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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이 남기고 간 라이터 하나, 버리지 못하는 유품 정리와 니체의 영원회귀 질문 앞에서

🗄️ 서랍 속의 라이터 이사 날짜를 이 주 앞두고 옷장 아래 서랍을 정리하다가 라이터 하나가 나왔다. 지포는 아니고 흔한 편의점 라이터인데, 옆면에 매직으로 작게 이니셜이 적혀 있었다. 그 사람이 술자리에서 담배 피우다 두고 간 걸 내가 챙겨놨던 거였다. 그날이 정확히 언제였는지도 기억난다. 2023년 11월, 홍대 골목 포장마차였고, 나는 그 사람 옆자리가 아니라 대각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한 번도 못 했다. 사귄 적도 없으니 헤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뜸해지다 끊긴 관계였다. 라이터를 손에 쥐고 십 분 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버릴까 말까가 아니라, 이걸 왜 아직도 갖고 있었는지가 먼저 궁금했다. 🔥 영원회귀와 라이터 니체는 『즐거운 학문』 341절에서 어느 악마가 찾아와 이렇게 묻는 장면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크고 작은 고통까지 전부 포함해서, 셀 수 없이 다시 살아야 한다면 너는 그 악마를 저주하겠는가 신처럼 떠받들겠는가. 이 대목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멋있는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라이터를 손에 쥐고 서 있으니 이게 실제로 나한테 던져진 질문처럼 느껴졌다. 그 짝사랑을, 고백도 못 하고 흐지부지 끝난 그 시간을 다시 살아야 한다면 나는 저주할까 긍정할까. 신기하게도 답은 긍정 쪽이었다. 그 사람을 좋아했던 시간 자체는 아깝지 않았다. 아까운 건 고백을 못 한 미련이었지, 좋아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니체식으로 말하면 라이터는 내가 그 삶을 다시 살아도 좋다고 서명한 증거물 같은 거였다. 🌊 그런데 이 무게는 뭘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긍정한다고 해서 가벼워지는 게 아니었다. 라이터를 다시 서랍에 넣으면서 나는 이게 애정이 아니라 미련이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 초기 경전 『법구경』 335번째 게송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갈애(渴愛)는 넝쿨처럼 뻗어나가 사람을 옭아맨다. 여기서 무상(無常)은 단순히 '변한다'는 뜻이 아니라, 붙잡을...

🔥니체의 악마가 묻는 질문: 권태기에 빠진 3년 차 연인의 사랑, 이 순간도 다시 살아낼 수 있을까

💔 3년 차, 카페에서 끊긴 세 문장 지난달 화요일 저녁, 홍대의 한 카페였다. 남자친구가 아메리카노를 젓다가 "요즘 뭐 재밌는 거 없어?"라고 물었다. 나는 3초쯤 아무 말도 못 했다. "글쎄"라는 대답이 나온 건 그 침묵이 어색해질 즈음이었다. 그 3초가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3년 전이라면 그 질문 하나로 30분은 떠들었을 거다. 새벽 두 시까지 통화하다가 서로 먼저 끊으라며 실랑이하던 날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도 할 말을 고르고 있다. 이게 권태기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안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 도파민은 왜 사라지는가 — 헬렌 피셔가 찾은 숫자 막연히 "다 그렇대"라고 넘기고 싶지 않아서 찾아봤다. 럿거스 대학의 생물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초기 연애 상태의 뇌를 fMRI로 촬영한 연구들을 근거로, 사랑에 빠졌을 때 활성화되는 복측피개영역(VTA)과 미상핵의 도파민 반응이 대략 12개월에서 3년 사이에 습관화(habituation)된다고 설명한다.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뇌가 그 자극을 더 이상 새롭다고 인식하지 않는 현상이다. 그는 저서 『Why We Love』(2004)에서 이를 "낭만적 사랑의 자연스러운 소멸 곡선"이라 불렀다. 조금 더 오래된 연구도 있다. 이탈리아 정신의학자 도나텔라 마라찌티는 1999년 『Psychological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막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혈중 세로토닌 수송체 수치가 강박장애 환자와 비슷하게 낮다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12개월에서 24개월이 지나면 그 수치가 평범한 사람들과 같아진다. 열병 같던 상태가 생리학적으로도 딱 그맘때 끝난다는 뜻이다. 우리 커플이 딱 그 구간을 지나고 있었을 뿐이라는 걸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기보다는, 그럼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니체의 악마 — "다시 살겠는가"는 위로가 ...

💔 권태기 없는 사랑은 없다는 착각, 침묵 속에서 니체의 영원회귀가 알려준 진짜 사랑의 의미

🚪 문 앞에서 신발을 신다가 알았다 지난달이었다. 재현이와 신촌에서 파스타를 먹고 나오는 길, 그가 신발을 신으며 "다음엔 뭐 먹을까"라고 물었는데 나는 대답 대신 핸드폰 화면을 봤다. 딱히 볼 것도 없으면서. 3년을 만난 사이에서 이런 침묵은 낯설지 않다. 문제는 그 침묵이 편안하지 않고 불안했다는 거다.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 끝난 걸까. 그날 밤 잠이 안 와서 대학 때 억지로 읽었던 니체를 다시 꺼냈다. 이상하게 그 밤엔 위로가 됐다. 🔁 이 저녁을 다시 살아도 괜찮은가 니체는 《즐거운 학문》 341절에서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어느 날 악마가 찾아와 "너는 지금 사는 이 삶을,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똑같이, 무한히 반복해서 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너는 그 말을 듣고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너는 신이며 나는 이보다 더 신성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할 것인가. 이게 영원회귀다. 삶 전체를 통째로 긍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지, 좋은 부분만 골라서 반복하겠냐는 질문이 아니다. 택시 안에서 그 질문을 나에게 다르게 던져봤다. 재현이와 보낸 침묵의 저녁, 핸드폰만 보던 그 순간까지 통째로 다시 살 수 있는가. 처음엔 아니라고 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그 침묵 앞에 3년치의 다른 저녁들이 있었다. 그가 아플 때 죽을 사 들고 뛰어간 저녁, 내가 취업에 떨어지고 울던 저녁, 별거 아닌 농담에 배 잡고 웃던 저녁. 그 전부를 묶어서 다시 살겠냐고 물으면 답은 그렇다였다. 설렘 없는 그 저녁 하나만 떼어서 판단한 게 잘못이었다. ⏳ 설렘은 원래 오래 못 사는 감정이다 불교에는 무상無常이라는 말이 있다. 《법구경》 277절에 "일체의 형성된 것은 무상하다(sabbe saṅkhārā aniccā)"는 구절이 나온다. 감정도 형성된 것이다. 설렘은 예측 불가능한 자극에 반응하는 도파민 작용에 가깝다. 상대가 매일 보는 사람이 되는...

💔 그날 3년 연애가 끝난 밤, 니체와 키사고타미를 떠올리며 배운 사랑의 유한성 받아들이는 법

💔 헤어지는 데 삼십 분, 그 후로 3년을 곱씹은 이유 2019년 3월에 만나서 2022년 11월에 헤어졌다. 마지막 날 우리는 여의도의 한 파스타집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킨 봉골레는 반쯤 남았고, 나는 포크로 조개껍데기만 계속 옆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날 그가 한 말은 지금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억난다. "넌 항상 마음의 반은 이미 문 앞에 나가 있었어. 나랑 있을 때도." 억울해서 반박하고 싶었는데 아무 말도 못 했다. 정확했으니까. 나는 늘 이 사랑이 끝날 거라고 미리 생각해두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가 변하거나, 내가 지치거나, 그냥 그렇게 될 거라고. 그래서 매 순간 조금씩 발을 빼놓고 있었다. 그게 똑똑한 거라고 믿었다. 미리 대비해두면 덜 아플 거라고. 삼십 분 만에 우리는 계산을 나눠 하고 지하철역에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삼십 분보다, 그 뒤로 삼 년 가까이 그 말을 곱씹은 시간이 더 길다. 🎭 니체라면 그 파스타집 창가를 다시 살고 싶어 했을까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악마를 등장시켜 묻는다. 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을,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똑같이, 무한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면 너는 그 악마를 저주할 것인가, 신처럼 여길 것인가. 영원회귀는 사실 예언이 아니라 질문이다.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살고 싶은가, 라는. 나는 그 파스타집 장면을 몇 번이고 다시 떠올렸지만 단 한 번도 "다시 살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개껍데기를 밀어내던 내 손,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반박도 못 하던 내 침묵까지 전부 다시. 그건 저주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내가 저주스러워한 건 헤어짐 자체가 아니라 그 전 3년, 발을 반쯤 빼놓은 채 살았던 시간이었다는 거다. 니체가 물은 건 이별의 순간이 아니라 삶 전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삶 전체를 다시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랑을 진짜로 살지 않았으니까. 🌾 키사고타미의 겨자씨, 그리고 내가 오해...

🔄 이 지루한 하루도 영원히 반복된다면?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으로 권태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다

🚉 신도림역 3번 출구 계단에서 2023년 7월 둘째 주 화요일 아침 8시 12분, 신도림역 2호선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는 통로였다. 그날따라 환승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있었고, 나는 늘 그렇듯 계단 왼쪽 두 번째 줄로 올라갔다 — 오른쪽은 급한 사람들이 뛰어 올라가는 자리라 왼쪽이 안전하다는 걸 몇 달 전부터 몸으로 익혔다. 계단 벽에는 몇 주째 똑같은 학원 광고가 붙어 있었고, 나는 그 문구를 이미 외우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정말 아무 맥락 없이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제도 이 계단을 이렇게 올랐고, 그저께도 그랬고, 아마 내일도 이 순서 그대로일 거라는. 뒤이어 조금 더 이상한 질문이 따라왔다 — 이 아침이, 이 계단이, 이 광고 문구까지 통째로 영원히 반복된다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이 질문이야말로 니체 영원회귀 권태 극복법 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 계기였다. 이 질문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니체가 『즐거운 학문』(Die fröhliche Wissenschaft) 341절 "가장 무거운 무게(Das größte Schwergewicht)"에서 던진 사고실험을 어설프게 흉내 낸 것에 가깝다. 원문에서 악마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을 너는 다시, 무수히 다시 살아야만 할 것이다. 거기에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모든 고통과 모든 기쁨과 모든 생각과 한숨과, 네 삶의 이루 말할 수 없이 작고 큰 모든 것들이 같은 순서와 같은 차례로 네게 돌아올 것이다." 니체는 이 말을 듣고 바닥에 쓰러질지, 아니면 "너는 신이며 나는 이보다 더 신적인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할지를 묻는다. 🌌 이건 우주론이 아니라 시험이다 학계에서는 이 영원회귀를 니체가 실제로 우주가 물리적으로 반복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볼지, 순전히 윤리적·실존적 시험 장치로 볼지를 두고 오래 다퉈왔다. 발터 카우프만은 『Nietzsche: Philos...

💔 짝사랑이 가르쳐준 소유와 사랑의 철학적 차이, 니체 영원회귀와 신촌 카페에서 배운 사랑 이야기

☕ 신촌, 어느 카페 구석 자리 2019년 11월 셋째 주 화요일. 신촌 기차역 근처 작은 카페에서 나는 창가 자리를 원했는데 그 사람이 구석 자리를 골랐다. "여기 조명이 눈 안 아파서 좋아." 그 한마디를 나는 그 후로 이 년 가까이 곱씹었다. 정확히는 그 사람을 곱씹은 게 아니라 그 문장을 곱씹었다. 조명, 구석 자리, 화요일 오후 세 시 사십 분경 창밖으로 지나가던 마을버스 번호까지. 짝사랑이 끝나고도 한참 뒤에야 나는 물었다. 나는 그 사람을 그리워한 걸까, 아니면 그 장면을 재생할 권리를 그리워한 걸까. ♾️ 영원회귀라는 형벌 니체는 『즐거운 학문』 341번 아포리즘 "최대의 무게"에서 이런 상상을 던진다. 어느 날 밤 악마가 찾아와 말한다. 네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을, 크고 작은 모든 고통과 기쁨을 포함해서, 똑같은 순서로 무한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면 너는 그 악마를 저주할 것인가, 아니면 "너는 신이며 나는 이보다 더 신적인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을 신촌 카페 장면에 대입해봤다. 만약 그 화요일 오후를 영원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면 — 그 대사와 그 표정과 뒤이은 이 년의 미련까지 통째로 — 나는 그러겠다고 할 수 있는가. 처음엔 그렇다고 답할 뻔했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알게 됐다. 내가 반복하고 싶었던 건 그 장면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었다. 이건 니체가 말한 힘에의 의지, 즉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그 위에 서서 스스로를 넘어서려는 힘이 아니라 르상티망에 가까웠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앙심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계속 재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 니체는 불교를 싫어했다 — 그런데도 내겐 둘 다 필요했다 여기서 정직하게 짚어야 할 게 있다. 니체는 불교의 편이 아니었다. 『안티크리스트』 20절과 21절에서 그는 불교가 그리스도교보다 "백 배는 더 냉정하고 진실하며 객관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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