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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형 퇴직연금 실물이전 신청부터 완료까지 12영업일 걸린 후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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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스닥100 ETF를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작년 3월, 다니던 200명 규모 스타트업에서 지금 회사로 옮기면서 DC형 퇴직연금 계좌를 정리해야 했다. 문제는 계좌 안에 TIGER 미국나스닥100 ETF가 들어있었다는 것. 이직 시점 기준 평가금액이 원금 대비 21% 넘게 올라 있었는데, 이걸 팔았다가 새 계좌에서 똑같은 종목을 다시 사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단 세금은 안 나온다. 퇴직연금은 IRP나 새 회사 DC 계좌로 옮기는 한 과세이연이 되니까 매도해도 당장 세금은 안 문다. 진짜 문제는 매매 타이밍이다. 팔았다가 다시 사는 그 며칠 사이에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손해고, 매수·매도 스프레드에 수수료까지 붙으면 푼돈이 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실물이전'이었다. ETF를 현금화하지 않고 보유 종목 그대로 계좌만 옮기는 방식이다. --- ## 📅 신청부터 완료까지, 실제로 걸린 12영업일 결론부터 말하면 신청일부터 새 계좌에 ETF가 찍히기까지 정확히 12영업일이 걸렸다. 그런데 이 숫자를 그대로 '실물이전은 12일 걸린다'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미리 밝혀두자면 내 경우는 표준적인 케이스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퇴직연금 실물이전](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퇴직연금+실물이전)은 하나의 사업자(운용관리기관+자산관리기관이 같은 금융사)에서 다른 하나의 사업자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때는 서류 접수 후 영업일 기준 3~5일 안에 끝나는 게 보통이다. 실제로 주변에 신한은행 DC에서 미래에셋증권 IRP로 단순 이전한 동료는 4영업일 만에 끝났다고 했다. 내가 12영업일이나 걸린 이유는 따로 있다. --- ## ❓ 왜 하필 12영업일이었나 — '복수사업자'라는 변수 이전 회사의 DC 계좌는 운용관리기관이 미래에셋증권, 자산관리기관이 신한은행으로 나뉜 '복수사업자' 구조였다. 퇴직연금 계좌는 운용 지시를 ...
🍎 존재는 왜 자꾸 형태를 바꾸는가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하이데거까지, 우시아 개념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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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 위의 사과, 그리고 이상한 질문 🍎 대학교 1학년 철학개론 첫 시간이었다. 교수님이 사과 하나를 들고 물었다. "이 사과를 사과이게 하는 것은 뭐죠? 껍질을 벗기면 사과가 아닌가요? 갈아서 주스를 만들면요?" 스무 살짜리들 앞에서 참 유치한 질문 같았는데, 나는 그 뒤로 이십 년 가까이 그 질문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이사를 몇 번 다니면서 물건은 다 바뀌었는데 나는 왜 계속 "나"라고 불리는지, 회사가 사람을 몇 번이나 갈아치워도 왜 여전히 "같은 회사"라고 부르는지 — 결국 다 같은 질문의 변주였다. 그리고 이 질문의 그리스어 이름이 바로 [우시아(ousia) 개념 변천사](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우시아(ousia)+개념+변천사)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해서 중세 신학을 거쳐 하이데거에게까지 이어지는,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끈질기게 살아남은 개념 하나를 오늘 따라가보려 한다. --- ## 아리스토텔레스, "있다"는 것의 진짜 주인을 찾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시아를 두 가지 층위에서 썼다. 『범주론』에서는 꽤 소박하다. "제1 실체"는 "이 사람", "이 말(馬)"처럼 눈앞의 구체적인 개체다. 반면 "인간"이나 "동물" 같은 종과 유는 "제2 실체"로, 개체에 종속된 개념일 뿐이다. 그런데 후기 저작인 『형이상학』 Z권(제7권)으로 가면 입장이 뒤집힌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짜 우시아는 질료(hyle)가 아니라 형상(eidos)이라고 말한다. 청동 조각상에서 청동은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녹여 부을 수 있지만, "이 조각상을 이 조각상이게 하는 것"은 청동에 새겨진 형상이라는 것이다. 이 전환이 중요하다. 우시아는 처음부터 "변하지 않는 실체"라기보다, "그것...
💔짝사랑 감정 일기 쓰는 법: 니체와 불교의 지혜로 흔들리는 내 마음을 관찰하는 완벽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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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3일, 47일째 밤 작년 가을 나는 [짝사랑 감정 일기 쓰는 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짝사랑+감정+일기+쓰는+법)을 나름대로 실험하듯, 노트 앱에 날짜와 함께 짝사랑 일기를 썼다. 11월 3일 자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 그가 내 메시지에 세 시간 만에 답했다. '오늘 좀 바빴어ㅎㅎ' 이 여섯 글자를 열두 번 읽었다." 그날은 짝사랑이 시작된 지 47일째였다. 나는 첫날부터 날짜를 세고 있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감정이 며칠째 이어지는지 눈으로 봐야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47일째 일기와 12일째 일기를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보인다. 12일째에는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문장이 세 번 나온다. 47일째에는 그 문장이 한 번도 안 나온다. 대신 "왜 답장 속도에 내 기분이 걸려 있는지 모르겠다"는 문장이 나온다. 감정의 내용이 바뀐 게 아니라, 감정을 보는 각도가 바뀐 거다. 이 각도 변화, 이게 일기의 유일한 효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 🧠 니체가 일기장에 던진 질문 니체는 『즐거운 학문』 341절에서 악마가 찾아와 이렇게 묻는다고 썼다. 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을, 사소한 것 하나 빠짐없이 무한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면 너는 그것을 저주로 받아들이겠는가, 아니면 "너는 신이며 이보다 더 신성한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답하겠는가. 나는 이 질문을 일기 재독(再讀)에 그대로 적용했다. 61일째 되던 날, 나는 47일째 일기를 다시 읽었다. "답장 속도에 기분이 걸려 있다"는 문장을 다시 읽는데, 이걸 내일도 똑같이 쓸 수 있는가 자문했다. 답은 "아니오"였다. 61일째에는 답장이 세 시간 걸려도 신경이 안 쓰였다. 이게 영원회귀 테스트의 실제 쓸모다. 추상적으로 "이 삶을 다시 살...
💀 서류에 손이 떨렸다: 죽음을 공부한다는 것, 왜 하필 지금 '타나톨로지'를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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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명하는 손이 떨렸던 날 작년에 아버지가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담당의가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연명의료계획서였다. "심폐소생술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임종을 원하십니까." 문장은 담담했는데 손이 떨렸다. 그 순간 깨달은 게 있다. 나는 태어나는 법, 사랑하는 법, 돈 버는 법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조금씩 배웠는데, 죽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때부터 '죽음학'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곧 '[타나톨로지](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타나톨로지)(thanatology)'라는 낯선 영어 단어와 마주쳤다. --- ## 🌐 타나톨로지는 왜 굳이 영어 이름을 쓸까 죽음학이라는 한글 표현이 이미 있는데도 왜 굳이 '타나톨로지'라는 수입 용어가 매체와 강좌 이름에 자꾸 등장하는 걸까. 이건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학문의 계보 문제다. 타나톨로지는 1959년 심리학자 허먼 파이펠이 편집한 《The Meaning of Death》, 이어 1969년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On Death and Dying》을 기점으로 심리학·의학·사회학·인류학이 각자 따로 다루던 죽음을 하나의 학제로 묶으면서 붙은 이름이다. 즉 '죽음학'이 민간에서 오래 써온 느슨한 표현이라면, '타나톨로지'는 제도권 학문으로서의 계보와 방법론을 함께 데려오는 이름이다. 한국에서 이 단어가 다시 호출되는 건, 죽음을 다루는 기존의 언어—장례 절차, 상조 상품, 종교적 위로—로는 감당 안 되는 새로운 질문들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 ## 🏥 초고령사회·웰다잉법·팬데믹이 만든 '언어 공백' 행정안전부가 2024년 12월 발표한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서면서 한국은 그 시점에 국제 기준상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
🧭 재회 확률 계산에 집착했던 63일, 스토아 철학으로 이별 극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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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일째, 나는 확률을 계산하고 있었다 정확히 63일째였다. 헤어진 날짜를 손가락으로 세고 있다는 걸 스스로 눈치챘을 때, 나는 잠실나루역 계단을 오르며 그 사람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다섯 번째로 새로고침하는 중이었다. 어제는 스토리를 열두 시간 만에 올렸고, 그제는 세 시간 만에 올렸다. 나는 그 간격을 노트 앱에 적어두고 있었다. 마지막 연락 이후 경과 시간, 스토리 업로드 텀, 공통 친구가 태그된 게시물 빈도 — 이걸 다 모으면 재회 확률이 나올 것 같았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그때는 이게 '분석'이라고 생각했다. 매달리는 것과는 다른, 이성적인 접근이라고.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그건 분석이 아니라 의식(ritual)에 가까웠다.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만들어내기 위한 행동. --- ## 🎰 내가 붙들고 있던 건 사실 슬롯머신이었다 에픽테토스는 엔케이리디온 1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고,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고. 의견, 충동, 욕구, 회피는 우리 것이고, 몸, 재산, 평판, 타인의 반응은 우리 것이 아니라고. 이 문장을 그때 처음 읽은 건 아니었다. 문제는 안다고 해서 적용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내가 스토리 업로드 간격을 기록한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그건 행동심리학에서 말하는 간헐적 강화(intermittent reinforcement)와 똑같은 구조였다. 슬롯머신이 사람을 중독시키는 방식은 매번 터뜨려주는 게 아니라, 가끔, 불규칙하게 터뜨려주는 거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강하게 잡아당긴다. 그 사람이 가끔 답장을 늦게 하고, 가끔 나만 알아볼 힌트를 스토리에 흘리고, 가끔 갑자기 연락이 오면 — 나는 그 불규칙성을 '패턴'으로 착각하고 거기서 확률을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 자체가 내가 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스토아 철학 이별 극복](https://warguss.blogspot.com/se...
🌙 짝사랑 상대가 꿈에 자꾸 나오는 이유, 니체와 불교 철학으로 들여다보는 무의식과 감정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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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젯밤에도 그 사람이 나왔다 새벽 다섯 시쯤 눈이 떠졌다. 꿈 내용은 별거 없었다. 스터디 끝나고 다 같이 나가는데 그 사람이 우산을 안 챙겨서, 내가 반쯤 씌워주면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장면. 그게 다였다. 그런데 눈을 뜬 순간 이상하게 서운했다. 현실에서는 지난달 스터디 끝나고 "다음 주에 봬요" 정도가 우리 대화의 최대치인데, 꿈속의 나는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산을 씌워줬을까. 이번 주만 세 번째다. 월요일엔 그 사람이 내 메시지에 답을 안 해서 서운해하는 꿈, 수요일엔 어딘가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쳐 한참 얘기하는 꿈, 그리고 오늘. 재밌는 건 세 꿈의 온도가 다 다르다는 거다. 월요일 꿈에서는 초조했고, 수요일 꿈에서는 편안했고, 오늘은 그냥 서운했다. 같은 사람이 나오는데 매번 내가 다른 감정으로 깨어난다. 이게 단순히 [짝사랑 상대 꿈에 자주 나오는 이유](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짝사랑+상대+꿈에+자주+나오는+이유)라는 한 줄로 정리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뇌는 왜 굳이 그 사람을 골라서 재생하는가 수면 연구자 캘빈 홀은 1953년에 발표한 자신의 이론에서, 꿈이 무작위한 잡음이 아니라 우리가 깨어 있을 때 마음을 쓰고 있는 대상과 관계를 그대로 이어서 다룬다고 봤다. 그가 대학생들에게서 수집한 천 건 가까운 꿈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꿈에 등장하는 인물과 감정은 꿈꾼 사람이 현실에서 신경 쓰고 있는 인간관계와 상당히 겹쳤다. 이걸 연속성 가설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꿈에 나오는 건 신비로운 계시가 아니라, 낮 동안 내가 그 사람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에 대한 뇌의 정직한 보고서에 가깝다. 여기에 하나 더 있다. 수면 연구자 매슈 워커는 렘수면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뚝 떨어진다는 걸 보여줬다. 낮에 감정이 실려 있던 기억을, 그 감정의 날카로움은 빼고 처리하는 시간이 렘수면이라는 거다. 그런데 내 경우...
⏳ 권태의 현상학: 하이데거와 스벤젠이 말하는 지루함이라는 사건, 지하철 12분이 남긴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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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플랫폼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몇 주 전 퇴근길, 다음 열차까지 12분이 남았다는 전자 안내판을 보고 나는 이상하게 멈춰 섰다. 휴대폰 배터리는 죽어 있었고, 읽을 책도 없었고, 옆에 말을 걸 사람도 없었다. 그 12분 동안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시간이 그냥 '비어 있는' 게 아니라, 뭔가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권태의 현상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권태의+현상학)이라는 게 단순히 할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처럼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날 밤 나는 하이데거의 강의록과 라스 스벤젠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두 사람 모두 지루함을 진지하게 다룬 철학자다. 그런데 접근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하이데거는 지루함을 존재 자체가 드러나는 순간으로 보고, 스벤젠은 그것을 근대라는 특정한 시대가 만들어낸 문화적 산물로 본다. 이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지루함이라는 흔하고 하찮아 보이는 감정이 얼마나 다층적인 사건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 ## 🕰️ 하이데거의 세 겹의 권태 하이데거는 1929년에서 30년 사이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한 강의, 흔히 「형이상학의 근본개념들」로 번역되는 강의록에서 권태(Langeweile)를 세 단계로 나눈다. 첫 번째는 '무언가에 의해 지루해지는 것'이다.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상황이 대표적 예다. 여기서 지루함은 명확한 대상, 즉 '기다림'이라는 특정 상황에 묶여 있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끼며 시계를 자꾸 쳐다본다. 두 번째는 '무언가와 함께 지루해지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저녁 파티에 초대받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 시간 전체가 텅 비어 있었다는 느낌을 예로 든다. 이때 지루함은 특정 대상이 아니라 상황 전체의 분위기에 스며 있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
☕ 얼음 네 개, 라떼가 되던 날—니체와 불교로 쓴 짝사랑 관찰 노트 작성법 완벽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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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음 네 개, 그리고 나의 첫 관찰 노트 2023년 9월 둘째 주, 나는 회사 1층 카페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커피를 사 가는 옆 팀 디자이너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관찰"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전에, 그냥 그 사람이 뭘 시키는지 외우고 있었다. 얼음 네 개짜리 아메리카노. 카드로 결제. 영수증은 안 받음. 이걸 적어둔 게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이게 나만의 [짝사랑 관찰 노트 작성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짝사랑+관찰+노트+작성법)이었다. 노트를 산 건 그로부터 이 주 뒤였다. 무지 노트에 처음 쓴 문장은 "아메리카노, 얼음 많이"였고, 그 밑에 날짜를 적었다. 나는 이게 다이어리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사실은 상대의 취향을 데이터처럼 모으는 일이었다. 회의 때 재즈 얘기가 나오면 그 사람 말이 빨라진다는 것, 월요일 아침엔 유독 말이 없다는 것, 이런 것들을 몇 달에 걸쳐 채워 넣었다. 변화가 생긴 건 11월 말이었다. 얼음 네 개짜리 아메리카노가 어느 날부터 뜨거운 라떼로 바뀌었다. 노트에 그걸 적으면서 알았다. 계절이 바뀌었을 뿐인데 나는 그 변화에 괜히 서운했다는 걸. 그 순간 이 노트가 취향 기록이 아니라 집착의 증거라는 걸 처음 인정했다. --- ## 🌀 니체: 이 삶을 다시 살겠느냐는 질문 니체는 『즐거운 학문』 341절에서 악마가 찾아와 이렇게 묻는 상상을 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산 삶을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똑같이, 무한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면 어떻겠냐고. 이 질문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그래, 다시"라고 답할 수 있는 삶을 살라는 게 영원회귀 사고실험의 핵심이다. 나는 이 질문을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라떼로 바뀐 걸 알고 서운해했던 그 순간까지 포함해서, 이 짝사랑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시 겪겠느냐고. 처음엔 아니라고 답했다. 거절당할 걸 알면서 왜 다시. 그런데 노트를 몇 장 넘겨보니 답...
🗣️ 파르헤시아, 왜 솔직하게 말하기는 여전히 위험한 일인가 — 고대 그리스 자기발언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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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A가 사흘밖에 안 남는데요" 8명짜리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였다. 팀장이 6주짜리 스프린트를 짰는데, 개발에 4주, 남은 2주를 QA에 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회의 자료를 다시 보니 계산이 이상했다. 개발 마감이 이미 한 번 밀린 걸 반영하면 QA는 2주가 아니라 사흘이었다. 손을 들고 그대로 말했다. "이 일정대로면 QA가 사흘이에요, 2주가 아니라." 회의실이 3초쯤 조용해졌다. 팀장은 표정이 굳었다가 곧 자료를 다시 열어 날짜를 세어보더니 "어... 그러네요" 하고 일정을 다시 짰다. 그게 다였다. 나한테 불이익도 없었고 관계가 틀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심장이 뛴 건 확실히 기억한다. 별일 아니었는데도 말하기 전에 몇 초를 망설였다는 것, 그게 이 글을 쓰게 만든 이유다. --- ## 🗣️ 파르헤시아는 그냥 솔직한 말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파르헤시아 자기 발언 윤리](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고대+그리스+파르헤시아+자기+발언+윤리)(parrhesia)는 그리스어로 pan(모두)과 rhesis(말하기)가 합쳐진 단어다. 직역하면 "모두 털어놓고 말하기" 정도인데, 아테네에서 이 말이 처음 쓰인 맥락을 보면 지금 우리가 쓰는 "솔직함"과는 결이 다르다. 미셸 푸코는 1983년 버클리 강연(사후 「Fearless Speech」로 출간)에서 파르헤시아를 다섯 가지 조건으로 정리했다. 화자가 실제로 위험을 감수할 것, 자기가 진실이라 믿는 바를 말할 것, 청자보다 권력이 약한 위치에 있을 것, 침묵해도 됐지만 말하기를 선택했을 것, 그 말로 관계가 나빠질 각오를 했을 것. 다섯 조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그건 파르헤시아가 아니라 그냥 발언이다. 힘 있는 사람이 약자를 향해 던지는 직설은 파르헤시아가 아니고, 위험이 전혀 없는 자리에서 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아테네 민주정의 또 다른 개...
💔 연애의 손절선: 니체와 붓다가 말하는 이별의 기준과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순간의 판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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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작년 11월, 화요일 밤 11시 47분 읽음 표시가 뜬 게 저녁 8시였다. 나는 "이번 주말에 뭐해?"라는 문장 하나를 보내놓고 세 시간 넘게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다. 11시 47분에 답이 왔다. "ㅇㅇ" 그게 다였다. 물음표도, 그 흔한 이모티콘도 없이 딱 두 글자. 나는 그 "ㅇㅇ"을 갖고 십 분을 더 앉아 있었다. 이게 바빠서 못 쓴 답장인지, 나를 밀어내는 답장인지 구분이 안 됐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전화를 걸었다. "우리 뭐야, 나한테"라고 물었더니 그 사람은 "왜 갑자기 그래"라고 되물었다. 그 순간 알았다. 이 관계에서 질문을 던질 권리는 나한테 없었구나. 나는 그날 저녁 번호를 차단했다. 그로부터 이 년, 이 장면을 몇 번이고 복기하면서 내가 진짜 궁금했던 건 이거였다. 그 "ㅇㅇ"이 손절의 신호였다는 건 지금은 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왜 몰랐을까. [연애의 손절선](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연애의+손절선)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상대의 행동이 아니라 내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를 미리 정해두는 일 아닐까. 그 기준을 찾아 니체와 불교를 동시에 붙잡아봤는데, 이 둘은 순순히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 ## ⚖️ 니체와 붓다를 나란히 놓을 수 없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동안 이 둘을 같은 편으로 썼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와 불교의 "집착을 놓아라"를 나란히 두고, 둘 다 "나를 갉아먹는 관계에서 벗어나라"는 말 아니냐고 뭉뚱그린 적이 있다. 그런데 니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안티크리스트』에서 니체는 불교를 "피로한 문명의 위생학"이라고 부른다. 기독교보다는 정직한 종교라고 인정하면서도, 결국 불교는 삶에 대한 갈애 자체를 꺼트리려는 시도이며, 그건 삶을 확장하고 긍정하는 게 ...
📦 해외역직구 오배송 신발 관세 12만8천원, 세관에 직접 물어본 위약물품 환급 신청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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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즈 잘못 온 신발 한 켤레가 알려준 것 작년 가을에 위탁판매로 미국 브랜드 운동화를 들여오다가 사이즈가 완전히 틀리게 온 적이 있어요. 고객한테는 급한 대로 환불부터 처리했고, 저는 반품 받은 신발을 창고 한구석에 처박아뒀죠.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통관할 때 이미 관세를 냈는데, 그 물건이 팔리지도 못하고 그냥 재고로 죽어버린 거예요. 관세까지 손해 보는 건가 싶어서 답답한 마음에 관세청 고객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었는데, 상담원이 "위약물품 환급"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관세도 조건만 맞으면 돌려받을 수 있다는 걸. --- ## 📜 법 조문부터 짚고 가면 헷갈릴 일이 없다 이게 어디 있는 규정인지 찾아보니 관세법 제106조 제1항이었어요. 조문을 그대로 옮기면 "수입신고가 수리된 물품이 계약 내용과 다르고, 그 물품이 수입신고 수리 당시의 성질 또는 형태가 변경되지 아니한 경우로서 해당 물품이 수입신고 수리일부터 1년 내에 보세구역에 반입되어 수출되거나 세관장의 승인을 얻어 폐기된 것"이면 관세를 환급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걸 실무에서 어떻게 증명하는지는 관세법 시행령 제121조에 나와 있어요. 수입신고필증, 매매계약서 또는 이에 갈음할 서류, 그리고 물품이 변형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세관장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알아둘 게 있는데, 저처럼 정식으로 수입신고를 한 물품이 아니라 해외직구 형태로 목록통관 처리된 물품이라면 조금 다릅니다. 목록통관은 물품가격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 자가사용 물품을 정식 수입신고서 없이 간이하게 통과시키는 절차라서, 애초에 제106조의 정식 환급 대상 서류 자체가 없거든요. 그런데 이 경우를 위해 따로 관세법 제106조의2, 전자상거래물품에 대한 특례 조항이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로 수입된 물품을 반품하면서 관세 등을 이미 낸 경우, 수입신고 취하 승인을 받아 간이하게 환급받을 수 있게...
☕ 직장 내 짝사랑 티 안 내는 법, 90일간 감정 강도를 기록해 얻은 니체와 붓다의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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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비실에서 커피 두 잔을 타던 날 ☕ 작년 3월 12일 목요일 오후 3시쯤이었다.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고 있는데 옆 팀 준영 대리님이 들어왔다(실명은 아니고 가명이다). "저도 한 잔 같이 타드릴까요" 하고 물었는데 목소리가 이상하게 갈라져서 스스로도 당황했다. 그날 밤 일기장에 "오늘 강도 8"이라고 적었다. 강도에 숫자를 매긴 게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두 달 전부터 이미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매일 저녁 그날의 짝사랑 강도를 1부터 10까지 점수로 기록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90일 넘게 기록을 모으고 나서야 알게 된 게 있다. 그걸 이해하는 데 니체와 불교 경전이 의외로 도움이 됐다. --- ## 일기장 90일치가 말해준 것 — 무상과 연기 📊 기록을 쭉 늘어놓고 보니 패턴이 보였다. - 3/12(목) 강도 8 — 탕비실에서 마주쳐 대화함 - 3/13(금) 강도 3 — 하루 종일 못 봄 - 3/17(화) 강도 9 — 회식에서 옆자리 - 3/18(수) 강도 2 — 월차 써서 안 나감 - 3/24(화) 강도 7 — 메신저에 이모티콘 답장 옴 - 3/25(수) 강도 3 — 평범한 하루, 마주친 적 없음 숫자만 봐도 뭔가 이상했다. 이게 진짜 '사랑'이라는 고정된 감정이라면 매일 비슷한 수치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 사람과 직접 접촉이 있었던 날에만 수치가 튀었다. 접촉이 없는 날은 거의 항상 2~3점 사이였다. 불교의 연기(緣起) — 모든 현상은 조건에 의존해 일어난다는 개념 — 이 이 패턴을 정확히 설명한다. 열반경의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이라는 구절은 흔히 "모든 것은 변한다" 정도로 뭉뚱그려 인용되지만, 원래 맥락은 더 구체적이다. 형성된 것(諸行)은 조건이 모여서 생겼다가 조건이 흩어지면 사라지는 법(生滅法)이라는 뜻이다. 내 강도 8은 '사랑'이라는 실체가 있어서 생긴 게 아니라 탕비실 대화라...
💰 퇴직소득세 근속연수공제 실효세율 계산법 - 근속연수 5년 차이가 세금 27% 좌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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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배 퇴직금 보고 놀란 건 액수가 아니라 세금이었다 작년에 27년 다니던 회사를 나온 선배가 원천징수영수증을 보여준 적이 있다. 세전 퇴직금이 3억 4천만원쯤 됐는데, 실제로 뗀 세금은 근로소득세라면 상상도 못 할 수준으로 적었다. "이게 맞아?" 싶어서 그날 밤에 직접 계산기를 두드렸다. 다만 선배 실제 케이스를 그대로 복기하진 않을 거다. 숫자가 지저분해서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계산법"이 아니라 근속연수랑 퇴직금 액수가 조금만 달라져도 실효세율이 왜 그렇게 다르게 움직이는지, 그 안쪽 구조다. 그래서 아래부터는 2억원·20년, 2억원·25년, 3억원·30년, 이렇게 딱 떨어지는 숫자로 직접 만든 예시로 간다. --- ## 📊 20년 vs 25년, 같은 퇴직금인데 세금은 왜 27%나 차이 날까 [퇴직소득세 근속연수공제 실효세율 계산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퇴직소득세+근속연수공제+실효세율+계산법)은 소득세법 제48조 근속연수공제와 환산급여 구조를 거쳐 계산된다. 20년 근속, 퇴직금 2억원으로 해보자. 근속연수공제는 1,500만원+(20-10)×250만원=4,000만원. 환산급여는 (2억-4,000만)×12/20=9,600만원. 여기서 환산급여공제(7,000만~1억 구간, 55%)를 적용하면 4,520만원+(9,600-7,000)×55%=5,950만원. 과세표준 3,650만원에 15% 세율(누진공제 126만원)을 적용하면 환산산출세액 421.5만원, 이걸 다시 20/12로 되돌리면 최종 세액은 702.5만원. 실효세율 3.51%다. 이제 근속연수만 25년으로 늘리고 퇴직금은 똑같이 2억원이라고 해보자. 근속연수공제가 4,000만원+300만원×5=5,500만원으로 커지고, 환산급여는 (2억-5,500만)×12/25=6,960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환산급여공제도 800만~7,000만 구간(60%)으로 넘어가면서 4,...
🏡 에피쿠로스의 '정원' 공동체가 셰어하우스 룸메이트 갈등에 남긴 소유와 우정의 오래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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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청정기 한 대가 쏘아 올린 작은 전쟁 셰어하우스 3년 차, 나를 가장 오래 괴롭힌 건 냉장고 칸도 설거지 당번표도 아니었다. 룸메이트였던 재원(가명)이 40만 원짜리 공기청정기를 사 오더니 4등분해서 정산하자고 한 사건이었다. 그는 "미세먼지는 건강 문제니까 필수 지출"이라 했고, 나는 "네가 사고 싶어서 산 거지 우리가 합의한 적 없잖아"라고 맞섰다. 결국 각자 방에 있던 소형 공기청정기는 그대로 두고 거실용만 재원이 혼자 쓰기로 하며 흐지부지 끝났는데, 그 며칠간 나는 계속 이런 질문을 곱씹었다. 이게 정말 '필요'인가, 아니면 필요라는 이름을 빌린 '취향'인가. 이 질문을 붙들고 있다가 오래전 읽었던 에피쿠로스가 다시 떠올랐다. 그는 기원전 306년경 아테네 외곽에 땅을 사서 제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 [에피쿠로스 정원 공동체](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에피쿠로스+정원+공동체)의 이름이 '케포스(κῆπος)', 즉 정원이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10권에서 전하는 바로는 이 땅의 매입가가 80미나였다고 한다. 결코 소박한 액수가 아니다. 그리고 이 정원이 흥미로운 건 단순히 철학자들이 모여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누가 그 안에 있었느냐다. --- ## 🌿 정원의 구성원들: 이름이 남은 사람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정원의 구성원으로 레온티온이라는 여성을 기록한다. 그는 헤타이라(고급 유녀) 출신이었지만 정원에서 철학을 배웠고, 나중에는 소요학파의 테오프라스토스를 비판하는 글을 쓸 정도로 자기 목소리를 가진 철학자가 됐다. 테미스타라는 또 다른 여성도 함께였다. 그리고 노예 신분자들도 있었다. 같은 책에 실린 에피쿠로스의 유언장에는 자신이 소유했던 노예 미스, 니키아스, 리콘, 그리고 여성 노예 파이드리온을 해방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들은 단순히 시중을 든 게 ...
💌 짝사랑 티 안 내는 법: 9주 동안 47번을 세어보고 나서 알게 된 마음의 진짜 온도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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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를 세기 시작한 날 작년 팀 회의에서 그 사람이 내 아이디어에 짧게 고개를 끄덕인 날 저녁, 다이어리 구석에 낙서를 하나 시작했다. 그 사람과 말을 섞은 횟수를 정(正)자로 세는 거였다. 처음엔 그냥 심심해서였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쯤 지나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는 감정을 언어로 설명하는 걸 못 견뎌서, 숫자로 도망친 거였다. 9주 동안 47번. 이건 그냥 대화 횟수를 센 거고, 감정의 세기를 따로 점수 매기기 시작한 건 3주 차부터였다. 그전엔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세는 것만으로 충분히 뭔가를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3주 차에 접어들면서 횟수만으로는 이 감정이 커지는지 잦아드는지 가늠이 안 됐다. 그래서 1점부터 10점까지 강도를 매기기 시작했는데, 3주 차 평균이 7점대였고 7주 차엔 4점대로 내려갔다. 1주 차, 2주 차 데이터는 없다. 그때의 내가 어땠는지는 기억으로만 남아 있고, 그 기억은 숫자보다 항상 더 극적이다. --- ## 🌪️ 니체였다면 이 감정을 죽이라고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정념을 거세하는 교회의 방식을 경멸한다. 관능을 없애버린 자리엔 사랑이 아니라 공허가 남는다고, 그는 정념은 죽이는 게 아니라 정신화(Geistigwerdung)해야 한다고 썼다. 적개심조차 잘 벼리면 지적인 날카로움이 된다고. 이 논리를 내 짝사랑에 대입하면 그럴듯하다 — 이 들끓는 에너지를 없애려 하지 말고 뭔가 만드는 데 써라, 힘에의 의지는 원래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근데 여기서 멈추면 흔한 자기계발서랑 다를 게 없다. "에너지를 딴 데 써라"는 조언은 헬스장 전단지에도 있다. 니체가 진짜 하려던 말은 더 도발적이다. 영원회귀 사유는 이 감정, 이 초조함, 이 우스꽝스러운 숫자 세기까지 통째로 다시 살라고 해도 그러겠냐고 묻는다. 나는 그 질문에 아직 그렇다고 답 못 한다. 다시 산다면 세는 습관만은 빼고 싶다. --- ## 🕉️ 근데 붓다는 애초에 방향이...
😴 최악의 순간을 미리 상상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잠을 더 잘 자는 이유, 스토아철학 저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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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2시, 프로젝트를 통째로 날릴 뻔한 날 지난 5월 초였다. 클라이언트에게 보내야 할 최종 파일을 실수로 예전 버전으로 덮어써서 보냈다. 발견한 건 자정 넘어서였고, 그날 밤 세 시간 넘게 뒤척였다. 머릿속에서는 상사가 화내는 장면, 클라이언트가 계약을 끊는 장면이 번갈아 재생됐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보니 별일 아니었다. 메일 하나로 정정되는 수준의 실수였다. 문제는 실수 자체가 아니라 그날 밤 세 시간이었다. 그 세 시간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냥 같은 장면을 스무 번쯤 되감기했을 뿐이다. 이 경험 이후로 잠들기 전 노트를 펴는 습관을 붙였는데, 시작은 세네카였다. --- ## 📜 세네카가 편지에서 반복해서 던진 질문 세네카는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91번째 편지에서 리옹(당시 루그두눔)이 하룻밤 화재로 도시 전체가 잿더미가 된 사건을 다룬다. 번영하던 도시가 반나절 만에 사라진 걸 보며, 그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는 것들이 사실 얼마나 위태로운 전제 위에 서 있는지를 짚는다. 이게 흔히 '프레메디타티오 말로룸(premeditatio malorum)', 나쁜 일을 미리 그려보는 훈련이라 불리는 것의 뿌리다. 그런데 이걸 그냥 "최악을 상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로 요약하면 절반만 맞다. 내가 그날 밤 세 시간 동안 한 것도 사실 최악을 상상하는 일이었으니까. 차이는 다른 데 있다. 에픽테토스가 『엥케이리디온』 1장에서 그은 선, 내 힘으로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나누는 그 구분이 빠지면 상상은 그냥 반추로 미끄러진다. 나는 그날 밤 "상사가 화낼까"만 반복했지, "화를 내든 말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정정 메일 하나뿐이다"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프레메디타티오 말로룸의 핵심은 최악을 그리는 게 아니라, 최악을 그린 다음 그중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한 조각을 찾아내고 거기서 멈추는 거였다. 그래서 이후로는 자기 전 5분, 다음 날 있을 일 중 ...
💔 직장 짝사랑 티 안 내는 법, 니체와 부처에게 물어본 심리학적 해답과 실전 팁 완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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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비실에서 커피 내리다 심장이 내려앉은 날 작년 3월 둘째 주였다. 옆 팀 대리님이 탕비실에서 "이 원두 뭐예요?" 하고 물었을 때, 나는 "케냐 AA요"라고 대답하면서 손이 떨려서 드리퍼 뚜껑을 놓쳤다. 그 사람은 웃으면서 "손 떨리시는 거 봐, 카페인 과다세요?" 했고 나는 "아 네 하하" 하고 얼버무렸다. 그 순간 느낀 건 설렘이 아니라 공포에 가까웠다. '방금 표정 이상했나. 눈을 너무 오래 봤나.'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그 짧은 대화를 다섯 번쯤 복기했다. 이 글은 그 복기의 기록이다. 다만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티 안 내는 법 5가지" 같은 리스트가 아니라, 왜 나는 그렇게까지 숨기고 싶어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답을 찾다가 니체와 부처를 만났다. --- ## 😤 니체가 말한 원한, 그리고 내가 하던 뒷담화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원한(ressentiment)을 이렇게 설명한다. 힘없는 자는 힘있는 자에게 직접 반응하지 못하고, 그 반응을 억누른 채 왜곡된 형태로 되돌려준다. 노예는 주인에게 대들지 못하니 "겸손이 미덕"이라는 도덕을 만들어 주인의 오만을 벌준다. 억압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방향을 바꿔서 새어나온다는 게 핵심이다. 나는 이걸 알고 나서 내 행동 하나가 부끄러워졌다. 그 대리님이 다른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회식 자리에서 "저분 원래 저렇게 여기저기 잘 챙기시나봐요" 하고 살짝 비꼬듯 말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마음을 억누르니까 그게 냉소로 새어나온 거였다. 니체식으로 말하면 나는 그 순간 노예도덕을 실천하고 있었다. 직접 마음을 드러낼 힘이 없으니, 대신 상대를 은근히 깎아내리는 도덕적 우월감으로 갈아탄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바뀐 행동은 이거였다. 그 사람에 대해 안 좋은 뉘앙스로 한마디라도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그건 티가 안 나는 게 ...
🏛️거짓말쟁이 역설과 메가라학파: 잊힌 논리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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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의 농담에서 시작된 것 지난달 술자리에서 친구 하나가 대뜸 이런 말을 던졌다. "나는 항상 거짓말만 해." 다들 웃고 넘겼는데 나는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 문장이 참이면 그는 방금 거짓말을 한 게 되니 문장은 거짓이어야 하고, 문장이 거짓이면 그는 거짓말만 하는 게 아니니 문장은 참이어야 한다. 취기 오른 자리에서 나 혼자 이 순환을 세 바퀴쯤 돌리다가, 문득 이게 2400년 전에 이미 이름까지 붙어 있던 문제라는 걸 떠올렸다. 거짓말쟁이 역설, 그리고 그걸 처음 정식으로 정리한 사람은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아닌, 지금은 철학사 교과서에서 한두 줄로 지나가는 [메가라학파 역설](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메가라학파+역설)의 에우불리데스였다. 메가라학파는 대개 "소크라테스와 스토아 사이 어딘가"로만 취급된다. 그런데 이 학파를 다시 들여다볼수록, 이들이 남긴 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논리학이 아직 갖추지 못했던 어휘로 붙잡으려 했던 진짜 균열이라는 생각이 든다. --- ## ⚖️ 유클레이데스, 소크라테스를 논쟁의 기술로 바꾼 사람 메가라학파의 시조 유클레이데스는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 2권 106절에서 그를 소개하며, 소크라테스가 죽은 뒤 아테네인들이 메가라인의 입국을 금지했을 때도 유클레이데스가 여자 옷을 입고 밤길로 아테네까지 걸어와 스승의 강의를 들었다는 일화를 전한다. 이 일화가 실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후대인들이 유클레이데스를 어떤 인물로 기억하고 싶어 했는지는 분명히 보여준다. 논증을 위해서라면 위험도 감수하는 사람으로. 더 중요한 대목은 2권 107절이다. 유클레이데스는 "좋음(善)은 하나이며, 지혜라 불리기도 하고 신이라 불리기도 하고 정신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주장하면서, 비유(analogy)에 의한 논증을 거부하고 오직 이미 인정된 전제...
🕯️ 짝사랑 티 안나게 챙기는 법 - 니체의 선사하는 덕과 불교 무상이 알려주는 사랑의 태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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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12월, 이천오백원짜리 목캔디 그해 겨울 옆 팀 사람이 두 달 가까이 기침을 달고 살았다. 회의 때마다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신경 쓰여서, 퇴근길 편의점에서 이천오백원짜리 목캔디 한 봉지를 사서 탕비실 공용 바구니에 넣어뒀다. 누가 넣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다음 날 그 사람이 그걸 까먹으면서 "누가 이런 걸 챙겨놨지" 하고 지나가는 말을 했는데, 나는 대답 안 하고 그냥 웃었다. 그게 다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생각이 애초에 없었으니 서운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게 좀 이상하다. 나는 왜 굳이 안 들키게 했을까. 티를 냈으면 최소한 대화 한 번은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다가 니체와 불교에서 각각 다른 답을 발견했다. --- ## 🎁 니체가 말한 선사하는 덕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선사하는 덕(die schenkende Tugend)"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니체는 강한 자의 미덕을 이렇게 설명한다 — 넘치는 힘을 가진 자는 주면서 대가를 계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게 주는 행위는 결핍을 채우는 거래가 아니라 넘쳐흐르는 힘이 저절로 쏟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예도덕은 원한(ressentiment)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무언가를 줄 때조차 상대의 반응을 계산하고 그 반응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받으려 한다. 이 구분을 내 목캔디에 대입해보면 좀 부끄러워진다. 나는 정말 넘치는 힘으로 준 걸까, 아니면 "들키면 거절당할까봐" 안 들키는 쪽을 택한 걸까. 솔직히 둘 다였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다 — 반응을 계산하지 않는 순간에만, 그 행동이 나를 작아지게 하지 않았다는 것. 상대가 몰라줘도 상관없다는 상태에 도달한 순간, 그 챙김은 구걸이 아니라 그냥 내가 가진 여유의 표현이 됐다. --- ## 🪷 무주상보시, 마음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식 불교 쪽에서는 『금강경』의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가 정확히 이 지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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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제작 효율 최적화 위한 영지 세팅
### 1. 대성공 확률 증가 vs. 제작 수수료 절감 - **대성공 확률 증가**: 대성공 확률이 2% 증가해도 실제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 대성공 확률 5%에 2% 증가를 적용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0.1% 증가에 불과합니다. - **제작 수수료 절감**: 제작 수수료를 2% 절감할 경우, 제작할 때마다 발생하는 골드 비용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어 비용 절약 효과가 훨씬 큽니다. - 결과적으로, 제작 수수료 절감이 대성공 확률 증가보다 약 10배 더 많은 이득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대성공 확률보다는 수수료 절감에 집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 ### 2. 효율적인 영지 세팅을 위한 이득 극대화 세팅 - 영지 내 필수 세팅 아이템으로 "곡예사의 대기실," "찬란한 소원 나무," "여신의 가호"가 추천됩니다. - **곡예사의 대기실**: 마리샵에서 블루 크리스탈로 구매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제작 효율을 높이는 데 필수 아이템입니다. - **찬란한 소원 나무**: 수수료 절감을 제공하여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어 이득 극대화에 도움이 됩니다. - **여신의 가호**: 미술품 42개를 모아 획득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제작 효율을 제공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필수로 장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여신의 가호 대신, **곡예사의 무기 진열대**를 구매해 사용할 수도 있으며, 경제적인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 3. 의상 세팅 (선택적 적용) - 특정 의상을 착용하면 제작 효율이 약간 증가하지만, 최적의 의상 옵션은 없기 때문에 필수는 아닙니다. 크리스탈 비용이 부담스러울 경우 생략 가능하며, 다른 세팅을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 **드레스룸 이용**: 크리스탈을 사용하여 드레스룸에서 특정 NPC와의 호감도로 얻을 수 있는 의상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추천 의상**: 페...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 생활 도구 옵션
### 생활 도구 옵션 및 확률 | **옵션** | **고급** | **희귀** | **영웅** | **전설** | **유물** | |-------------------------|-------------|------------|-------------|-------------|-------------| | 기본 보상 추가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희귀 재료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특수 획득 확률 | 0.5~1% | 1~2% | 1.5~3% | 2~4% | 2.5~5% | | 내구도 미차감 확률 | 2.5~5% | 5~10% | 7.5~15% | 10~20% | 12.5~25% | | 채집속도 | 1.25~2.5% | 2.5~5% | 3.75~7.5% | 5~10% | 6.25~12.5% | | 미니게임 난이도 하락 | 1 | 1~2 | 1~2 | 2~3 | 2~3 | | 미니게임 보상 획득 확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낚시 캐스팅 등급 | 1~2 | 2~4 | 4~6 | 6~8 | 8~10 | --- ### 생활 키트 옵션 정리 - 영웅 등급 생활 도구가 제작 비용면에서 효율 좋음 | **생활 유형** | **필수 옵션 (빨간색)...
한국 핵무장 논의와 방위산업 관련주: 핵무기 개발 과정과 유망 종목 분석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논의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방위산업 관련 주식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 및 방어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관심을 끌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잠재적 수혜가 예상됩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등 외교적 변화는 이러한 방위산업 관련주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참조: https://gussconomy.tistory.com/entry/한국-핵무장-시나리오-관련주-투자-포인트-총정리 ) --- ### 핵무기 생산과정 요약 #### **핵연료 확보** : 고농축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와 같은 핵분열 물질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 **우라늄 농축**: 우라늄-235의 비율을 약 90% 이상으로 높이는 과정입니다. -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에서 우라늄-238을 중성자로 포획하여 플루토늄을 생성하고 이를 화학적으로 분리합니다. #### **폭발 장치 개발** : 확보한 핵연료를 폭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 **충돌 방식 (Gun-type)**: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두 덩어리를 빠르게 결합시켜 핵분열을 유도합니다. - **내부 압축 방식 (Implosion-type)**: 고폭압력으로 플루토늄을 압축하여 임계 질량을 초과하도록 합니다. ####. **무기화 및 배치** - 폭발 장치를 무기 형태로 조립하여 배치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미사일, 폭격기 등에 탑재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 ### 핵심적인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연료 확보**와 **폭발 장치 개발**입니다. - **핵연료 확보**: 핵분열 물질 확보가 핵무기 개발의 필수 조건입니다.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며, 보안과 국제적인 감시가 강화된 부분입니다. - **폭발 장치 개발**: 핵연료가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폭발시키는 장치가 없다면 무기화가 불가능합니다. 압축 방식 등 폭발 장치 개발 기술이 핵무기의 폭발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