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저축공제 vs 내일채움공제, 월 30만원 5년 환급액 직접 계산해봤다

## 📝 처우 협의서에 적힌 숫자를 못 믿어서 계산기를 켰다 작년 가을 이직 제안을 받았을 때, 협의서 맨 아래 "내일채움공제 신규 가입 가능"이라는 문구를 보고 처음엔 그냥 좋은 줄 알았다. 지금 회사는 우대저축공제만 운영하고 있어서 "오, 둘 다 해주는 회사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막상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입장이 되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둘 다 "중소기업 재직자한테 좋다"는 말만 들었지, 5년 뒤에 실제로 통장에 얼마가 찍히는지 아는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퇴근하고 노트북을 펴서 두 상품의 납입 구조를 종이에 그려가며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 ## 💰 우대저축공제부터 숫자로 풀어봤다 내가 가입한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저축공제 환급 비교](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중소기업+재직자+우대저축공제+환급+비교)는 월 30만원씩 3년(36개월) 적립하는 구조다. 협약은행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연 5% 수준(기본금리 3.5%+우대금리 1.5%)으로 가정하고 적금 이자 공식(원금×이자율×(만기개월수+1)/24)에 대입해보니, 원금 1,080만원에 세전 이자가 약 83만원 나왔다. 여기서 이자소득세 15.4%를 떼면 손에 쥐는 이자는 약 70만원. 결국 3년 만기 때 통장에 찍히는 돈은 원금 포함 약 1,150만원이었다. 매달 30만원씩 꼬박꼬박 넣은 걸 생각하면 이자 70만원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은행 적금에 우대금리를 얹은 정도라고 보면 정확하다. --- ## 🏢 내일채움공제는 5년을 가정하고 계산해봤다 내일채움공제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근로자만 넣는 게 아니라 회사도 같이 넣고, 만기도 5년(60개월)이다. 내 상황에 대입해서 근로자가 월 12만 5천원, 회사가 월 30만원을 넣는다고 가정하면 5년간 근로자 납입금은 750만원, 회사 납입금은 1,800만원, 합쳐서 원금만 2,550만원이 쌓인다. ...

🪨 진정하라는 말을 세 번 했을 때, 나는 내가 누구인지 헷갈렸다 — 아파테이아의 진짜 의미

## 😶‍🌫️ 세 번째 "진정하시고요"를 말하던 순간, 나는 내가 누구인지 헷갈렸다 3년 전쯤 이커머스 회사 CS팀에서 일할 때, 배송이 사흘 늦어진 고객이 전화를 걸어와 처음부터 끝까지 욕설로 시작하는 날이 있었다. "너 같은 게 뭘 안다고"로 시작해서 "회사 망하게 해주겠다"로 끝나는 5분짜리 통화. 매뉴얼대로 "고객님, 진정하시고요"를 세 번쯤 반복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화가 난 건지, 화가 난 척을 그만둔 건지, 아니면 애초에 화가 나긴 했던 건지조차 헷갈렸다. 표정과 목소리는 차분했는데, 속에서는 뭔가가 식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 무렵 나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스토아 철학 책 몇 권을 집어 들었고, 거기서 '[아파테이아](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아파테이아)(apatheia)'라는 단어를 처음 만났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은 이 개념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 ## 🧊 감정을 누르는 법을 배운 게 아니라, 감정을 못 느끼는 척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 내가 시도한 건 단순했다. 화가 올라오면 숫자를 셌다. 슬픔이 밀려오면 다른 생각으로 덮었다. 일종의 감정 차단 훈련이었는데, 몇 달 해보고 알게 된 건 이게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이었다. 차단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그저 표현되는 통로만 막힌 채로 몸 어딘가에 쌓였다. 나는 전화를 받을 때는 멀쩡했지만, 퇴근길 지하철에서 별것 아닌 일에 눈물이 났고, 주말엔 이유 없이 무기력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아파테이아는 이런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에픽테토스나 세네카가 추구한 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외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판단'에서 동요가 비롯된다는 걸 ...

💌 짝사랑이 너무 괴로운 밤마다, 나는 감정일기를 펼치고 니체의 영원회귀를 떠올렸던 그 이유

## 🌙 화요일 밤 11시, 나는 또 그 카톡 프로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스물아홉 가을, 같은 팀 대리님을 1년 가까이 혼자 좋아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점심시간마다 시키는 아메리카노 사이즈를 외우고 있었고, 회의에서 그 사람 발언 순서를 기다리느라 정작 내 차례에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까먹은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화요일 밤 11시, 나는 침대에 누워 그 사람 카톡 프로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진이 바뀌어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그날 처음으로 [짝사랑 감정일기 쓰는 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짝사랑+감정일기+쓰는+법)을 시작하며 노트를 펴고 이렇게 적었다. "오늘 그 사람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 근데 이 마음, 도대체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다." 그 한 줄이 시작이었다. --- ## ♾️ "이 감정을 천 번 다시 살아도 좋은가" — 니체의 영원회귀 앞에 일기장을 펼치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어떤 악마가 찾아와 이렇게 속삭이는 장면을 그린다. 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을, 크고 작은 고통까지 모조리 포함해서, 영원히 똑같이 되풀이해서 살아야 한다면 — 너는 그 악마를 저주할 것인가, 아니면 "이보다 더 신성한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할 것인가. 이건 고통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라는 자기계발적 메시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향해 던지는 아주 구체적인 질문이다. 나는 일기장에 그날의 장면을 다시 옮겨 적으면서 스스로에게 그 질문을 던져봤다. "이 화요일 밤, 프로필 사진을 세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던 이 순간을, 영원히 또 살고 싶은가?" 솔직히 답은 "아니"였다. 그리고 그 "아니"를 내 손글씨로 확인한 순간이, 내가 그 마음에서 조금씩 발을 빼기 시작한 진짜 출발점이었다. --- ## 🔥 아픈 걸 미화하지 않기 — 아모...

🗣️ 그날 회의실에서 침묵했던 나, 고대 그리스 철학 '파레시아'를 알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 🤐 "그거 진짜 이대로 가도 되는 거예요?"라고 묻지 못한 날 2019년 가을, 그러니까 지금 다니는 회사로 옮기기 전 마지막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팀장님이 야심 차게 밀어붙이던 게 '전사 협업툴 자체 개발' 프로젝트였다. 슬랙이나 노션 같은 거 다 놔두고 우리 손으로 만들어 쓰자는 거였는데, 개발 인력이라곤 나 포함 세 명이 전부인 마케팅 부서 산하 TF였다. 첫 킥오프 회의에서 일정표를 봤을 때 이미 머릿속에선 "이거 6개월 안에 절대 안 끝난다"는 계산이 끝나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료 진우(가명)가 나한테 속삭였다. "형, 저거 내년 이맘때도 데모 화면 하나 못 띄울 것 같지 않아요?" 나도 똑같이 생각했다고 답했다. 근데 거기까지였다. 회의실로 돌아가서 손을 들고 "팀장님, 이 일정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 프로젝트는 8개월을 끌다가 예산 재검토 명목으로 조용히 묻혔고, 그사이 우리 셋 중 둘이 퇴사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 ## 🏛️ 푸코가 다시 꺼낸 오래된 그리스어, 파레시아 이 기억이 다시 떠오른 건 최근에 미셸 푸코의 1983년 버클리 강의록 《담론과 진실》을 읽으면서다. 푸코는 [고대 그리스 '파레시아'(거침없이 말하기) 개념과 현대 직장 내 솔직함](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고대+그리스+'파레시아'(거침없이+말하기)+개념과+현대+직장+내+솔직함)이라는 말이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짚는다. 어원을 풀면 '판(pan, 모든)'과 '레시스(rhesis, 말)'가 합쳐진 단어로, 직역하면 '모든 것을 말하기'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푸코가 정리한 파레시아의 조건이다. 그는 파레시아가 성립하려면 ① 화자가 그 말이...

💕 애정의 총량 보존 법칙: 설렘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 💭 3년 차 연인이 된 친구가 던진 질문 얼마 전에 3년째 연애 중인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커피를 휘저으며 이렇게 물었다. "나 요즘 그 사람 봐도 예전처럼 심장이 안 뛰어. 이거 사랑이 식은 거겠지?"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도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귄 지 8개월쯤 됐을 때, 상대방의 메시지를 봐도 예전만큼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죄책감마저 느꼈었다. '내가 변한 걸까, 마음이 식은 걸까.'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니 이상했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했고, 힘든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그에게 말하고 싶었고,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했다. 사라진 건 '설렘'이라는 특정한 감정의 형태였지, '애정' 자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 ## 🔄 애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를 바꿀 뿐이다 물리학에 에너지 보존 법칙이 있다면, 감정에는 '[애정의 총량](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애정의+총량) 보존 법칙' 같은 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연애 초반의 설렘은 애정이라는 에너지가 '불안'과 '기대'라는 형태로 응축되어 있는 상태다. 상대가 답장을 늦게 하면 가슴이 철렁하고, 다음 만남이 언제일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그 사람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의미를 부여한다. 이 모든 격렬한 감정의 연료는 사실 '불확실성'이다. 그런데 관계가 안정되면 그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그러면서 같은 양의 애정이 다른 형태―신뢰, 편안함, 일상의 동행―로 옮겨간다.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변환될 뿐이라는 물리 법칙처럼, 애정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분산되고 재배치되는 것이다. 권태기란 어쩌면 '애정이 식은 시기'가 아니라 '애정이 새로운 그릇을 찾고 있는 과도기'일지도 모른다. --- ##...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하면 정부기여금 진짜 환수될까? 1~3년차 손익표 직접 계산

## 😅 친구의 질문에 숫자로 답을 못 해서 시작됐다 며칠 전 같은 회사 동기가 점심을 먹다가 물었다. "나 청년도약계좌 2년째인데, 이번에 이직하면서 목돈이 좀 필요해. 깨면 정부에서 받은 돈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도 같은 계좌를 1년 넘게 넣고 있었는데, 막상 답을 하려니 "전액 환수된다고 들었어" 정도밖에 말할 수 없었다. '전액'이라는 말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3년을 채우면 정말 달라지는 건지조차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 계좌 명세서와 서민금융진흥원 안내 자료를 펴놓고 직접 숫자를 뽑아봤다. --- ## 💰 정부기여금은 소득구간에 따라 매달 이만큼 쌓인다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 환수 사례](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청년도약계좌+중도해지+환수+사례)의 핵심은 내가 넣는 돈에 정부가 매달 일정 비율을 얹어주는 '기여금' 구조다. 이 매칭비율은 소득구간별로 다르게 설계돼 있는데, 예를 들어 총급여 2,400만 원 이하 구간은 매칭비율 6.0%에 기여금 산정 한도가 월 40만 원으로 잡혀 있다. 즉 매달 70만 원을 꽉 채워 넣어도 정부기여금은 '40만 원 × 6.0%'인 약 2만 4천 원만 더해진다는 뜻이다. 이걸 그대로 적립 기간에 곱해보면 그림이 명확해진다. - 1년(12개월): 2만 4천 원 × 12 = 약 28만 8천 원 - 2년(24개월): 2만 4천 원 × 24 = 약 57만 6천 원 - 3년(36개월): 2만 4천 원 × 36 = 약 86만 4천 원 - 5년 만기(60개월): 2만 4천 원 × 60 = 약 144만 원 소득구간이 높아 매칭비율이 4.6%, 3.7%, 3.0%로 낮아지는 구간도 있지만 구조 자체는 동일하다. 중요한 건 이 누적 금액이 '내가 깨는 순간 어떻게 처리되느냐'다. --- ## 😱 1~2년 차에 깨면 이 금액은 애초에 '내 돈'이 아니었던 게 된...

😳 짝사랑 앞에서 표정이 새어나가는 0.3초의 비밀, 니체와 법구경에서 찾아낸 균열의 진짜 이유

## 🖇️ 화요일 3시, 스테이플러를 받아 든 손 회의실 책상 위로 스테이플러를 건네받던 순간이었다. "여기요" 하고 그 사람이 내밀었고,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면서 손끝이 닿을락 말락 한 그 0.5초 사이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천장 모서리를 봤다. 옆자리 동료가 "왜 그렇게 굳었어요?"라고 물었을 때야 내 입꼬리가 평소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사람이 말을 걸 때마다 내 표정이 0.3초쯤 늦게, 그러니까 머리보다 먼저 반응한다는 사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티 안 내는 법'을 검색했다. 그런데 검색 결과로 나온 건 죄다 "딴 곳을 보세요", "숨을 깊게 쉬세요" 같은 동작 교정이었다. 문제는 동작이 아니라 그 동작을 만들어내는 마음의 작동 방식이라는 걸, 나는 그 즈음 다시 펼친 니체와 불교 책에서 거꾸로 확인하게 됐다. --- ## 😶 표정은 마음보다 늦게, 그리고 더 크게 도착한다 회사 화상회의를 다시 돌려본 적이 있다. (보안 규정상 따로 저장은 안 되고, 그 주 자료 검토용으로 일주일만 다시보기가 가능했다.) 내가 발언하는 구간 말고, 그 사람이 발언하는 구간에서 내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일부러 확인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노골적이었다. 그 사람이 입을 떼는 순간 내 눈썹 사이 주름이 옅어지고, 턱이 살짝 앞으로 나오고, 고개가 1~2도쯤 그쪽으로 기울었다.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이걸 보고 나서야 깨달은 게 있다. '[짝사랑 티 안 내는 표정 관리법](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짝사랑+티+안+내는+표정+관리법)'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늦은 대응이라는 것. 표정은 감정이 새어 나간 결과물이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줄곧 결과물 쪽을 틀어막으려고 했다. 마치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는...

💰 IRP 만기 자동연장 전에, 일시금 vs 연금 수령 직접 계산해보니 193만원 차이 났다

## 🔔 만기 통지 문자를 받고 일단 계산기부터 열었다 3월 초에 미래에셋증권 앱으로 "IRP 계좌 만기 도래" 알림이 떴다. 2022년에 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넣어둔 계좌였는데, 그동안 신경을 거의 안 쓰고 있었다. 만기가 되면 자동으로 재예치된다고 들었던 것 같아서 그냥 넘기려다가, 문득 "재예치되면 그냥 똑같은 조건으로 굴러가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상담원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고객님 계좌는 만기 후 동일 상품으로 자동 재예치 처리됩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자동으로 굴러가는 게 정말 나한테 제일 유리한 선택인지, 아니면 그냥 행정 편의상 깔아놓은 디폴트인지 구분이 안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일 저녁 시간을 통째로 들여서 [퇴직연금 IRP 만기 후 재예치 비교](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퇴직연금+IRP+만기+후+재예치+비교)를 직접 해봤다. --- ## 🧮 일시금으로 받을까, 연금으로 나눠 받을까 - 실제 세후 수령액을 계산해봤다 내 계좌의 평가금액은 원금 4,200만원에 운용수익이 누적 380만원 붙어서 총 4,580만원이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퇴직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을 다시 열어보니 산출된 퇴직소득세가 252만원으로 찍혀 있었다. 이 숫자를 가지고 두 시나리오를 계산해봤다. **일시금으로 한 번에 받는 경우**: 원금에 대한 퇴직소득세 252만원을 그대로 내야 하고, 운용수익 380만원에는 기타소득세 등으로 16.5%가 붙는다. 계산하면 운용수익에서 약 62만 7천원이 빠진다. 둘을 더하면 세금만 314만 7천원, 실수령액은 4,265만 3천원이 된다. 실효세율로 따지면 약 6.9%다. **연금으로 10년 이상 나눠 받는 경우**: IRP는 연금 수령 시 퇴직소득세의 60%를 깎아준다. 252만원의 40%만 내면 되니까 약 100만 8천원이다. 운용수익 380만원에는 연금소득세 5....

🍗 결제 버튼 앞에서 멈춘 12분, 아크라시아: 알면서도 못 하는 나를 위한 오래된 철학적 변명

## ⏱️ 11시 47분, 손가락이 멈췄다 지난주 화요일 밤, 나는 배달 앱의 '결제하기'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려둔 채로 정확히 12분을 그대로 있었다. (화면 잠금 시간을 길게 늘려놨던 터라, 화면이 꺼지지 않고 그 12분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장바구니에는 양념치킨 한 마리와 콜라 1.25리터가 담겨 있었고, 같은 화면 한구석에는 그날 낮에 기록해둔 식단 앱의 숫자가 떠 있었다. 1,840킬로칼로리. 치킨 한 마리를 더하면 하루 권장량을 가뿐히 넘긴다는 걸, 나는 모르지 않았다. 모르지 않았는데도 손가락은 결제 버튼 위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12분 동안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을 나중에 돌이켜보면서, 나는 이게 '의지박약'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되기엔 훨씬 더 기이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망설였다. 망설였다는 것 자체가 내 안의 어떤 부분은 분명히 "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었다는 증거였으니까. --- ## 🧠 안다는 것과, 그 앎이 힘을 잃는 순간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7권에서 '의지가 약한 사람(아크라테스)'과 '자제력이 아예 없는 사람(아콜라스토스)'을 구분해놓았다. 둘 다 그릇된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아콜라스토스는 애초에 그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아크라테스는 행동하는 그 순간, 혹은 적어도 행동하고 난 직후에는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안다. 후회할 줄 안다는 것 — 그게 둘을 가르는 선이다. 이 구분을 처음 읽었을 때 그 12분이 떠올랐다. 나는 분명 후회할 사람이었다. 결제 버튼을 누르고 30분쯤 지나면 틀림없이 "또 시켰네"라고 자책할 사람. 그런데도 그 순간엔 멈추지 못했다. 아리스토텔레스식으로 풀면 이렇게 된다. 내 안의 '보편적인 앎' — 과식은 몸에 안 좋다 — 은 멀쩡히 살아있었지만, 그 앎이 "지금 이 치킨을 ...

📔짝사랑 감정 일기 쓰는 법, 니체의 위버멘쉬와 위빠사나 명상 사이에서 흔들렸던 11월의 기록

## 🌙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또 보던 밤들 2023년 11월, 나는 거의 매일 밤 같은 사람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열었다 닫았다 했다. 몇 번이었는지는 사실 기억이 안 난다. "열한 번"이라고 쓰면 그럴듯해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냥 손이 멈추지 않았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화면 켜고, 스토리 누르고, 1초도 안 보고 끄고, 다시 켜고. 그 사람이 새 글을 올렸나 안 올렸나도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누르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틱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다음 날 출근해서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는 거다. 회의 중에 멍하니 있다가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지" 하고 되짚어보면 늘 그 사람이었다. 이게 반복되니까 좀 무서워졌다. 감정이 나를 쓰고 있다는 느낌, 내가 감정을 쓰는 게 아니라. 그래서 뭐라도 적어야겠다 싶어서 메모장을 열었다. --- ## ✍️ 일기는 짧아야 계속 쓸 수 있다 처음엔 길게 썼다. 그날 있었던 일, 그 사람이 한 말, 내 추측, 내 자기혐오... 근데 길게 쓰면 사흘을 못 갔다.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형식을 줄였다. 날짜, 그날 그 사람을 생각한 정도에 대한 대략적인 감(숫자가 아니라 "많이/보통/적게" 정도), 그 순간 몸에서 일어난 감각 한 줄, 그리고 "지금 내가 원하는 게 뭔지" 한 문장.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11/16. 많이. 가슴 아래쪽이 좀 뻐근했다. 원하는 거: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기보다, 이 답답함이 그냥 끝났으면. 다시 읽어보면 이건 전혀 멋있는 문장이 아니다. 같은 말을 며칠씩 반복해서 쓴 날도 많다. "오늘도 봤다. 또 봤다.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근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내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게 글로 보이니까. --- ## 🔥 니체식으로 보면: 이 갈망 자체가 나라는 것 이 무렵 니체의 「즐거운 학문」(안성찬·홍사현 옮김, 책세...

💌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 만난 1586년 편지, 죽은 남편 위해 머리카락 신발 엮은 여인의 사연

## 👟 그 작은 신발 한 켤레, 머리카락으로 엮은 것이었다 안동에 강의가 있어서 내려갔다가, 다음 일정까지 세 시간이 붕 떴다. 역 앞에서 커피나 마실까 하다가 문득 안동대학교 박물관이 가깝다는 게 생각났다. 별 기대는 없었다. 지방 국립대 박물관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유물 몇 점에 설명 패널이 듬성듬성 붙어 있는 그런 풍경을 상상했다. 그런데 한쪽 진열장 앞에서 발이 멎었다. 손바닥만 한 신발 한 켤레. 짚신처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짚이 아니었다. 설명을 읽어보니 머리카락으로 엮은 신발, 미투리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빛바랜 한지에 빼곡히 쓰인 편지 한 장이 함께 놓여 있었다. 1586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40년 전에 한 여자가 죽은 남편에게 쓴 편지였다. --- ## ✉️ 1586년 6월, 한 여자가 쓴 편지 이응태라는 사람의 무덤에서 나온 [조선시대 미라 부장품 인문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조선시대+미라+부장품+인문학)의 대표적 사례였다. 1998년, 택지개발 중에 우연히 발굴되었다고 한다. 미라 상태의 시신과 함께 옷가지, 그리고 이 편지가 함께 나왔다. 편지는 아내가 쓴 것인데, 한문이 아니라 한글로, 그것도 아주 구어체로 쓰여 있었다. '자네 나와 함께 누워서 말하기를,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사랑하고 아낄까, 남들도 우리 같을까, 그렇게 이야기했었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마지막에는 자식을 데리고 어떻게 살라고 이렇게 가시느냐는, 원망 섞인 호소가 이어졌다. 신발은 그녀가 직접 삼은 것이었다. 머리카락을 엮어 미투리를 삼으면 병이 낫는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자리에 누운 뒤로 그녀는 자기 머리카락을, 아마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까지 보태 신발 한 켤레를 엮었다. 그가 신고 일어나 걷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신발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그는 숨을 거뒀고, 그녀는 그 미완성...

💔 사랑의 감가상각: 마카롱 다섯 개에서 삼각김밥 두 개로, 정말 변해버린 우리 사랑의 온도차

## 🍪 마카롱 다섯 개와 마지막 통화 3년 전 10월, 합정동 '책방 무사' 옆 카페에서 정우를 처음 만났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20분 늦었고, 변명 대신 종이백을 내밀었다. "여기 줄이 너무 길어서요." 종이백 안에는 마카롱 다섯 개가 들어 있었다. 피스타치오, 얼그레이, 라즈베리, 솔티드 카라멜,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라색 하나. 나는 그 보라색을 가장 먼저 집어 먹었고, 그는 그걸 보고 "왜 하필 그거부터 먹어요?" 하고 웃었다. 별것 아닌 대화였는데 그날 집에 가는 길에 그 말을 세 번쯤 곱씹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주 화요일, 그는 회사 앞에서 나를 기다리다 편의점 봉투를 건넸다. 삼각김밥 두 개와 캔커피였다. "뭐 먹었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거 샀어요." 나는 고맙다고 말했고, 그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그 말을 곱씹지 않았다. 곱씹을 말 자체가 없었다. 이 두 장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싸운 적도, 헤어질 위기를 넘긴 적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나는 이 흐름을 설명할 단어를 연애 에세이가 아니라 회계 교과서에서 빌려오기로 했다. [사랑의 감가상각](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사랑의+감가상각). --- ## 📉 정액법만으로는 이 마음을 다 적을 수 없어서 감가상각을 처음 연애에 가져다 붙였을 때, 나는 그게 '시간이 지나면 설렘이 줄어든다'는 뻔한 말을 어렵게 포장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정액법은 자산의 가치를 내용연수 동안 똑같은 금액만큼 매년 떨어뜨리는 방식이고, 정률법은 처음에 더 많이, 나중에 적게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둘 다 우리 관계에 대입하면 그럴듯했다. 첫 만남의 흥분이 가장 크고, 그 다음부터는 일정하게든 점점 적게든 줄어드는 거라고. 그런데 회계에는 이 두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개념이 따로 있다. 손상차손이다. 자산은 보통 정해진 ...

💸 예금했는데 오히려 손해? 실질금리 마이너스와 화폐착각의 진실

작년 초 정기예금 만기 문자를 받은 날, 나는 잠깐 뿌듯했다. 2,000만 원을 1년 넣어뒀더니 세후 2,050만 원 남짓이 됐으니까. 그런데 같은 달, 동네 마트 계산대에서 뭔가 어긋났다. 전년도에 10만 원이면 됐던 주간 장보기가 12~13만 원으로 올라있었다. 계산해보니 연간 식료품 지출이 60만 원 이상 늘었다. 이자로 번 50만 원이 물가에 통째로 잡아먹히고도 모자랐다는 얘기다. 이게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예금 전략](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실질금리+마이너스+시대+예금+전략) 얘기다. 통장 숫자는 늘었는데 살림은 줄었다. --- ## 📉 숫자는 늘었는데 구매력은 줄었다 여기서 화폐착각(money illusion)이 끼어든다.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1928년에 정리한 개념인데, 사람들이 돈의 실질 구매력이 아니라 숫자 자체에 반응한다는 심리적 오류를 말한다. "이자를 받았으니 이득"이라는 느낌이 딱 그거다. 명목 금액이 늘면 실질 가치도 늘었다고 착각하는 것. 2024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약 2.3%였다. 같은 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3~3.7% 수준이었으니 겉으로는 플러스처럼 보인다. 그런데 세금을 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 💸 세금 떼고 나면 이미 본전도 아니다 한국의 이자소득세는 15.4%(소득세 14% + 지방소득세 1.4%)다. 3.5% 금리를 받아도 실수령 이자율은 3.5% × (1 − 0.154) = 약 2.96%다. 2024년 물가 2.3%를 빼면 실질수익률은 0.66%p. 아슬아슬하게 플러스다. 문제는 2022~2023년이었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 그해 1년 만기 예금 금리 최고 구간이 3.5~4%대였다. 4% 예금의 세후 이자율은 3.38%. 여기서 물가 5.1%를 빼면 −1.72%p다. 2,000만 원을 1년 맡겼을 때 구매력 기준 실질 손실은 약 34만 원이다. 이자를 받았지만 살 수 있는...

💘 짝사랑을 숨기려 할수록 티가 나는 이유 — 당신이 숨기는 건 감정이 아니다

## 🚶 엘리베이터에서 도망쳤던 날 3개월쯤 됐을 때였다. 그 사람이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걸 봤다. 나는 순간 발걸음을 늦췄다. 핸드폰을 꺼내 메모 앱을 여는 척했고, 2층이면 계단으로 올라가도 된다는 계산을 빠르게 했다. 그렇게 계단을 골랐다. 5월이었고, 셔츠가 등에 달라붙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열두 번쯤 피했다. 늦게 점심을 먹어 구내식당에서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팀 미팅에서 그 사람 쪽을 너무 보지 않으려다 반대쪽 벽만 쳐다봤다. 어느 날 옆 팀 동료가 물었다. "요즘 계단 많이 다니더라? 건강 관리 시작했어?" 나는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그 동료의 눈이 잠깐 이상하게 구겨졌다. 뭔가를 안다는 눈이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들키게 만든 건 감정이 아니었다. 감정이 들킬까봐 쌓아올린 이상한 행동들이었다. --- ## 🎭 니체가 말한 '연기하는 자'의 함정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Schauspieler, 즉 연기하는 자에 대해 쓴다. 연기하는 자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감정은 무대에 올리기 전에 검열된다. 니체는 이것을 강자의 방식이 아니라 노예의 방식이라고 불렀다. 자신의 삶을 타인의 시선으로 번역하는 자. 짝사랑을 숨기는 행위는 정확히 이 구조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그 사람의 시선, 동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계산한다. 이 계산이 행동을 어색하게 만든다. 감정이 새어나오는 게 아니라, 시선 감시 자체가 새어나온다. 니체라면 처방도 분명했을 것이다. 억압이 아니라 변형하라고.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는 에너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짝사랑의 에너지를 창작으로, 집중으로, 더 나은 자신으로 바꾸는 것이 자기극복(Selbstüberwindung)이다. 나는 실제로 해봤다. 3주 동안 글을 쏟아냈고, 운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 연금저축펀드 갈아탈 때 진짜 드는 비용: 수수료·환매 타이밍 실전 정리

## ⚠️ 해지와 이전은 다르다—이걸 모르면 세금으로 수백만 원이 날아간다 2년 전, 나는 KB국민은행에서 운용하던 [연금저축펀드 수수료 비교 환매](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연금저축펀드+수수료+비교+환매)를 증권사로 옮기려다 창구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해지하시고 새로 가입하시면 돼요." 그 말대로 했다가 기타소득세 16.5%를 냈다. 당시 잔액이 2,800만 원이었으니 세금으로만 460만 원이 빠졌다. 해지와 이전은 완전히 다른 행위다. 해지는 세액공제받은 원금과 운용수익 전체에 16.5%를 매긴다. 이전은 세금 한 푼 없이 다른 금융사 연금저축계좌로 적립금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다. 신청은 돈을 받으려는 쪽, 즉 옮겨 가는 증권사 앱에서 한다. "해지 후 재가입"을 권하는 창구는 틀렸거나, 아니면 신규 판매 수수료를 챙기고 싶은 것이다. --- ## 🏦 은행 연금펀드 총보수: 어떤 상품이 실제로 얼마인가 연금저축을 은행에 두면 왜 불리한지, 수치로 보자. KB국민은행에서 판매하는 'KB연금저축60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형)'의 총보수는 연 1.39%(2024년 펀드 보수현황 기준, 운용+판매+수탁보수 합산). 신한BNP파리바운용의 'Tops연금저축주식혼합형'은 1.47%.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그랑프리연금저축혼합형'은 1.34%다. 판매사(은행) 몫과 운용사 몫이 합산된 숫자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에서 연금저축으로 'TIGER 미국S&P500 ETF'를 담으면 총보수는 연 0.07%. 삼성자산운용 'KODEX 200'은 0.15%다. 국내외 인덱스 ETF 두세 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가중평균 총보수를 0.1~0.2%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은행 혼합형 1.4% 대 증권사 ETF 0.15%—보수 차이가 1.25%포인트다. 잔액 5,000만 원이면 1년에 62만 5...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번아웃이었다 — 명상록이 숨긴 증거

## 🔄 황제는 왜 같은 말을 열두 번 썼나 명상록을 두 번째 읽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줄을 그어놓은 문장이 있는데, 비슷한 말이 뒤에서 또 나왔다. 처음엔 번역 오류인가 싶었다. 아니었다. 마르쿠스 본인이 같은 주제를 다른 권에서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에 집중하라'가 2권에 있고 5권에 있고 7권에 있다. 황제이자 철학자인 사람이, 왜 자기가 쓴 걸 자꾸 까먹나? 그 질문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명상록은 철학 교과서가 아니다. 이건 한 남자가 매일 밤, 낮에 무너진 것들을 다시 세우려고 쓴 기록이다. 반복한다는 것은 까먹는다는 뜻이고, 까먹는다는 것은 낮에 그 원칙대로 살지 못했다는 뜻이다. 번아웃의 핵심 증상 중 하나는 '알면서도 할 수 없음'이다 — 무엇이 옳은지 알지만 그걸 실행할 에너지가 없는 상태. 마르쿠스의 반복은 그 증거다. --- ## 🌅 5권 1절: 그도 이불을 걷어내야 했다 번아웃이라는 단어는 1974년에 생겼다.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자원봉사자들의 소진 상태를 묘사하면서 처음 쓴 말이다. 마르쿠스는 당연히 '번아웃'이라고 쓰지 않았다. 하지만 명상록 5권 1절을 읽으면 뭔가가 겹친다. >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 때 스스로에게 말하라: 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러 일어난다. 내가 태어난 이유인 그 일을 하는 것이 불만인가? 아니면 이불 속에서 따뜻하게 웅크리려고 만들어진 것인가?" 이 글을 쓴 사람은 일어나기 싫었다. 정확히는, 일어날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 설득해야 했다. 황제가. 이건 격언이 아니다 — 이건 자기 자신을 침대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을 글로 기록한 것이다. 아침 무기력을 스스로 논파해야 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필요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번아웃 연구의 표준 척도인 마슬락 번아웃 인벤토리(MBI)는 세 축으로 번아웃을 측정한다: 정서적 소진, 냉소, 효능감 저하. 명상록에서 이 세 가지를 찾는...

💔 짝사랑 철수 타이밍: 읽씹이 10분에서 두 시간이 됐을 때, 행동은 이미 다 알고 있다

## 💬 읽씹이 10분에서 두 시간이 되던 날 한 사람을 좋아하는 동안, 나는 카톡 알림 소리에 Pavlov의 개처럼 반응하는 사람이 됐다. 기준은 읽씹 시간이었다. 처음엔 열 분이었다. 삼십 분이 됐을 때 '바빠서 그렇겠지'라고 했고, 두 시간이 됐을 때도 '요즘 힘든 일이 있나 보다'라고 했다. 감정은 계속 해석을 만들어냈다. 나를 위한, 나에게 친절한 해석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간을 세어보지 않았다. 숫자가 감정을 객관화해버릴 것 같아서. 그 생각 자체가 이미 나를 집착의 구조 안에 가두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문제는 감정이 거짓말쟁이라는 게 아니었다. 감정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과거에 살고 있었다. 상대가 내게 빠르게 답장을 보내던 그 시절의 기억, 같이 밥을 먹으며 웃던 그 오후의 감촉—감정은 그것들을 근거로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을 보지 않았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무상(無常, anicca)의 문제로 읽는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것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마음은 변하기 전의 상태를 붙잡는다. 짝사랑의 고통이 특히 잔인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미 사라진 것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내 안에만 존재했던 가능성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집착의 대상 자체가 실재하지 않는다. --- ## ⏰ 감정은 과거에 산다, 행동은 지금에 있다 불교의 수행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게 있다. 현재 찰나(刹那)를 보라는 것. 기억도 아니고 기대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을. 행동 신호를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행동은 지금이기 때문이다. 연락의 방향을 내가 제대로 본 건 문자 목록을 위로 스크롤하다가였다. 한 달치를 올라가도 내가 먼저 시작한 대화가 열 개 중 아홉이었다. 그 패턴이 언제부터였는지 거슬러 올라가니, 상대가 마지막으로 먼저 연락한 게 두 달 전이었다. 두 달. 감정은 그동안 '요즘 바쁘겠지', '성격...

🪞 수치심의 철학: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세상이 겨누는 무기, 사르트르가 말한 타자의 시선

# [수치심의 철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수치심의+철학): 나를 비추는 거울, 세상이 겨누는 무기 스물다섯 살의 회식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수치심의 물리적 질감을 경험했다.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꺼낸 농담이 테이블 위에 납처럼 가라앉았고, 선배의 시선이 나를 스쳐가는 찰나—그건 비난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게 더 나빴다. 실망인지 연민인지 모를 그 눈빛 앞에서 나는 갑자기 내가 누구인지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나와, 그 선배의 눈에 비친 내가 달랐다. 그 간극이 바닥에서 올라와 얼굴을 태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장면이 반복 재생됐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감정이 부끄러움이라는 걸, 그리고 이 부끄러움이 단순히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다는 걸. 수치심은 죄책감이 아니다. 죄책감은 내가 한 일에 대한 반응이고, 수치심은 내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반응이다. --- ## 👁️ 타자의 시선이 나를 만든다—사르트르의 수치 사르트르는 수치심을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아가 '대상화'되는 순간이라고 봤다. 그의 유명한 열쇠구멍 예시를 빌리면: 복도에서 몰래 방 안을 엿보던 사람이 갑자기 누군가의 발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자신이 '엿보는 자'라는 존재로 굳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 시선 앞에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나—자유롭고 자율적인 주체—가 아니라, 타자의 판단에 포획된 객체가 된다. 회식 자리의 나도 그랬다. 선배의 눈빛이 특별히 잔인했던 게 아니다. 문제는 그 시선이 내 안에 있던 어떤 자아상을 뒤집어 보여줬다는 것이다. 수치심은 타자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타자의 시선 앞에서 내가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사건이다. --- ## 🧭 수치심은 도덕의 자원이다—버나드 윌리엄스의 역설 그렇다면 수치심은 무조건 나쁜 건가?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는 1993년 저서 『수치심과 필연성(Shame and Necess...

💔 그 사람 행동이 이미 답을 하고 있다: 짝사랑 포기해야 할 때 신호들과 마음 정리 방법

오래전 나는 한 사람을 꽤 오랫동안 좋아했다. '좋아한다'는 말이 너무 가벼워서 쓰기 싫었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 시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느라 바빴다. 답장이 늦게 오면 '바빠서겠지'로, 먼저 연락이 없으면 '내가 먼저 해야 하나'로, 다른 사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면 '날 편하게 생각해서겠지'로. 나는 주어진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기계가 되어 있었다. 그때 내가 놓쳤던 건 감정이 아니라 패턴이었다. --- ## 🧠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 말하는 것 뇌과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는 2005년 아서 아론(Arthur Aron)과 함께 열렬히 사랑에 빠진 17명(여성 10, 남성 7)의 뇌를 fMRI로 촬영한 연구를 발표했다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493권 1호). 결과는 선명했다. 낭만적 사랑 상태에서는 복측피개부(VTA)와 미상핵이 활성화됐다 — 도파민 보상 회로의 핵심 영역이다. 중독이나 강박적 집중과 겹치는 신경 구조다. 달리 말하면, 짝사랑의 고통은 성격 문제도 의지 문제도 아니다. 특정 자극에 보상 회로가 반복 점화되는 신경학적 상태에 가깝다. 이것이 핵심 문제다. 도파민이 흐르는 동안 뇌는 회의적 정보를 억제하고 긍정적 신호를 과대 처리하도록 편향된다. 상대방의 행동 패턴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내가 둔해서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upādāna)이 이 지점을 정확히 건드린다. 우리가 집착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니다. 내가 구성한 그 사람의 이미지다. 실제 행동이 아무리 명확한 신호를 보내도, 이미지에 맞지 않는 정보는 걸러진다. 팔리어 경전 《맛지마 니카야(Majjhima Nikāya)》의 독화살 비유처럼 —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논쟁하느라 박힌 화살을 빼지 못하는 것이다. --- ## 💔 [짝사랑 포기...

💵 달러 MMF 금리 하락기 전략: 수익률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올 타이밍은?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엔 달러 MMF를 '그냥 달러 주차장'으로만 썼다. 2023년에 증권사 앱에서 연 5% 넘는 수익률 보고 달러 가진 게 아까워서 넣은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2024년 하반기에 Fed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수익률이 슬금슬금 떨어지는 걸 보고 '이거 언제 빼야 하지?' 고민이 생겼다. 알고 보니 이게 생각보다 [달러 MMF 금리 하락기 전략](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달러+MMF+금리+하락기+전략)을 따로 세워야 하는 문제였다. ## 📉 달러 MMF, 금리 내리면 수익률은 얼마나 떨어지나 달러 MMF는 미국 단기 국채, CP(기업어음), RP 같은 초단기 자산에 투자한다. 만기가 60일 이하인 자산 위주라 기준금리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다만 '실시간'이라고 해도 실제 보유 자산이 롤오버(만기 후 재투자)되는 데 1~2개월 걸리기 때문에, 금리 인하 직후엔 수익률이 천천히 빠진다. 2024년을 예로 들면, Fed가 2024년 9월에 50bp(0.5%포인트) 인하했을 때 국내 달러 MMF 7일 연환산 수익률은 바로 급락하지 않았다. 9월엔 여전히 4.8~5.0% 수준을 유지했다가, 11월·12월 추가 인하(각 25bp)를 거치고 나서야 4.2~4.4%대로 내려앉았다. 세 번 합계 100bp 내렸는데 수익률은 약 80~90bp 떨어진 셈이다. 이 1~2개월의 '수익률 시차'가 사실 투자자에게는 기회 구간이다. ## 📊 과거 사이클에서 배우는 수치들 가장 교과서적인 사례는 2019년이다. 당시 Fed는 7월·9월·10월 세 차례에 걸쳐 25bp씩 총 75bp를 내렸다. 그 결과 달러 MMF 수익률은 2019년 초 연 2.3~2.5%에서 그해 말 1.5~1.7%로 약 80bp 하락했다. 기간으로 보면 6개월 정도 걸렸다. 훨씬 극단적인 건 2020년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Fed가 3월 한 달 만에 150bp를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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