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이 파르레시아인 게시물 표시

🤐 나는 왜 또 손을 들지 않았을까: 파르레시아와 회의실에서 삼켜버린 말들의 정치학에 대한 단상

💳 결제 모듈, 3주, 그리고 들지 않은 손 작년 여름, 다니던 스타트업에서 앱 리뉴얼 프로젝트 킥오프 회의가 있었다. 팀장이 화면에 간트 차트를 띄우고 말했다. "3주 안에 결제 모듈까지 끝내자." 개발자 두 명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PG사 연동만 붙여봐도 API 문서 검토에 인증 테스트, 정산 로직 확인까지 보통 열흘은 잡아먹는다는 걸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절반은 알고 있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말을 안 했다. 팀장이 "다들 괜찮죠?"라고 물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프로젝트는 결국 6주 만에 끝났다. 3주가 아니라. 회의가 끝나고 복도에서 동료 개발자가 슬쩍 말했다. "그거 3주 안에 되겠어요?" 나는 "글쎄요, 빡빡하긴 하죠"라고 답했다. 회의실 안에서는 하지 못한 말을 복도에서는 했다. 이 낙차가 나는 계속 마음에 걸렸다. 🗣️ 파르레시아 , 목이 걸린 채로 하는 말 고대 그리스에 파르레시아(parrhesia)라는 말이 있다. 미셸 푸코가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에서 여러 번 다룬 개념인데, 그냥 '표현의 자유'로 번역하면 오히려 핵심을 놓친다. 푸코가 강조한 지점은 이거다. 파르레시아는 발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발언하는 사람이 그 말 때문에 위험을 감수한다는 데 있다. 신하가 왕에게 직언할 때, 그 말이 왕의 심기를 건드려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데도 하는 말. 위험 부담이 없는 발언은 파르레시아가 아니다. 이 정의를 회의실에 그대로 옮겨보면 이상하게 잘 들어맞는다. 내가 그 킥오프 회의에서 "3주는 무리입니다"라고 말하는 데 드는 비용은 뭐였을까. 목이 달아나진 않는다. 하지만 팀장 앞에서 초를 치는 사람, 협조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찍힐 위험은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분기 평가에서 '협업 태도' 항목에 그 장면이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거라는 계산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로스트아크] 제작 효율 최적화 위한 영지 세팅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 생활 도구 옵션

한국 핵무장 논의와 방위산업 관련주: 핵무기 개발 과정과 유망 종목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