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저축 ETF 리밸런싱 주기별 세금 비교: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연금저축 계좌를 처음 만들고 TIGER 미국S&P500과 KODEX 200을 반반 넣었을 때, 나는 리밸런싱을 언제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냥 사놓으면 알아서 불어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1년 지나고 보니 미국 ETF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 설정한 50:50 비중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그때부터 리밸런싱 공부를 시작했고, 연금저축 계좌에서는 일반 계좌와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핵심은 세금이다. --- ## 💡 연금저축 계좌에서 리밸런싱이 특별한 이유 일반 증권 계좌에서 ETF를 팔면 어떻게 될까? 국내 상장 ETF라도 매매 차익에는 배당소득세 15.4%가 붙는다. TIGER 미국S&P500을 100만 원어치 사서 130만 원에 팔면, 차익 30만 원의 15.4%인 4만 6,200원이 세금으로 나간다. 리밸런싱을 할 때마다 이 과세 이벤트가 발생한다. 연금저축 계좌 안에서는 다르다. ETF를 팔고 다른 ETF를 사도 과세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과세 시점은 오직 연금을 수령할 때뿐이다.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나이에 따라 3.3%~5.5%의 낮은 연금소득세만 낸다. 일반 계좌의 15.4% 배당소득세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이 말은 곧, 연금저축에서는 리밸런싱을 해도 세금이 없기 때문에 '세금 때문에 팔기 아깝다'는 망설임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게 [연금저축 ETF 리밸런싱 주기](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연금저축+ETF+리밸런싱+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 ## 📊 리밸런싱 주기별 실제 수익률 비교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뱅가드(Vanguard)의 연구에 따르면 월별·분기별·연간 리밸런싱의 장기 수익률 차이는 0.1~0.3%p 이내로 미미하다. 오히려 너무 잦은 리밸런싱은 거래 비용만 키운다는 결론이다. T. Rowe Price도 2020년 분석에서 60:40 포트폴리오를 20년 ...

🔍 모른다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아는 것이다 — 아포파틱 인식론

## 🔍 틀렸다는 걸 깨달은 날 대학원 1학년 때였다. 나는 지도교수 앞에서 발표를 마치고 뿌듯하게 앉았다. 그런데 교수가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서 자네는 이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겠나?" 나는 자신 있게 답했다. 막혔다. 문장이 나오다 멈췄다. 내가 그토록 유창하게 설명했던 그 개념을, 나는 사실 단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잘 모르는 거네. 좋아, 거기서 시작하면 돼." 나는 그게 칭찬인지 모욕인지 한동안 구분 못했다. 지금은 안다. 그건 내 학문적 삶에서 받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였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앎의 진짜 출발점이라는 것. 철학에는 이 직관을 수천 년 전부터 정교하게 다듬어온 전통이 있다. '[아포파틱 인식론](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아포파틱+인식론)(apophatic epistemology)'이라 불리는 그것이다. --- ## 🔄 부정으로 진리에 다가서는 방법 '아포파틱(apophatic)'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apophasis*, 즉 '부정해서 말하기'에서 왔다. 원래는 신학의 언어였다. 5세기 신학자 위-디오니시우스 아레오파기타(Pseudo-Dionysius the Areopagite)는 신을 정의하려 할 때마다 언어가 무너진다고 보았다. 신은 '선하다'고 할 수 없다 — 우리가 아는 선함보다 무한히 크기 때문에. 신은 '존재한다'고도 할 수 없다 — 우리가 아는 존재 개념을 넘어서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무엇이 아닌가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역설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 방법은 신학에만 머물지 않았다. 12세기 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Maimonides)는 『방황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에서 이렇게 썼다. "신에 대한 모든 긍정적 속성 부여는 신의 본질을 ...

📉 집값이 떨어지면 왜 지갑도 얇아지나 — 역자산효과 소비위축의 체감 경제학

## 🥩 고기 한 점 앞에서 멈칫한 날 작년 가을이었다. 친구 넷이서 삼겹살 집에 갔다. 2인분 먹고 앉았는데 "추가 한 판?" 소리에 내가 먼저 손을 저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달 월급이 깎인 것도 아니고, 카드값이 예상 밖으로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딘가 아껴야 한다는 감각이 몸에 배어 있었다. 나중에 돌아보니 그즈음 우리 아파트 호가가 고점 대비 1억 5천 가까이 빠져 있었다. 통장 잔고는 그대로인데 지출 근육이 먼저 수축해 있었다. 이게 [역자산효과 소비위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역자산효과+소비위축)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들여다보면, 단순한 기분 문제 이상의 이야기가 나온다. --- ## 📉 종이 위 손실이 왜 진짜처럼 느껴지나 집값 1억이 빠졌다고 통장에서 1억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런데 소비가 실제로 줄어든다. 이 간극이 역자산효과의 핵심이다. 케이스·퀴글리·실러(Case, Quigley, Shiller)는 2005년 《Advances in Macroeconomics》에 미국 14개 주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주택 자산이 1달러 오를 때 소비가 평균 5~9센트 증가한다는 추정이 핵심이었다.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주식 자산 효과(1~5센트)보다 두 배 가까이 크다. 집값이 주가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소비 행동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이 효과가 특히 강하게 작동하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 가구 평균 순자산의 약 76%가 부동산이다. 미국이나 독일이 30~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집 한 채의 가격 방향이 가계 전체 자산 감각을 결정한다. 주식은 내려도 집은 버티겠지 하는 심리가, 역설적으로 집값 변동에 더 강하게 묶이는 구조를 만든다. --- ## 🎯 사라진 건 돈이 아니라 기준점이다 이 반응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카너먼과 트버스키...

🧘 출근길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떠올리다 — 스토아 철학으로 배우는 일상 속 평정심 실천법

## 🚇 지하철 안에서 철학을 만났다 지난 겨울, 나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화가 났다. 앞 사람이 갑자기 멈춰서 나는 그 사람의 등에 얼굴을 박았고, 그 바람에 커피가 코트에 쏟아졌다. 회의는 한 시간 후였고, 코트는 새것이었다. 짜증이 목까지 차올랐다. 그때 며칠 전에 읽던 구절이 불쑥 떠올랐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4권 3절이었다. "당신을 괴롭히는 것들은 외부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당신 안에, 당신의 판단 안에 있다." 로마 황제가 전쟁터에서 직접 쓴 메모였다. 갑자기 내 상황이 조금 우스워졌다. 황제는 게르만 부족을 상대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나는 커피 한 잔 때문에. [스토아 철학 실천법 일상](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스토아+철학+실천법+일상)은 20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지만, 요즘 들어 이상하게 현대적으로 읽힌다. 앱도 없고, 구독 서비스도 없고,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다. 그냥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뿐이다. 그게 오히려 더 어렵긴 하지만. --- ## ⏰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아침 5분 스토아 철학의 가장 유명한 원칙은 에픽테토스가 정리한 이분법이다. 세상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 딱 두 가지만 있다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내 판단, 내 욕망, 내 행동뿐이다. 날씨, 지하철 연착, 상사의 기분, 동료의 태도 — 이 모든 건 내 통제 밖이다. 말하면 당연해 보이지만, 막상 실천하면 생각보다 혁명적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끓이면서 딱 5분, 오늘 마주칠 것 같은 불쾌한 상황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예를 들면, 오늘 발표가 있는데 팀장이 중간에 끊으면 어떡하지. 그 다음 스스로 묻는다. '이 상황에서 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건 뭐야?' 발표 자료의 완성도, 내가 말하는 방식, 그리고 끊겼을 때 침착하게 반응하는 것. 그게 전부다....

🧘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저항이다: 철학적 무위도식의 현대적 의미

## 🤖 알고리즘이 내 쉬는 시간을 수확해 갔다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다 유튜브를 열었다. 쇼츠 세 개, 다섯 개, 열 개. 어느새 20분이 지나 있었고 나는 여전히 피곤했다. 쉬었다는 느낌이 없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화면을 끄지 않았다. 나중에야 이걸 설명하는 말을 찾았다. 팀 우(Tim Wu)는 『주의 상인들(The Attention Merchants)』에서 20세기 초 신문 광고부터 소셜미디어까지를 하나의 선으로 잇는다. 핵심은 간단하다. 인간의 주의(attention)는 팔 수 있는 상품이고, 그것을 수확하는 산업이 역사 내내 존재했다는 것. 내가 영상을 보는 동안 쉬고 있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광고 노출 단위를 생산하는 노동을 하고 있었다. 쇼샤나 주보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서 그가 쓴 표현을 빌리면, 플랫폼은 내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행동 잉여(behavioral surplus)'를 만들어낸다. 내가 무엇을 멈춰보고 무엇에서 손가락을 빨리 움직이는지—그 패턴이 광고주에게 팔리는 예측 상품이 된다. 나는 쉬면서 동시에 원자재였다. --- ## 🤔 '무위도식'은 언제부터 욕이 됐나 무위도식(無爲徒食). 한자를 풀면 '하는 것 없이 밥만 먹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게으름뱅이를 가리키는 욕이지만, 이 말이 항상 그렇게 쓰인 건 아니었다. 노자의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음'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는 상태. 노자는 이것을 이상적 통치의 원리로도 썼다. 『도덕경』 17장: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太上,不知有之)." 개입하지 않음이 최선인 상황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위도식이 욕으로 굳어진 건 언제일까. 조선 후기 성리학적 도덕 담론은 '일하는 인간'을 미덕으로 강화했고, 일제강점기 이후...

💸 예금 갈아타기 전에 꼭 확인할 것: 이자 지급일 모르면 한 달치 통째로 날립니다

## 💸 만기 26일 앞두고 해지했다가 88만 원을 날렸다 솔직히 아직도 그날 생각하면 허탈하다. 작년 12월 중순, 나는 2,500만 원짜리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했다. 연 4%, 12개월짜리 월이자지급식 상품이었고, 개설일이 1월 10일이었으니 만기는 다음 해 1월 10일이었다. 11개월 동안 매달 83,333원씩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왔다. 총 916,000원을 받은 셈이다. 그 시점에 연 4.5%짜리 신규 상품을 발견했고, '이제 갈아타면 딱 좋겠다'는 생각에 해지 버튼을 눌렀다. 입금 알림이 왔다. 이자가 116,096원이라고 나와 있었다. 이상했다. 11개월 동안 90만 원 넘게 받았는데 해지 이자가 11만 원이라니. 급하게 통장을 확인했더니 월이자로 받은 916,000원이 전부 환수 처리되어 있었다. 은행이 중도해지이율 연 0.5%를 기준으로 339일치 이자 116,096원만 인정하고, 이미 지급했던 금액과의 차액 800,000원을 원금에서 그냥 가져간 것이다. 만기일은 1월 10일. 내가 해지한 날은 12월 15일. 딱 26일 차이였다. 26일만 버텼으면 이자가 100만 원이었는데, 내가 실제로 받은 건 11만 6천 원뿐이었다. 차이가 88만 원이었다. 나는 이자 지급일을 26일 앞두고 해지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 ## ⚠️ 이자 지급일이 뭔지 모르면 이 함정에 빠진다 이자 지급일은 은행이 이자를 실제로 지급하는 날짜다. 만기일시지급식이면 만기일 하루뿐이고, 월이자지급식이면 매월 특정 날짜가 이자 지급일이 된다. 개설일이 10일이면 이자 지급일도 매월 10일이 되는 식이다. 핵심은 이거다. 이자 지급일 전에 해지하면, 그 기간에 쌓인 이자는 계약 금리가 아닌 중도해지이율로 다시 계산된다. 문제는 월이자지급식에서는 이미 받은 이자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많은 은행의 약관을 보면 월이자지급식 중도해지 시 전 기간을 중도해지이율로 재산정한 뒤, 이미 지급한 금액이 그보다 많으면 원금에서 차감한다고 명...

💰 월급날 하루 전, 파킹통장 갈아타는 나만의 루틴 (2026 금리 비교)

## 💸 이자 지급일을 모르면, 갈아타기가 오히려 손해다 지난 4월에 나는 멍청한 실수를 했다. 케이뱅크 플러스박스에서 토스뱅크로 갈아타려고 4일에 이체를 했는데, 케이뱅크의 이자 지급일이 매월 5일이었다. 결과적으로 3월 한 달치 이자를 통째로 날렸다. 당시 예치금이 500만 원이었으니 놓친 이자가 세전 약 12,500원이다. 돈 자체보다, 5분만 더 확인했으면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 아까웠다. [파킹통장 금리 비교 2026](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파킹통장+금리+비교+2026) 관련 글은 넘쳐난다. 그런데 대부분은 금리 순위표 하나 붙여놓고 "높은 곳으로 옮기세요"로 끝난다. 정작 언제 이체해야 이자를 안 날리는지, 한도 있는 상품의 실수령 이자가 실제로 얼마인지는 잘 다루지 않는다. 내가 직접 계산해보고 실수도 해본 것들을 이 글에 담는다. --- ## 📊 2026년 5월 기준 주요 파킹통장 조건 (앱 직접 확인) 아래 수치는 각 은행 공식 앱 상품 안내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한 것이다. 금리는 수시로 바뀌는 변동 상품이라 이 글을 읽는 시점에는 달라졌을 수 있다. 반드시 해당 앱에서 재확인하길 권한다. | 상품 | 연 금리 | 우대 한도 | 이자 지급일 | |---|---|---|---| | 토스뱅크 통장 | 연 2.0% | 한도 없음 | 매월 2일 | |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 | 연 2.3% | 1억 원 | 매월 첫 영업일 | | 케이뱅크 플러스박스 | 연 3.0% (300만 원까지) / 초과분 연 1.0% | 300만 원 | 매월 5일 | |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 연 3.5% | 1억 원 | 매월 첫 영업일 | 이 표에서 주목해야 할 건 금리 숫자보다 '한도 조건'과 '이자 지급일' 두 컬럼이다. 이 두 가지를 건너뛰면 금리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 ## 🔢 케이뱅크 연 3.0%의 진짜 의미: 예치금 규모별 실효 금리...

🪨 황제도 버티지 못했다 — 스토아 철학을 번아웃에 써본 솔직한 기록

작년 11월, 퇴근 지하철에서 내 정류장을 세 번 지나쳤다. 졸아서가 아니었다. 몸은 멀쩡한데 일어날 이유를 못 찾겠다는 느낌 — 다음 달도 그 다음 달도 똑같은 자리에 앉아 있을 거라는 예감이 너무 선명해서 움직임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게 번아웃이라는 걸 나는 세 달 뒤에야 알았다. 그때부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다시 꺼냈다. 대학 때 반쯤 읽다 덮은 『명상록』. 이번엔 달랐다. 철학이 처방전처럼 느껴졌다 — 물론 이 느낌 자체가 함정이었지만, 그건 나중 얘기다. --- ## 🏛️ 황제는 얼마나 오래 버텼을까 스토아 철학을 다루는 대중서들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흔히 이렇게 소개한다. "20년 가까운 재위 기간 동안 매일 자기 자신과 대화한 황제." 『명상록』이 재위 19년에 걸친 일기라는 식의 서술도 많다. 이건 과장이다. 학계의 중론은 집필 시기를 170년대 이후, 특히 마르코만니 전쟁으로 불리는 다뉴브 원정기(약 170~180년)로 좁혀보는 쪽이다. 재위 초반의 기록은 없다. 황제는 전쟁터에서, 막사에서, 페스트와 반란이 동시에 덮치는 제국의 변방에서 그 메모들을 남겼다. 19년짜리 자기계발 일기가 아니라, 무너지기 직전의 인간이 쓴 마지막 방어선에 가깝다. 이 맥락이 중요한 이유는, 그게 『명상록』을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상적 조건에서 수련한 기록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간신히 버틴 기록이라는 사실이 — 역설적으로 — 읽는 사람에게 실제적인 위로가 된다. --- ## 🌙 세네카의 저녁 루틴을 훔쳐오다 번아웃 이후 내가 가장 먼저 도입한 건 저녁 자기점검이었다. 자기 전 10분,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것. 스토아 철학에서 이 실천을 권하는 가장 직접적인 텍스트는 세네카의 『분노에 대하여(De Ira)』 3권 36절이다. "불이 꺼지고 아내가 잠들면, 나는 하루 전체를 되돌아본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Cu...

💰 퇴직연금 DC형 셀프운용 3년 실전기: 수익률과 실수담 공개

## 📌 입사 5년 차에야 알았다, 내 퇴직연금이 사실상 방치 중이었다는 걸 솔직히 말하면 입사 직후 퇴직연금 DC형 가입 서류에 도장 찍을 때,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냥 HR팀이 주는 대로 서명했고, 이후 3년 동안 단 한 번도 내 퇴직연금 계좌를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직장 동료가 "너 DC형이면 직접 굴려야 하는 거 알아?"라고 했을 때 처음으로 앱을 켰다. 결과는 처참했다. 원리금보장 상품, 정기예금 1.8%짜리에 전액이 들어가 있었다. 물가상승률은 3%가 넘던 시기였으니, 사실상 마이너스 실질수익이었던 셈이다. 그날부터 3년간 직접 운용을 시작했고, 이 글은 그 경험을 있는 그대로 풀어놓은 체험기다. --- ## 💼 DC형과 DB형, 셀프운용이 왜 중요한가 퇴직연금은 크게 DB형(확정급여형)과 DC형(확정기여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회사가 알아서 굴려주고 퇴직 시 근속연수 × 최종급여 기준으로 지급한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매년 연봉의 1/12을 내 계좌에 넣어주는데, **운용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수익이 나면 내 몫, 손실도 내 몫이다. 2024년 금융감독원 통계 기준으로 [퇴직연금 DC형 셀프운용 수익률 비교](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퇴직연금+DC형+셀프운용+수익률+비교) 전체 평균은 약 5.2%였지만, 원리금보장 상품만 담은 계좌의 평균은 2.8%에 머물렀다. 반면 실적배당 상품(ETF, 펀드 등)을 적극 편입한 계좌는 평균 7~9%대를 기록했다. 같은 DC형이라도 운용 방식에 따라 최대 6%포인트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30년 복리로 계산하면 이 격차는 원금 대비 2배 이상 벌어진다. --- ## 📊 내가 시도한 포트폴리오와 실제 수익률 처음 리밸런싱 후 내가 선택한 구성은 이랬다. - **국내 주식형 ETF(KODEX 200 등): 40%** - **미국 S&P500 추종 펀드: 30%** - **채권혼합형 펀드: 20%*...

💰 직장인이 진짜 놓치는 IRP 추가납입 타이밍과 세액공제 계산법

## 😔 연말에 후회했던 그 경험 작년 11월 말이었다. 회사 동료가 "IRP에 올해 얼마나 넣었어?"라고 물었을 때, 나는 그게 뭔지는 알면서도 연간 한도를 얼마나 채웠는지 전혀 몰랐다. 확인해 보니 고작 200만 원. 한도인 900만 원까지 700만 원이나 남아 있었다. 12월 31일까지 넣으면 됐지만, 목돈을 갑자기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400만 원만 추가로 넣고 마감했고, 환급받을 수 있었던 세액공제액에서 수십만 원을 그냥 날렸다. 이 경험 이후로 IRP 추가납입을 '연말 이벤트'가 아니라 연중 전략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들, 특히 세액공제 계산법과 납입 타이밍에 관해 정리해 본다. --- ## 💰 IRP 세액공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나 [퇴직연금 IRP 추가납입 절세 전략](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퇴직연금+IRP+추가납입+절세+전략)의 핵심은 연간 납입 한도와 세액공제율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납입 한도:** IRP 단독으로는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다. 여기에 연금저축펀드나 연금저축보험 같은 연금저축계좌를 함께 활용한다면, 연금저축은 최대 600만 원까지만 공제를 받을 수 있고, IRP와 합산한 총 한도는 900만 원이다. **세액공제율:** 총급여 5,500만 원(종합소득 4,500만 원) 이하라면 16.5%, 초과라면 13.2%가 적용된다. 실제로 계산해 보면 이렇다. - 총급여 4,500만 원인 직장인이 IRP에 900만 원을 납입한 경우: → 900만 원 × 16.5% = **148만 5,000원 환급** - 총급여 7,000만 원인 직장인이 동일하게 납입한 경우: → 900만 원 × 13.2% = **118만 8,000원 환급** 연봉이 낮을수록 더 유리한 구조다. 특히 연봉 5,500만 원 구간 근처에 있는 직장인이라면, 성과급이나 야근수당을 포함한 총급여가 기준을 ...

⏳ 마흔셋, 3층 계단에서 배운 것 — 유한성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 🪜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었는데 마흔셋이 되던 봄, 회사 건물 3층 계단을 오르다가 멈췄다. 왼발을 올려놓은 채로, 손잡이를 쥔 채로. 아무 이유 없이. 멈춘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극적인 계기는 없었다. 심장이 이상했던 것도 아니고, 누가 불렀던 것도 아니다. 그냥 어떤 감각이 왔다. 머릿속에 문장이 형성되기 전의 무언가. 굳이 말로 만들자면 이런 것: 나는 언젠가 이 계단을 다시는 오르지 못하는 날이 온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든 관계없이 온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죽음을 모르는 어른은 없으니까. 하지만 아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단어로서 아는 것과 — 중력처럼, 체온처럼 — 몸 전체로 한 번 통과되는 것은. 이것이 [유한성 자각](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유한성+자각)이다. 그 감각은 한 5초 정도 있다가 사라졌다. 나는 계단을 다 올라 사무실로 들어갔고 오전 회의에 참석했다. --- ## 🐴 몽테뉴는 말에서 떨어져야 했다 미셸 드 몽테뉴는 말에서 떨어졌다. 1570년대 어느 날, 낙마 후 의식을 잃었고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중에 그 경험을 에세이로 썼다 — 「연습에 대하여」.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온 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 죽음에 가까워지자 공포 대신 이상한 평온이 왔다고 했다.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죽음을 알 수 없다고.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걸렸다. 몽테뉴의 말은 옳다. 그런데 동시에 뭔가 이상하다. 나는 낙마하지 않았다. 사고도 없었고, 병 진단도 없었고, 누가 죽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화요일 오전, 3층 계단이었다. 그렇다면 내 경험은 몽테뉴보다 약한 것인가? 더 얕고, 덜 실재하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됐다. 몽테뉴에게는 말이 필요했다. 사고라는 외력이 그를 경계 앞으로 밀어붙였다. 나에게는 계단으로 충분했다. 아무 이유 없이, 평범한 화요일에, 아무런 촉매 없이. 이게 더 불편하다....

🪦 죽음이 두렵다면, 태어나기 전을 기억해보라

마흔이 다가오면서 처음으로 '나는 죽는다'는 게 실감으로 왔다. 지인의 부고를 받은 것도 아니고, 건강검진 결과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오후, 회의실 창문 너머로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 그 순간이었다. *저 햇살을 내가 못 볼 날이 온다.* 두렵다기보다는, 처음으로 내 삶이 유한하다는 걸 '이해'가 아닌 '감각'으로 알아버린 기분. 그날 이후로 [죽음의 철학적 수용](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죽음의+철학적+수용)이라는 주제로 철학자들이 뭐라고 했는지 다시 찾아보게 됐다. --- ## 🏺 소크라테스가 독배 앞에서 태연할 수 있었던 이유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앞두고 거의 기쁜 것처럼 보인다. 제자들이 울고 있을 때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다." 육체의 욕망과 감각에서 영혼을 분리하는 훈련이 철학이고, 죽음은 그 훈련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멈춰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태연함은 영혼불멸이라는 믿음을 전제한다. 죽어도 영혼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으니 독배를 들 수 있었던 거다. 그 전제를 빼면 논변은 흔들린다. 현대인에게 소크라테스의 위로는 그래서 절반짜리다. --- ## 🔍 에피쿠로스의 논변, 그리고 그 논변의 구멍 에피쿠로스는 영혼불멸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할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있을 때 우리는 없다." 루크레티우스가 이것을 더 선명하게 다듬었다. 이른바 '대칭 논변'이다. 태어나기 전 수십억 년의 비존재 상태를 우리는 전혀 불안해하지 않는다. 죽은 후의 비존재도 그것과 같다. 앞과 뒤가 대칭이라면, 왜 앞은 괜찮고 뒤는 두려운가? 처음 읽었을 때 꽤 강력하게 느껴졌다. *맞다. 나는 태어나기 전에 대해 겁먹지 않는다.* 그런데 철학자 토마스 네이글이 ...

💸 IRP 중도인출 세금 계산 방법 — 실수령액 역산으로 얼마 깨야 할지 알기

## 🏠 전세 보증금이 2,000만 원 모자랐던 날 작년 초, 전세 만기가 닥쳤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했고, 주변 시세를 뒤져보니 2,000만 원이 더 필요했다. 비상금은 이미 바닥났다. 눈이 간 곳이 IRP 계좌였다. 몇 년 동안 꾸준히 넣은 돈이 800만 원 가까이 쌓여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인출하려고 앱을 켰더니 멈칫했다. '얼마를 빼야 2,000만 원이 손에 쥐어질까?' 세금이 붙는다는 건 알았는데, 정확한 계산을 몰랐다. 이 글은 그때 내가 찾고 싶었던, 실수령액을 거꾸로 계산하는 실전 가이드다. 단,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IRP에서 돈을 빼는 방법이 두 가지인데, 이걸 혼동하면 첫 단추부터 막힌다. --- ## 📋 '중도인출'과 '중도해지', 나는 해당되는가 IRP는 원칙적으로 **부분 인출이 안 된다.** 은행 계좌처럼 필요한 만큼만 꺼내는 게 기본값이 아니다. 필요한 금액만 뺄 수 있는 '중도인출'은 아래 법정 예외 사유를 충족할 때만 허용된다. - **무주택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 **무주택자가 주거를 목적으로 전세금·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 가입자·배우자·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 - 가입자가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 천재지변 내 상황은 무주택자 신분으로 전세 보증금 증액이었으니 두 번째 항목에 해당했다. 덕분에 필요한 금액만 빼는 중도인출이 가능했다. 반면 **유주택자가 전세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경우엔 계좌 전체를 해지하는 '중도해지'만 선택지다. 중도인출과 중도해지는 세금 계산 방식이 동일하지만, 인출 가능 범위와 계좌 유지 여부가 다르다. 역산 공식보다 이 구분이 먼저다. --- ## 💸 내 세금은 몇 %인가 — 16.5%의 정체 [IRP 중도인출 세금 계산 방법](h...

💰 퇴직연금 IRP 중도인출 세금 계산법 — 세율·공제 항목별 시뮬레이션

## 🏠 전셋집 이사 앞두고 IRP를 통째로 해지하려다 멈춘 이유 작년 말에 전셋집을 옮겨야 했다. 보증금 차액이 1,800만 원 가까이 났는데, 긁어모아도 1,300만 원 선이었다. 어쩔 수 없이 IRP 계좌를 들여다봤다. 잔액이 딱 맞더라. 해지하면 되겠다 싶어서 [퇴직연금 IRP 중도인출 세금 계산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퇴직연금+IRP+중도인출+세금+계산법)을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내가 아예 전제를 잘못 잡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주택자가 전세보증금 목적으로 IRP 돈이 필요하면, 전체 해지가 아니라 필요한 금액만 중도인출할 수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제2조에 명시된 중도인출 허용 사유에 '무주택자 전세보증금 납입'이 들어 있다. '주택 구입'만 되는 줄 알았는데 전세보증금도 된다. 나는 이걸 몰라서 처음부터 '전액 해지 vs IRP 담보대출' 두 가지만 놓고 고민하고 있었던 거다. 중도인출 허용 사유를 제대로 정리하면 이렇다: -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 **무주택자의 전세보증금 납입** ← 많이 놓치는 항목 - 본인·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필요 의료비 -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 - 천재지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부득이한 사유 이 사유에 해당하면 계좌를 통째로 날릴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만 뺄 수 있다. 세금은 어차피 내야 하지만, 나머지 잔액은 계속 과세이연 상태로 굴릴 수 있다는 게 크다. --- ## 💰 IRP 세금 구조: 과세 대상부터 가려내야 계산이 된다 IRP 중도인출·해지 시 붙는 세금은 기타소득세 16.5%(지방소득세 1.5% 포함)다. 근데 이게 잔액 전체에 16.5% 때리는 게 아니라, **과세 대상 금액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 과세 대상: 1.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원금 2. 운용수익 (이자, 배당, 평가손익 전부) 비과세 (원금 그대로 돌려받는 부분): - 세액공제를 받지 않...

🧠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아크라시아로 읽는 현대인의 자기 파괴

밤 11시였다. 보고서 마감은 내일 오전이었고, 나는 유튜브를 켰다. 이상한 건 그 손이 움직이는 순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다. 나쁜 선택이라는 걸. 후회할 거라는 걸. 그런데도 손가락은 움직였다. 이 경험의 기이함은 '몰랐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완전히 알면서, 이성이 선명하게 '하지 마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그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나쁜 선택을 실행했다는 데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상태에 이름을 붙였다: [아크라시아](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아크라시아)(ἀκρασία). 자기 통제의 부재. '알면서도 하는 잘못.' --- ## 👁️ 이성이 목격자가 되는 순간 《니코마코스 윤리학》 7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크라시아를 더 나은 판단에 반하여 행동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단순한 실수(하마르티아)나 무절제(아콜라시아)와 다르다. 무절제한 사람은 나쁜 것을 추구하면서 그게 좋다고 믿는다. 아크라시아적 인간은 나쁜 줄 알면서 추구한다. 소크라테스는 이게 불가능하다고 봤다. 진정으로 좋은 것을 안다면 그것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악행은 반드시 무지에서 온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현상을 구제했다(타 파이노메나). 사람들은 분명히 알면서 잘못된 선택을 한다. 철학이 이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철학이 틀린 거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은 실천적 지식의 두 층위를 나눈다. 보편적 명제("단것은 해롭다")와 특수한 인식("이 음식은 달다")이 있을 때, 아크라시아적 순간에는 특수한 인식이 욕망에 의해 억압된다. 이성은 잠든 취한 사람처럼 기술적으로 작동하지만 실천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은유는 내 경험과 맞지 않았다. 내 이성은 잠든 게 아니었다. 선명하게 깨어 있었다. 다만 구경꾼이 되어 있었다. --- ## 🧠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

🔥 나는 왜 이렇게 지쳤을까 — 사르트르가 번아웃에 대해 할 말

## 🥲 3월 마지막 주 목요일, 나는 회의실에서 울었다 오후 네 시였다. 팀장이 "수고했어요"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이 듣기 싫었다. 수고한 게 맞는데, 그 말이 뭔가를 더 공허하게 만들었다. 분기 리뷰 덱 마무리 작업 중이었고, 화면에는 PPT가 열려 있었고, 눈물이 났다. 나도 당황했다. 기획 5년차, 소비재 브랜드 마케팅팀. 연속 사흘 야근이 딱히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 주만의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냥 그날 몸이 먼저 알아버린 거였다. --- ## 📊 번아웃을 처음으로 측정한 사람 1981년,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마슬라크(Christina Maslach)와 수전 잭슨(Susan E. Jackson)은 *Journal of Occupational Behavior* 2권에 「The Maslach Burnout Inventory」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번아웃을 측정 가능한 구조로 정리했다. 그들이 제시한 세 차원은 **정서적 소진(emotional exhaustion)**, **비인격화(depersonalization)**, **개인적 성취감 감소(reduced personal accomplishment)**다. 세 가지 중 흥미로운 건 두 번째, 비인격화다. 동료도, 고객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처리해야 할 케이스로 보기 시작하는 상태. 나는 이걸 읽고 나서야 번아웃이 단순히 에너지 고갈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침(指針)이 바뀌는 거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거다. 마슬라카는 2001년 샤우펠리, 레이터와 함께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2권에 발표한 리뷰 논문 「Job Burnout」에서 번아웃의 핵심 예측 변수 중 하나로 **역할 불일치(role incongruence)**를 꼽는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생각하는 '나'와 어긋날 때, 소진은 가속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사르트르를 떠올렸다. --- ## 🎭 웨이터가 너무 웨이터다울 때 『존재와 무...

💸 IRP 수수료 0원의 함정: 증권사가 말 안 해주는 ETF 총보수 이야기

## 💸 "수수료 없음"에 속아 가입한 내 IRP 계좌 작년에 IRP 계좌를 옮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인이 "요즘 수수료 0원짜리 증권사 IRP로 갈아타라"고 귀띔해줬고, 나는 별 의심 없이 키움증권으로 이전 신청을 했다. 이전 완료 문자가 왔을 때 뭔가 스마트한 재테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몇 달 뒤, ETF 보수를 꼼꼼히 따져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운용관리수수료는 분명 0원인데, 내가 담아둔 ETF에서 매년 적지 않은 돈이 조용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TER(총보수) 때문이구나' 싶었는데, 거기서 멈추면 안 됐다. 진짜 구조는 한 겹 더 있었다. --- ## 📊 TER은 시작일 뿐 — TCR까지 봐야 한다 ETF를 고를 때 흔히 보는 숫자는 총보수(TER, Total Expense Ratio)다. TIGER 200이 연 0.05%, KODEX 200이 0.15%라고 표시된다. 대부분의 재테크 콘텐츠는 여기서 분석을 끝낸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자 지갑에서 빠지는 돈을 측정하는 지표는 TCR(Total Cost Ratio), 즉 실질비용이다. 공식으로 쓰면 이렇다: **TCR = TER + 기타비용**. 기타비용에는 ETF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매·중개수수료, 수탁보수, 그리고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 편입 종목 매도 시 부과되는 증권거래세(현행 0.18%) 영향분이 포함된다. 이 항목들은 ETF 운용보고서에만 기재되며, 증권사 앱의 상품 소개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차이가 얼마나 날까. 원금 3,000만 원, 비용 차감 전 연평균 수익률 6%, 30년 운용을 가정해 직접 계산해봤다. | 구분 | 순수익률 | 30년 후 잔액 | 계산식 | |------|---------|------------|-------| | TER 0.05% ETF | 5.95% | 약 1억 6,971만 원 | 3,000만 × (1.0595)³⁰ | | TER 0.30%...

💸 연금저축·IRP 계좌이전 수수료 비교 – '수수료 0원' 뒤에 숨은 세 가지 비용

작년 초, 이직하면서 전 회사 복지포인트로 반강제 가입한 은행 IRP를 그냥 두고 있다가 결국 증권사로 이전하기로 했다. 운용관리수수료 연 0.3%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었고, 증권사 IRP는 수수료 0원이라는 말을 듣고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이전 절차를 알아보니, 수수료 0원이라는 말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했다. 세 가지 숨겨진 비용 항목이 있었고, 정확히는 두 개는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던 것이었으며, 하나는 실제로 돈이 사라지는 항목이었다. --- ## 💰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 연간 수십만 원의 차이 IRP 수수료는 크게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로 구성된다. 은행은 운용관리 0.2~0.4%, 자산관리 0.08~0.2% 수준이고, 증권사는 운용관리 0%에 자산관리 0.01~0.05% 수준이다. KB국민은행 IRP의 경우 운용관리 0.28%에 자산관리 0.1%로 합산 0.38%, 삼성증권 IRP는 운용관리 0%에 자산관리 0.0082%로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 적립금 3000만 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은행에서 연간 최대 11만4000원이 수수료로 나가는 반면 삼성증권에서는 2460원에 불과하다. 10년이면 111만 원 이상 차이다. 이것만으로도 이전을 검토할 이유는 충분하다. --- ## ⚠️ 강제 매도의 진짜 리스크: 세금이 아니라 타이밍 [연금저축 IRP 계좌이전 수수료 비교](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연금저축+IRP+계좌이전+수수료+비교) 관련 글을 검색하면 "강제 매도 손해 주의"라는 경고를 자주 접한다. 현물이전이 안 되는 경우 보유 자산을 전부 매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이 확정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논리는 IRP의 성격을 오해한 데서 나온다. IRP와 연금저축은 과세이연 계좌다. 계좌 내에서 자산을 매도해도 양도소득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일반 증권계좌에서 국내 ETF를 팔면 매매차익의 15.4%가 과세되고, 해외 ETF라면 22%가...

💀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할수록 불안해지는 이유

할머니 장례식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 조문 내내 아무도 '죽다'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가셨다", "떠나셨다", "편히 쉬고 계신다". 죽음을 가리키는 말은 넘쳤지만 정작 그 단어는 금기어처럼 피했다. 나는 영정 앞에 앉아 생각했다. 이 회피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 ## 🚫 우리는 왜 "죽었다"는 말을 못 하게 됐나 20세기 이전, 죽음은 집에서 일어났다. 가족이 임종을 지켰고, 아이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병원이 죽음의 공간을 독점하면서 달라졌다. 사회학자 필립 아리에스(Philippe Ariès)는 『죽음 앞의 인간』(1977)에서 이 전환을 "길들여진 죽음(tame death)"에서 "금지된 죽음(forbidden death)"으로의 이행이라고 불렀다. 죽음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상상하는 법도 잃었다.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이야기할 수도 없게 된다. --- ## 🔍 에피쿠로스의 논리, 어디에 구멍이 있나 그래서 고대 철학자들이 소환된다. 에피쿠로스가 단골로 나온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없고, 죽음이 오면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오는 이 논리는 우아하고 그럴듯하다. 그런데 철학자 토마스 네이글(Thomas Nagel)이 1970년 논문 「죽음(Death)」에서 이 논리의 구멍을 찌른다. 에피쿠로스의 주장은 죽음이 *경험되지 않으므로* 해가 없다는 것인데, 네이글은 반문한다. 박탈(deprivation) 자체는 경험 없이도 해악이 될 수 있지 않냐고. 내가 죽은 뒤 누릴 수 있었던 좋은 것들을 박탈당했다면, 내가 그 박탈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 손실을 무효화하지는 않는다. 더 단순한 반론도 있다. 에피쿠로스는 죽음 *그 자체*를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두려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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