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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테뉴 수상록 필사 루틴, 3권짜리 민음사판에서 유명한 문장 다음 문장을 읽는 법을 매일 되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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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 정리하다 다시 편 책 지난겨울 책장을 정리하다가 대학 때 사서 표지만 넘겨보고 처박아둔 몽테뉴 수상록을 다시 꺼냈다. 심민화·최권행이 옮긴 민음사판 세 권짜리인데, 유독 3권만 손때가 묻어 있었다. 아마 졸업 논문 어딘가에 인용하려고 뒤적였던 흔적일 거다. 나머지 두 권은 새 책이나 다름없었다. 그날 밤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다가, 그냥 베껴 써보기로 했다. 특별한 결심은 아니었다. 눈으로 읽으면 문장이 미끄러지듯 지나가는데, 손으로 쓰면 한 글자씩 걸리는 느낌이 좋았을 뿐이다. 그게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몽테뉴 수상록 필사 루틴 이다. ✍️ 다들 인용하는 문장 말고 몽테뉴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나는 존재를 그리는 게 아니라 지나감을 그린다"는 문장을 안다. 수상록 서문이나 해설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장이라 나도 필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 문장을 베껴 쓰다가 무슨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말하면 거짓말이다. 내가 걸린 건 바로 다음 문단이었다. 3권 2장 "회한에 대하여"에서 몽테뉴는 이렇게 쓴다. 자기 영혼이 확고한 발판을 얻을 수 있었다면 스스로를 시험하지 않고 그냥 결정했을 텐데, 실제로는 늘 수련 중이고 시험 중이라고. 유명한 문장 바로 뒤에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덜 인용되는 문장이다. 처음 읽었을 땐 그냥 지나쳤는데 손으로 옮겨 쓰다 보니 이 문장이 더 오래 남았다. '발판'이라는 단어를 짚어가며 계속 고쳐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결론을 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러니까 필사가 준 건 새로운 인용구가 아니라, 이미 아는 문장 옆에 붙어 있던 문장을 다르게 읽는 속도였다. 📔 일기장에 남은 버릇 필사를 시작하고 나서 예전에 쓰던 일기를 다시 펼쳐본 적이 있다. 몇 개인지 세거나 퍼센트를 낸 건 아니고—사실 세보려다가 관뒀다. 그런 숫자는 어차피 내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나올 게 뻔했다. 다만 뒤로 갈수록...
⏳ 마흔셋, 3층 계단에서 배운 것 — 유한성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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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었는데 마흔셋이 되던 봄, 회사 건물 3층 계단을 오르다가 멈췄다. 왼발을 올려놓은 채로, 손잡이를 쥔 채로. 아무 이유 없이. 멈춘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극적인 계기는 없었다. 심장이 이상했던 것도 아니고, 누가 불렀던 것도 아니다. 그냥 어떤 감각이 왔다. 머릿속에 문장이 형성되기 전의 무언가. 굳이 말로 만들자면 이런 것: 나는 언젠가 이 계단을 다시는 오르지 못하는 날이 온다. 그것은 내가 무엇을 원하든 관계없이 온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죽음을 모르는 어른은 없으니까. 하지만 아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단어로서 아는 것과 — 중력처럼, 체온처럼 — 몸 전체로 한 번 통과되는 것은. 이것이 유한성 자각 이다. 그 감각은 한 5초 정도 있다가 사라졌다. 나는 계단을 다 올라 사무실로 들어갔고 오전 회의에 참석했다. 🐴 몽테뉴는 말에서 떨어져야 했다 미셸 드 몽테뉴는 말에서 떨어졌다. 1570년대 어느 날, 낙마 후 의식을 잃었고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중에 그 경험을 에세이로 썼다 — 「연습에 대하여」.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온 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 죽음에 가까워지자 공포 대신 이상한 평온이 왔다고 했다.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죽음을 알 수 없다고. 나는 이 대목에서 오래 걸렸다. 몽테뉴의 말은 옳다. 그런데 동시에 뭔가 이상하다. 나는 낙마하지 않았다. 사고도 없었고, 병 진단도 없었고, 누가 죽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화요일 오전, 3층 계단이었다. 그렇다면 내 경험은 몽테뉴보다 약한 것인가? 더 얕고, 덜 실재하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게 됐다. 몽테뉴에게는 말이 필요했다. 사고라는 외력이 그를 경계 앞으로 밀어붙였다. 나에게는 계단으로 충분했다. 아무 이유 없이, 평범한 화요일에, 아무런 촉매 없이. 이게 더 불편하다. 몽테뉴의 방식이라면 '큰일이 생길 때'만 잠깐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계단으로 충분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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