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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권태기, 만나지 않아도 마음이 식어버리는 이유 - 도자기 공방 물레처럼 멈춘 사랑 이야기

🏺 도자기 공방, 목요일 저녁 7시 작년 3월부터 8월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집 근처 도자기 공방에 갔다. 물레는 여섯 대가 전부였고 나는 늘 창가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대각선 맞은편, 문 쪽 물레에는 늘 그 사람이 있었다. 이름도 모른 채 반년을 봤다. 아는 거라곤 그가 흙을 만질 때 항상 오른손 검지로 먼저 중심을 잡는다는 것, 물레 속도를 올릴 때 페달을 두 번 나눠 밟는다는 것, 실패한 그릇을 다시 뭉갤 때 유난히 오래 손바닥으로 눌러 편다는 것 정도였다. 한번은 내 그릇이 자꾸 삐뚤어지자 그가 다가와 "손목에 힘 빼고 팔꿈치로 밀어보세요" 하고 지나가듯 말했다. 그게 다였다. 그 한마디를 나는 두 달 동안 곱씹었다. 그리고 9월이 되자, 이상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이 식어 있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과 완전히 잊은 날 사이에 이별도, 고백도, 거절도 없었다. 그냥 물레처럼 저 혼자 돌다가 저 혼자 멈췄다. 🔮 상상은 예측하고, 예측은 놀라움을 죽인다 이 허무함의 정체가 궁금해서 한동안 파고들었다. 흔히들 "썸 탈 때 설렘"을 간헐적 보상으로 설명하는데, 그건 상대가 실제로 반응하고 그 반응이 불규칙할 때 이야기다. 문자가 왔다 안 왔다 하니까 뇌가 다음을 예측하지 못해서 계속 긴장한다는 것. 그런데 짝사랑 권태기 는 다르다. 상대는 애초에 나한테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는다. 내가 받는 자극이라곤 내 머릿속 상상뿐이다. 신경과학자 볼프람 슐츠가 원숭이 실험으로 밝힌 건, 도파민 뉴런이 보상 자체가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보상"에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예측과 결과 사이의 오차(reward prediction error)가 0에 가까워지면, 뉴런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짝사랑의 잔인함은 여기 있다. 실제 상대가 없으니 나는 그 사람의 반응까지 내 상상 속에서 전부 만들어낸다. 이렇게 웃을 거고, 이런 말을 할 거라고. 내가 예측을 만들고 내가 그...

🏺 다섯 번 싸우고 아홉 번 물레 돌린 뒤 깨달은 권태기의 변증법적 해석과 관계의 다음 단계

🏺 화요일 저녁 7시반, 도자기 물레 앞에서 든 생각 지난주 화요일도 어김없이 공방에 갔다. 아홉 번째 수업이었다. 6월 초에 시작했으니까 딱 두 달 반, 매주 화요일 7시 반, 회당 4만 5천원. 처음엔 그냥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게 좋아서 갔는데 요즘은 좀 다른 이유로 간다. 그 시간만큼은 아무도 나한테 연락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다. 물레를 돌리다가 흙이 자꾸 한쪽으로 쏠렸다. 선생님이 "힘을 균등하게 주셔야 돼요, 한쪽만 세게 누르면 무너져요" 하시는데 갑자기 남자친구 생각이 났다. 우리 얘기 같아서. 사귄 지 1년 7개월. 지난해 10월 둘째 주부터였던 것 같다, 뭔가 달라졌다고 느낀 게. 그날 그 사람 생일이었는데 저녁 약속을 두 번이나 미뤘다. 회사 일 때문이라고 했고 나도 이해했는데, 그 뒤로 11월부터 1월까지 석 달 동안 같은 얘기로 다섯 번을 싸웠다. 연락이 뜸하다, 데이트 계획을 나만 짠다, 뭐 그런 거. 다섯 번이라고 정확히 세는 내가 웃기긴 한데 셌다. 메모장에. 🧠 헤겔을 갖다 붙이기 전에 그냥 지겨웠다는 얘기부터 권태기 변증법적 해석 을 얘기할 때 사람들은 꼭 헤겔의 정반합을 갖다 쓴다. 사랑이라는 정(正)이 있고, 권태라는 반(反)이 있고, 그걸 통과하면 더 성숙한 관계라는 합(合)이 온다고. 지양(止揚), 아우프헤벤(Aufhebung), 버리면서 동시에 끌어안는다는 그 말. 근데 솔직히 이 도식이 좀 의심스럽다. 내가 겪은 다섯 번의 싸움 중에 세 번은 그냥 똑같은 싸움의 재방송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지양된 게 없었다. 화해하고 이틀 지나면 또 그 사람은 연락이 뜸해졌고 나는 또 서운해했다.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변증법이 아니라 그냥 같은 자리를 도는 원이었다. 그래도 딱 하나, 지양이라고 부를 만한 순간이 있긴 했다. 1월 말 네 번째 다툼 끝나고, 내가 처음으로 "연락 횟수" 얘기를 안 하고 "나는 확인받고 싶은 게 아니라 네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실감이 필요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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