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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기 정상화 :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박제해버린 걸 깨달은 연애 심리 이야기

🧻 11월 14일, 그가 물수건으로 테이블을 두 번 접던 순간 정확히 기억한다. 사귄 지 2년 7개월째, 그러니까 작년 11월 14일 저녁 7시 반. 을지로의 한 국숫집이었다. 그가 물수건을 펼쳐 손을 닦고 그걸 정확히 반으로, 또 반으로 접어서 테이블 구석에 올려놓았다. 처음 보는 행동이 아니었다. 첫 데이트 때도 그는 그렇게 했다. 2년 넘게 봐온 동작인데 그날따라 그게 견딜 수 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 사람,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이상한 건 새로운 걸 발견해서가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 무섭다는 감각이었다. 나는 그 순간 우리 관계가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곱씹어보니 이상했다. 나는 뭘 잃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습관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문제는 상실이 아니라 고정 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를 '물수건을 두 번 접는 사람'으로 박제해두고, 더는 새로 보지 않고 있었다. 🔗 집착은 대상이 아니라 이미지에 들러붙는다 불교에서 고통의 원인을 설명할 때 쓰는 개념이 갈애(渴愛, taṇhā)다. 사성제의 두 번째 진리, 집제(集諦)가 말하는 게 바로 이거다.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그 대상을 붙잡아두려는 마음이 문제라는 것. 나는 이걸 오랫동안 "사람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정도로 뭉뚱그려 이해했는데, 을지로 국숫집 사건 이후로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다. 내가 붙잡고 있던 건 그 사람이 아니라 2년 전에 내가 만든 그 사람의 이미지 였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설렘이 최고조였던 그 순간의 그를 어딘가에 박제해두고, 지금 눈앞의 그를 그 박제와 계속 대조하고 있었던 거다. 무상(無常, anicca)은 세상 모든 조건 지어진 것이 변한다는 삼법인의 첫 번째 진리인데, 정작 내가 거부하고 있던 무상은 그 사람의 변화가 아니라 내 기억 속 그의 고정성 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권태는 그가 변해서 온 게 아니라, 내가 변하지 않은 그를 계속 요구했기 때문에 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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