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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락주의자가 우정을 최고의 쾌락이라 부른 이유, 에피쿠로스 우정론과 관계 피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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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카톡방 스물일곱 개를 나가던 밤 작년 초, 휴대폰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알림을 보다가 홧김에 카카오톡 대화 목록을 정리한 적이 있다. 스크롤을 내리는데 이름도 가물가물한 단체방이 끝없이 나왔다. 동창회, 전 직장 동기, 아파트 커뮤니티, 육아 정보방, 몇 년째 안 만난 동아리 선후배… 스물일곱 개를 나가고 나서 이상하게 후련했다. 사람을 잃었다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내려놓았다는 느낌. 그날 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이렇게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데, 왜 정작 새벽에 전화할 사람은 두세 명뿐일까. 이 물음을 붙잡고 있다가 다시 펼친 책이 에피쿠로스 우정론 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쾌락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놓은 철학자다. 그런데 정작 그가 남긴 문장 중 가장 자주 인용되는 건 쾌락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우정에 대한 찬사다. "지혜가 삶 전체의 행복을 위해 마련하는 것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의 소유다." 쾌락주의자가 왜 쾌락이 아니라 우정을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했을까. 🌿 정원 공동체, 그리고 노예와 여성이 앉을 자리 기원전 306년, 에피쿠로스는 아테네 외곽에 땅을 사서 '정원'이라 불리는 공동체를 꾸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정원이 얼마나 목가적이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그 문을 드나들 수 있었느냐다. 당대 그리스 철학 공동체는 대개 자유 시민 남성만 받았다. 정원은 달랐다. 여성도, 노예 신분이었던 이들도, 매춘부 출신도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에서 우정을 유용성·쾌락·덕성이라는 세 층위로 나누고, 그중 진짜 우정은 대등한 시민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것과 정면으로 다르다. 에피쿠로스에게 우정의 자격 조건은 신분이나 쓸모가 아니라 그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두려움이 줄어드느냐였다. 그가 평생 씨름한 문제는 쾌락을 어떻게 늘리느냐가 아니라 고통과 불안, 특히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아타락시아를 깨는 것들)를 어떻...
🍲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쾌락 대신 남긴 유산: 우정과 매달 스무날의 특별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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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통에 붙어있던 포스트잇 2년 전 11월, 아버지가 담낭 쪽 수술을 받고 두 달 가까이 입원해 계셨다. 회사 끝나고 병원 들렀다가 집에 오면 자정이 다 되어 있었고, 냉장고를 열어봐야 반쯤 마른 계란 두 알이 전부였던 시기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현관 앞에 반찬통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대학 동기 정은이가 다녀간 거였다. 소고기무국이랑 멸치볶음, 그리고 통 옆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국 데워서 밥 챙겨 먹어, 자책하지 말고"라고 적혀 있었다. 국을 냄비에 옮겨 담는데 아직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어서, 숟가락도 안 들고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정작 정은이한테 전화해서는 고맙단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딴소리만 늘어놨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뻔하다면 뻔한 장면을 기원전 3세기 아테네에서 이미 정교하게 이론화해 놓은 사람이 있다. 쾌락을 인생의 목표로 선언해서 지금까지도 오해받는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남긴 것이 바로 에피쿠로스 우정론 이다. 🧮 쾌락주의자가 계산기를 두드리자 나온 답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은 사실 방탕이 아니라 계산이다. 쾌락을 늘리고 고통을 줄이는 게 목표라면, 뭐가 제일 효율 좋은 투자처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가 남긴 『주요 교설』(퀴리아이 독사이) 27번은 이렇게 말한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전하는 원문을 시릴 베일리가 1926년에 영역한 걸 옮기면 이렇다. "지혜가 일생 전체의 행복을 위해 마련해주는 것들 가운데, 우정을 얻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Of all the things which wisdom acquires to produce the blessedness of the complete life, far the greatest is the possession of friendship)." 돈도 권력도 명예도 아니고 우정이 1등이라는 거다. 이유는 다음 교설에서 좀 더 풀리는데, 고통 중에서 가장 큰 건 눈앞의 통증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게 에피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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