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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함을 견디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 하이데거와 파스칼의 권태론

## ✈️ 두 시간의 공항 작년 가을, 국내선이 두 시간 지연됐다. 공항 와이파이가 불안정했고 데이터도 됐다 안 됐다를 반복했다. 처음 20분은 익숙한 순서대로 버텼다 — 메시지 확인, 뉴스 훑기, 유튜브 로딩 실패, 또 메시지 확인. 배터리가 걱정되기 시작하자 결국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 불안이 찾아온 것이다. 연락 기다리는 것도 없고, 딱히 놓친 것도 없는데 무언가를 계속 해야 한다는 충동이 물처럼 밀려왔다. 나는 그 느낌을 그냥 '지루함'이라고 불렀는데, 블레즈 파스칼이 350년 전에 이미 똑같은 상태를 해부해뒀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 ## 🃏 파스칼이 진단한 것: 전환이라는 도피 파스칼은 1670년 출판된 《팡세》(Pensées)에서 인간의 불행을 하나의 원인으로 환원했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에서 온다: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것." (§136) 이 구절은 보통 스마트폰 중독을 예언한 문장처럼 인용된다. 그런데 그렇게 읽는 것은 파스칼의 진단을 절반쯤 놓치는 것이다. 그가 지목한 것은 외부 자극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파스칼은 이를 *divertissement*(전환, 기분 전환)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사냥을 즐기는 이유는 사냥 자체가 좋기 때문이 아니다. 사냥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허무함과 유한성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극의 내용이 아니라 자극이 채워주는 빈자리다. 공항에서 내가 느낀 불안은 그래서 단순한 심심함이 아니었다. 평소에 자극으로 눌러두었던 것들이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파스칼의 언어로는, 나는 divertissement 없이 자신과 단둘이 남겨진 것이다. --- ## 🧭 하이데거의 세 종류 권태 마르틴 하이데거는 1929-30년 프라이부르크 강의 《형이상학의 근본개념들》에서 [권태의 철학](https://warguss.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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