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유통기한 계산법: 3년 짝사랑을 불교의 무상과 니체의 힘에의 의지로 끝내는 데드라인 기술

💔 이 사람을 3년 동안 좋아했다

대학 동아리 답사 버스에서 처음 그 사람 옆자리에 앉았다. 별거 아닌 대화였는데 집에 와서 카톡 프로필을 세 번 확인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후로 3년, 나는 매주 화요일 동아리 모임 시간을 기다렸고,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웃고 있으면 그날 하루를 망쳤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누가 올라오는지 아침저녁으로 확인했다. 고백은 한 번도 못 했다. 대신 3년치 데이터만 쌓았다.

문제는 이 감정이 "언젠가 사라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만 버텨졌다는 거다. 마감 기한 없는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듯, 마감 기한 없는 짝사랑도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니체와 불교를 끌어와 억지로라도 마감을 만들기로 했다.


🔥 갈애라는 이름의 습관

불교의 사성제(四聖諦)는 고통(苦)의 원인을 갈애(渴愛, 팔리어 taṇhā)로 설명한다. 갈애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이것이 계속되었으면", 혹은 "이것이 지금과 달랐으면" 하고 대상을 붙잡으려는 마음의 관성이다. 내가 그 사람의 스토리를 확인하던 행위는 사랑이라기보다 갈애에 가까웠다. 그 사람 자체보다, "확인하는 습관"과 그 습관이 주는 미세한 안도감에 중독되어 있었던 거다.

무상(無常)은 이 갈애를 깨는 열쇠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 감정이 변하지 않고 3년째 똑같다"는 내 착각도 무너진다. 실제로는 매일 조금씩 다른 감정이었는데, 나는 그걸 "짝사랑"이라는 하나의 딱딱한 덩어리로 뭉쳐서 붙잡고 있었을 뿐이다.


🌙 원한과 힘에의 의지 사이, 그 밤

니체는 『도덕의 계보』 제1논문 10절에서 원한(르상티망)을 "행동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안으로 발효되는 반응적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뜨끔했다. 그 사람에게 새 애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날 밤, 나는 그 애인이 어떤 사람인지 SNS를 뒤지다가 뭔가 흠을 찾으면 안심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불행해지길 바라는 마음. 그게 원한이다.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부산물로 남은 독이었다.

전환점은 뭉뚱그려진 "어느 순간의 깨달음"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밤이었다. 흠을 찾다가 아무것도 못 찾고, 오히려 그 사람이 행복해 보이는 사진만 잔뜩 보게 된 순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자각이 왔다. 니체가 힘에의 의지라고 부른 건 이 반응을 멈추고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능동적 힘이다. 『즐거운 학문』 341절에서 그는 "이 삶을 다시 한번, 무한히 반복해서 살아도 좋은가"라고 묻는다. 나는 그날 밤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처럼 남의 SNS를 뒤지며 3년을 또 반복해도 괜찮은가. 대답은 명백히 아니오였다. 그 구체적인 실패의 밤이, 원한을 힘에의 의지로 돌려세운 첫 번째 사건이었다.


📅 데드라인은 왜 90일이었나

계절이 바뀌어서 3개월을 고른 게 아니다. 이전 두 번의 짝사랑에서, 나는 매일 밤 그 사람 SNS를 확인하는 횟수를 스스로 세어본 적이 있다. 첫 2주는 하루 십수 번, 한 달째부터 서서히 줄다가, 두 경우 모두 10주에서 13주 사이에 확인 횟수가 하루 1회 이하로 떨어졌다. 90일은 계절 감성이 아니라 내 행동 데이터에서 나온 평균값이었다. 그래서 세 번째 짝사랑에서는 아예 캘린더에 D-90을 찍어놓고 시작했다. 나는 이 방법에 나름의 이름을 붙였는데, 바로 짝사랑 유통기한 계산법이다.

방법은 단순했다. 매주 일요일 저녁, 그 주에 그 사람을 생각한 시간을 대략 적었다. 숫자가 그래프처럼 줄어드는 걸 보는 것 자체가 무상을 체감하는 훈련이었다. 감정을 억지로 누른 게 아니라, 감정이 원래 변한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한 거다. D-day가 됐을 때 정한 건 딱 하나, 그날 이후로는 그 사람 SNS를 의도적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 그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극적인 결말을 기대했다면 미안하지만, D-90 이후 나는 고백도 안 했고 그 사람과 절교도 안 했다. 동아리 모임에서 여전히 마주쳤고 인사도 했다. 달라진 건 딱 하나,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더 이상 그 사람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진짜 증거는 6개월 뒤에 나왔다. 우연히 학교 앞에서 그 사람과 애인을 마주쳤는데, 심장이 뛰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그 자리에서 숨고 싶었을 텐데, 그냥 "어, 안녕" 하고 지나갔다. 갈애가 사라진 자리에는 원한도 미련도 아닌, 한 사람에 대한 담백한 기억만 남아 있었다. 마감 기한을 정한다고 사랑이 즉시 꺼지는 건 아니다. 다만 갈애가 스스로를 갱신할 기회를, 데드라인이 끊어준다. 그게 내가 3년 걸려 배운, 아주 실용적인 불교와 니체 사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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