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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쾌락 대신 남긴 유산: 우정과 매달 스무날의 특별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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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통에 붙어있던 포스트잇 2년 전 11월, 아버지가 담낭 쪽 수술을 받고 두 달 가까이 입원해 계셨다. 회사 끝나고 병원 들렀다가 집에 오면 자정이 다 되어 있었고, 냉장고를 열어봐야 반쯤 마른 계란 두 알이 전부였던 시기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현관 앞에 반찬통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대학 동기 정은이가 다녀간 거였다. 소고기무국이랑 멸치볶음, 그리고 통 옆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국 데워서 밥 챙겨 먹어, 자책하지 말고"라고 적혀 있었다. 국을 냄비에 옮겨 담는데 아직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어서, 숟가락도 안 들고 그 앞에 한참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정작 정은이한테 전화해서는 고맙단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딴소리만 늘어놨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뻔하다면 뻔한 장면을 기원전 3세기 아테네에서 이미 정교하게 이론화해 놓은 사람이 있다. 쾌락을 인생의 목표로 선언해서 지금까지도 오해받는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남긴 것이 바로 에피쿠로스 우정론 이다. 🧮 쾌락주의자가 계산기를 두드리자 나온 답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은 사실 방탕이 아니라 계산이다. 쾌락을 늘리고 고통을 줄이는 게 목표라면, 뭐가 제일 효율 좋은 투자처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가 남긴 『주요 교설』(퀴리아이 독사이) 27번은 이렇게 말한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가 전하는 원문을 시릴 베일리가 1926년에 영역한 걸 옮기면 이렇다. "지혜가 일생 전체의 행복을 위해 마련해주는 것들 가운데, 우정을 얻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다(Of all the things which wisdom acquires to produce the blessedness of the complete life, far the greatest is the possession of friendship)." 돈도 권력도 명예도 아니고 우정이 1등이라는 거다. 이유는 다음 교설에서 좀 더 풀리는데, 고통 중에서 가장 큰 건 눈앞의 통증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게 에피쿠...
🫒 에피쿠로스가 죽기 직전 쓴 편지에는 쾌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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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쿠로스를 처음 만난 날의 착각 대학원 첫 학기, 헬레니즘 철학 수업에서 담당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에피쿠로스가 쾌락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거의 모든 손이 올라갔다. 나도 올렸다. 교수는 짧게 웃고는 수업을 시작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한 학기가 걸렸다. 에피쿠로스(기원전 341–270)는 쾌락을 삶의 시작점이자 목적으로 보았다. 여기까지는 맞다. 그런데 그가 남긴 텍스트를 직접 읽으면 이상한 대목이 있다. 기원전 306년 아테네 외곽에 '정원(Κῆπος)'이라는 공동체를 세운 이 철학자가 가장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쾌락이 아니라 우정이었다. 『주요 교설』 27번은 이렇게 말한다. "지혜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 중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의 소유다." 쾌락주의자의 언어처럼 들리는가. 💭 '쾌락'이라는 단어가 만든 오해 오해의 출발점은 그리스어 '헤도네(ἡδονή)'다. 에피쿠로스는 헤도네를 두 종류로 나눴다. 움직이는 쾌락(키네틱 헤도네)과 정지한 쾌락(카타스테마틱 헤도네)이다.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의 즐거움은 전자다. 몸에 고통이 없는 상태인 아포니아(ἀπονία)와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인 아타락시아(ἀταραξία)는 후자다. 에피쿠로스가 실제로 추구한 것은 후자였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에 명확히 나온다. "우리가 쾌락이 시작이자 목적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방탕한 자들의 쾌락이나 감각적 즐거움 안에 놓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타락시아의 상태에 가장 가깝게 데려다주는 것은 무엇인가. 부도, 명성도, 철학적 논증도 아니다. 에피쿠로스의 대답은 우정이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분류했고, 에피쿠로스는 우정을 살았다 에피쿠로스 우정론 이 얼마나 독특한지 이해하려면 같은 시기의 철학적 맥락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8–9권에서 우정(φιλί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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