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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가 망하고 대출 4200만원 남았을 때, 1500년 전 죄수가 쓴 철학의 위안을 읽다

재작년 11월, 다니던 광고대행사 '그로스랩'이 문을 닫았다. 두 달치 월급이 밀린 상태로 출근했더니 사무실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다. 대표는 연락이 끊겼고, 나는 서른다섯이었고, 전세자금대출 4200만원이 남아 있었다. 그 뒤로 일곱 달을 백수로 보냈다. 이력서를 백 통쯤 넣었을 때, 친구 책상에서 얼떨결에 집어 든 책이 [보이티우스 철학의 위안 요약](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보이티우스+철학의+위안+요약)이었다. 처음엔 제목이 너무 뻔해서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저자 소개를 읽다가 멈췄다. 이 사람, 진짜 감옥에서 죽기 직전에 이걸 쓴 거였다. --- ## ⛓️ 반역죄로 갇힌 로마 귀족이 남긴 마지막 책 보에티우스는 6세기 초 동고트 왕국에서 집정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왕 테오도리쿠스 밑에서 승승장구하다가 524년, 반역 혐의로 파비아 감옥에 갇혔다. 재판도 제대로 못 받고 그해 처형당했다. 『철학의 위안』은 그 감옥에서, 죽음을 코앞에 두고 쓴 글이다. 철학이 여신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를 위로한다는 설정인데, 산문과 운문이 번갈아 나오는 독특한 형식(프로시메트룸)을 쓴다. 재밌는 건 이 사람이 원래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 저작들을 라틴어로 번역하던 학자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논증도 감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하나씩 전제를 세우고 반박하고 결론을 좁혀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역사가들이 그를 두고 "마지막 로마인이자 최초의 스콜라 철학자"라 부르는 이유다. --- ## 🎡 포르투나의 수레바퀴, 그리고 내 대출 문자 2권에서 철학은 '포르투나(운명의 여신)'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나는 원래 이런 존재다. 오르내림이 내 본질이며, 그것이 내 놀이다. 올라가고 싶으면 올라가라, 다만 내 놀이의 규칙에 따라 다시 내려와야 할 때 그것을 억울해하지는 마라." (박문재 옮김, 『철학의 위안』, 현대지성, 2018, 2권 2장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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