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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금전 질서 뒤에 흐르는 존재의 지층 금융 세계는 동전과 지폐, 숫자와 그래프, 지수와 금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 뉴스에 흘러나오는 수치와 지표, 중앙은행의 정책 발표, 주가 변동, 환율 변화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움직임 뒤편에 존재하는 더 깊은 질문을 놓치고 있지 않을까요? ‘금융’을 단순히 돈의 흐름으로만 보지 않고, ‘존재(Ontology)’라는 철학적 틀 속에 배치해보면 놀라운 통찰이 드러납니다. 금융은 실체 없는 상징적 지표를 기반으로 세워진 사회적 장치이며, 그 밑바탕에는 **신용(Credit)**과 **신뢰(Trust)**라는 개념이 흐르고 있습니다. 신용과 신뢰는 물리적 실체를 갖지 않지만, 이들이 붕괴하면 금융 체계 전반이 요동치는 현상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신용과 신뢰 사이에서 인간의 존재는 어떤 발판을 마련하고 있으며, 우리는 왜 이 상징적 구조를 신성시하고 있을까요? --- ## 금융이란 무엇인가: 신용과 신뢰의 상징적 매개체 화폐, 주식, 채권, 파생상품, 암호화폐 등 금융 상품들은 본질적으로 물리적 실체나 고유의 가치를 지니지 않습니다. 금속 조각이나 종잇조각, 디지털 비트 자체가 아닌, 그 기호를 둘러싼 **합의된 신뢰**가 가치를 부여합니다. 1. **신용(Credit)이라는 허구적 구속**: 신용은 미래 상환 가능성에 대한 믿음입니다. 대출을 받고, 채권을 발행하고, 기업의 미래 가치를 추론하는 행위는 모두 현재 시점에서 만들어낸 ‘미래에 대한 약속’입니다. 이 약속은 실체가 아닌 상징적 계약이며, 이를 지탱하는 것은 법적·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입니다. 2. **신뢰(Trust)라는 심리적 접착제**: 신뢰는 신용이 작동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중앙은행, 상업은행, 금융 규제기관, 회계 제도 등은 투명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며, 이것이 깨지면 금융 시스템은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신뢰는 단지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상징적 ...

## 들어가며: 금융 질서 뒤에 숨은 비가시적 힘 화폐는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월급을 받고, 대출을 받고, 투자를 하며, 우리는 화폐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원과 가치를 교환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금융 질서’를 하나의 자연적 상태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금융 질서는 결코 자연적이지 않으며, 그 뒤편에는 권력(Power)이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금융 질서의 숨은 얼굴”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금리나 환율, 주가 변동을 분석하는 경제학적 접근을 넘어, 화폐의 본질, 금융 제도의 기원, 가치 형성의 메커니즘, 그리고 그것을 지배하는 권력의 성격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작업입니다. 인간이 부여한 의미와 상징, 제도적 합의, 정치적 이해관계, 문화적 규범 등이 어떻게 화폐 시스템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권력 관계를 형성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 ## 화폐, 단순한 교환 수단인가? 상징적 권력의 결집체인가? 고전 경제학은 화폐를 교환을 쉽게 하고 가치를 측정하는 단순한 도구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를 적용하면 화폐는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라 **상징적 권력의 결집체**입니다. 1. **화폐의 허구성과 신뢰**: 화폐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합의와 신뢰에 기초한 상징입니다. 금속이나 종이, 디지털 수치 그 자체에는 고유한 가치가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그 기호가 어떤 가치를 대표한다고 믿을 뿐입니다. 이 믿음은 국가, 법률, 은행, 중앙은행, 국제 금융 기구 등의 제도적 권위에 의해 뒷받침됩니다. 2. **명령어로서의 화폐**: 일부 정치경제학자와 철학자들은 화폐를 일종의 ‘명령형 언어(Command)’로 해석합니다. 화폐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로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명령하고, 동시에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 내 자원 배분 양상을 제어합니다. 3. **화폐와 권력의 내재적 연계**: 화폐의 흐름은 국제 무역, 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