만 원 이하 구간이라 16.5%를 적용하면 210만 원 × 16.5% = 34.65만 원이 환급 대상이다. 300만 원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면 0원이니, 어차피 연금저축에 넣을 계획이 있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이 추가 한도는 기존 연금저축 납입한도(600만 원, IRP 포함 900만 원)와 별개로 쌓인다. 이미 그 해 납입한도를 꽉 채웠더라도 최대 300...
💰 파킹통장 금리 비교 2026: 월급날 하루만 맡겨도 이자 붙는 통장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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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날 아침, 내 돈이 사라지기 전 몇 시간 월급이 들어오는 날 아침은 항상 짧다. 오전에 급여가 찍히면 점심 전에 카드값이 빠지고, 저녁엔 보험료와 통신비가 순차적으로 나간다. 내 월급이 내 계좌에 머무는 시간이 채 여섯 시간도 안 되는 날이 있다. 파킹통장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딱 그 이유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틀, 사흘 안에 빠져나갈 돈이라도 그 사이에 이자라도 붙히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계좌를 직접 열어봤고, 지금은 월급 통장과 파킹통장을 분리해서 쓴 지 2년이 넘었다. 한 가지는 먼저 말해두고 싶다. 파킹통장은 '설정만 해두면 알아서 굴러가는' 구조가 아니다. 계좌를 새로 열고,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한도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들어간다. 그 수고를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는 지금 각 상품이 제시하는 숫자를 보면 판단할 수 있다. --- ## 📊 2026년 5월 기준 [파킹통장 금리 비교 2026](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파킹통장+금리+비교+2026) 현재 주요 파킹통장의 기본 금리(별도 조건 없음·세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상품 | 금융사 | 연 금리(세전) | 우대 한도 | |---|---|---|---| | 파킹통장 | 웰컴저축은행 | **연 3.2%** | 1억 원 | | 저금통 | 사이다뱅크 | **연 3.0%** | 3억 원 | | 플러스박스 | 케이뱅크 | **연 2.5%** | 3억 원 | | 세이프박스 | 카카오뱅크 | **연 2.1%** | 1억 원 | | 토스뱅크 통장 | 토스뱅크 | **연 2.0%** | 1억 원 | | fi통장 | 하나은행 | **연 2.0%** | 별도 조건 확인 | *금리는 수시로 바뀌므로 가입 전 각 앱에서 당일 고시 금리를 반드시 재확인할 것.* 한 줄 결론: 수익률만 본다면 웰컴저축은행(연 3.2%)과 사이다뱅크(연 3.0%)가 현재 파킹통장 시장에서 가장 높다. 인터넷 전문은행 3사 ...
🧘 아파테이아: 감정을 끄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 지지 않는 법—스토아 철학이 말하는 진짜 평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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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아웃이 오고 나서야 비로소 물었다 작년 이맘때, 나는 회의 중간에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쳐 있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감정이 너무 많아서 지친 건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서 지친 건지조차 몰랐다. 그 모호함이 더 무서웠다. 그때 다시 손에 든 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었다. 그리고 '[아파테이아(apatheia)](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아파테이아(apatheia))'라는 단어를 다시 만났다. 처음엔 그 단어가 답처럼 보였다. 감정을 끄면 되는 거 아닌가? 지치지 않으려면 아예 느끼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읽을수록,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건 그게 아니었다. --- ## 💭 아파테이아는 무감각이 아니다 현대 영어 'apathy'가 무관심, 무감각을 뜻하기 때문에 혼선이 생긴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의 아파테이아는 문자 그대로 '파토스(pathos) 없음'이다. 여기서 파토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격한 감정 반응—두려움, 욕망, 쾌락, 고통—을 가리킨다. 스토아학파에게 감정은 두 층위로 나뉜다. 첫 번째는 프로파테이아(propatheiai), 즉 선-반응(pre-passions)이다. 큰 소리에 깜짝 놀라거나, 예상치 못한 나쁜 소식에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것. 이건 스토아 현자도 피할 수 없다. 세네카는 이것을 "이성이 개입하기 전의 몸의 반응"이라 불렀다. 두 번째가 파토스다. 그 첫 반응에 '이건 정말 끔찍해, 나는 망했어'라는 판단을 덧붙이는 것. 아파테이아는 이 두 번째 층위를 겨냥한다. --- ## 🧠 판단이 먼저다: 신카타테시스와 감정의 발생 구조 스토아 심리학의 핵심 개념은 '신카타테시스(synkatathesis)', 즉 동의다. 어떤 인상(phantasia)이 마음에 들어올 때, 우리는 거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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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제작 효율 최적화 위한 영지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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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무장 논의와 방위산업 관련주: 핵무기 개발 과정과 유망 종목 분석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논의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방위산업 관련 주식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 및 방어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관심을 끌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잠재적 수혜가 예상됩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등 외교적 변화는 이러한 방위산업 관련주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참조: https://gussconomy.tistory.com/entry/한국-핵무장-시나리오-관련주-투자-포인트-총정리 ) --- ### 핵무기 생산과정 요약 #### **핵연료 확보** : 고농축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와 같은 핵분열 물질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 **우라늄 농축**: 우라늄-235의 비율을 약 90% 이상으로 높이는 과정입니다. -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에서 우라늄-238을 중성자로 포획하여 플루토늄을 생성하고 이를 화학적으로 분리합니다. #### **폭발 장치 개발** : 확보한 핵연료를 폭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 **충돌 방식 (Gun-type)**: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두 덩어리를 빠르게 결합시켜 핵분열을 유도합니다. - **내부 압축 방식 (Implosion-type)**: 고폭압력으로 플루토늄을 압축하여 임계 질량을 초과하도록 합니다. ####. **무기화 및 배치** - 폭발 장치를 무기 형태로 조립하여 배치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미사일, 폭격기 등에 탑재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 ### 핵심적인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연료 확보**와 **폭발 장치 개발**입니다. - **핵연료 확보**: 핵분열 물질 확보가 핵무기 개발의 필수 조건입니다.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며, 보안과 국제적인 감시가 강화된 부분입니다. - **폭발 장치 개발**: 핵연료가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폭발시키는 장치가 없다면 무기화가 불가능합니다. 압축 방식 등 폭발 장치 개발 기술이 핵무기의 폭발력...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 생활 도구 옵션
### 생활 도구 옵션 및 확률 | **옵션** | **고급** | **희귀** | **영웅** | **전설** | **유물** | |-------------------------|-------------|------------|-------------|-------------|-------------| | 기본 보상 추가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희귀 재료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특수 획득 확률 | 0.5~1% | 1~2% | 1.5~3% | 2~4% | 2.5~5% | | 내구도 미차감 확률 | 2.5~5% | 5~10% | 7.5~15% | 10~20% | 12.5~25% | | 채집속도 | 1.25~2.5% | 2.5~5% | 3.75~7.5% | 5~10% | 6.25~12.5% | | 미니게임 난이도 하락 | 1 | 1~2 | 1~2 | 2~3 | 2~3 | | 미니게임 보상 획득 확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낚시 캐스팅 등급 | 1~2 | 2~4 | 4~6 | 6~8 | 8~10 | --- ### 생활 키트 옵션 정리 - 영웅 등급 생활 도구가 제작 비용면에서 효율 좋음 | **생활 유형** | **필수 옵션 (빨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