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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귈수록 내가 옅어지는 기분, 보웬·니체·붓다가 말한 연애 자아분화와 나를 지키는 법

## ☕ 카페에서 커피를 고르다가 알았다 전 남자친구는 아메리카노를 못 마셨다. 위가 약해서 늘 라떼나 밀크티를 시켰다. 사귀고 세 달쯤 지났을 때, 혼자 카페에 갔다가 나도 모르게 밀크티를 주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원래 아메리카노파였다. 쓴 커피가 정신을 차리게 해준다고 늘 말하고 다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카운터 앞에서 잠깐 멈칫했다. 내가 밀크티를 좋아했던가, 아니면 그냥 그와 함께 마셨던 게 익숙해진 건가. 구분이 안 됐다. 이 사소한 순간을 계속 붙잡고 있었던 이유는, 이게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근본적인 무언가의 증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머레이 보웬은 이런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연애 자아분화](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연애+자아분화)(differentiation of self)—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 안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와 구분해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이게 낮을수록 사람은 관계 속에서 '융합(fusion)'된다. 상대의 정서 상태가 곧 내 정서 상태가 되고, 상대의 기준이 곧 내 기준이 되어버리는 상태다. --- ## 🏥 보웬이 정신병동에서 본 것 보웬이 이 개념을 만든 건 이론이 아니라 관찰에서였다. 1954년부터 1959년까지 그는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에서 조현병 환자와 그 어머니를 한 병동에 같이 살게 하며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처음엔 모자 관계만, 이후엔 아버지와 형제까지 포함한 가족 전체를 병동에 입주시키면서 상호작용을 몇 년에 걸쳐 기록했다. 그가 발견한 건 예상 밖이었다. 환자와 어머니 사이의 정서적 밀착이 너무 강해서, 한쪽의 불안이 다른 쪽에게 거의 시차 없이 전이됐다. 어머니가 불안해지면 환자의 증상이 심해지고, 반대로 환자가 안정되면 어머니가 오히려 불안해하는 패턴까지 나타났다. 보웬은 이걸 '정서적 공생(emotional symbiosis)'이라 불렀다. 이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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