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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을 지운 그 3초—푸코의 파레시아로 읽는 SNS 시대의 침묵

## 🗑️ 그날 나는 왜 댓글을 지웠을까 몇 달 전 일이다. 지인이 SNS에 올린 글이 영 찜찜했다. 틀린 정보는 아니었다. 다만 절반만 말한 진실—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더 교묘한 거짓이었다. 나는 댓글창을 열고, 다섯 문장쯤 썼다가 지웠다. 썼다가 또 지웠다. 결국 이모지 하나만 남겼다. 뭐가 무서웠던 걸까. 그 글에는 이미 수백 개의 공감이 달려 있었고, 댓글들은 하나같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내 말은 분명 튀어 보일 것이었다. 괜히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었다. 그냥 넘어가는 게 현명해 보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도 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0년 미국 SNS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48퍼센트가 "원래 쓰려던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한 적 있다"고 답했다. 거의 절반이다. 쓰다가 멈춘 말들이 이 세계에 얼마나 쌓여 있을까. --- ## 🎯 [파레시아](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파레시아): 진실은 위험을 동반해야 한다 푸코(Michel Foucault)는 말년에 '파레시아(parrhesia)'라는 고대 그리스 개념을 다시 꺼냈다. 1983~84년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 사후에 『진실의 용기(Le Courage de la vérité)』로 묶인 그 강의에서 그는 파레시아를 단순한 '솔직함'과 구분했다. 파레시아에는 세 조건이 붙는다. 말하는 사람이 그 진실을 진심으로 믿을 것. 그 말이 말하는 사람에게 실제 위험을 초래할 것. 그럼에도 말하는 것이 의무라는 인식에서 비롯될 것. 두 번째 조건이 핵심이다. 푸코가 든 예는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권력자들 앞에서 그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했고 사형을 받았다. 반면 상사가 부하에게 "네 기획서 별로야"라고 말하는 건 파레시아가 아니다.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파레시아는 구조적으로 약자가 강자에게, 또는 동등한 관계에서 상대가 듣...

🗣️ 나는 왜 그 말을 삼켰는가 — 파레시아와 SNS의 진실 발화 구조

2022년 겨울, 나는 트위터 입력창 앞에서 약 3분을 멈춰 있었다. 대학 선배가 특정 복지 정책을 비판하는 긴 스레드를 올렸는데, 그가 인용한 OECD 수치가 원래 맥락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된 걸 알고 있었다. 정정 댓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손가락이 멈췄다. '이 선배는 팔로워가 3만 명이다. 그 팔로워들이 내 프로필을 클릭할 것이다. 내 과거 트윗들이 보일 것이다. 어떤 트윗이 오해받을 수 있다.' 나는 결국 댓글을 쓰지 않았다. 사흘 뒤 그 스레드는 3,200번 이상 리트윗됐다. 오류 포함으로. 그 3분 동안 내 안에서 무슨 계산이 이루어졌는지, 나는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 ## 🗣️ [파레시아](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파레시아): 위험을 감수하는 발화라는 기술 푸코는 1983년 버클리 강연—후에 《담론과 진실》(Discourse and Truth)로 출판된—에서 '파레시아(parrhesia)'를 단순한 진실 발화가 아닌 윤리적 실천으로 정의한다. 파레시아적 발화자는 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말해야 하고, 그 발화로 인해 자신에게 어떤 위험—사회적, 관계적, 물리적—이 돌아올 것임을 알아야 하며, 그럼에도 말해야 한다. 푸코는 이것을 명시적으로 "용기의 문제"라 부른다. 아무런 대가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은 파레시아가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파레시아는 구체적인 공간을 전제했다. 발화자는 특정 청자—왕, 시민 집회, 철학 학파의 제자—앞에서 말했다. 맥락이 있었고, 청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으며, 위험의 크기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푸코가 파레시아를 'tekhnē(기술, 실천)'라고 부른 것은 이 때문이다. 진실 말하기는 추상적 덕목이 아니라 구체적인 조건 속에서 연습되고 숙련되는 기예(技藝)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SNS라는 공간에서 이 기술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아니, 작동할 수 ...

🗣️ 그날 회의실에서 침묵했던 나, 고대 그리스 철학 '파레시아'를 알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 🤐 "그거 진짜 이대로 가도 되는 거예요?"라고 묻지 못한 날 2019년 가을, 그러니까 지금 다니는 회사로 옮기기 전 마지막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팀장님이 야심 차게 밀어붙이던 게 '전사 협업툴 자체 개발' 프로젝트였다. 슬랙이나 노션 같은 거 다 놔두고 우리 손으로 만들어 쓰자는 거였는데, 개발 인력이라곤 나 포함 세 명이 전부인 마케팅 부서 산하 TF였다. 첫 킥오프 회의에서 일정표를 봤을 때 이미 머릿속에선 "이거 6개월 안에 절대 안 끝난다"는 계산이 끝나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료 진우(가명)가 나한테 속삭였다. "형, 저거 내년 이맘때도 데모 화면 하나 못 띄울 것 같지 않아요?" 나도 똑같이 생각했다고 답했다. 근데 거기까지였다. 회의실로 돌아가서 손을 들고 "팀장님, 이 일정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8개월을 끌다가 예산 재검토 명목으로 조용히 묻혔고, 그사이 우리 셋 중 둘이 퇴사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 ## 🏛️ 푸코가 다시 꺼낸 오래된 그리스어, 파레시아 이 기억이 다시 떠오른 건 최근에 미셸 푸코의 1983년 버클리 강의록 《담론과 진실》을 읽으면서다. 푸코는 [고대 그리스 '파레시아'(거침없이 말하기) 개념과 현대 직장 내 솔직함](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고대+그리스+'파레시아'(거침없이+말하기)+개념과+현대+직장+내+솔직함)이라는 말이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짚는다. 어원을 풀면 '판(pan, 모든)'과 '레시스(rhesis, 말)'가 합쳐진 단어로, 직역하면 '모든 것을 말하기'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푸코가 정리한 파레시아의 조건이다. 그는 파레시아가 성립하려면 ① 화자가 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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