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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의 철학: 실존적 권태에 사르트르가 불편하고 카뮈가 절반쯤 위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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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으름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달랐다 오후 세 시쯤이었다. 해야 할 일이 없진 않았다. 근데 몸이 안 움직였다. 정확히는, 움직이려는 의지가 어디론가 증발했다. 이불을 걷지도 않고, 핸드폰을 집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천장 한쪽을 멍하니 봤다. 그 상태가 한 시간쯤 이어졌는데 이상한 건, 그게 불편하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냥 공허했다. 게으름이라고 하기엔 뭔가 달랐다. 게으름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안 하는 것 아닌가. 그날 나는 하고 싶은 것 자체가 없었다. 커피도 싫고, 유튜브도 싫고, 산책도 싫었다.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감각을 '[실존적 권태](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실존적+권태)(ennui)'라고 불렀다. 그런데 권태조차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태는 지루함인데, 그날 나는 지루하지도 않았으니까. 이 공허가 어디서 오는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르트르에 닿는다. --- ## 🧠 사르트르가 나를 비난하는 방식 사르트르의 핵심 명제는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 어떤 목적이나 의미를 미리 부여받지 않는다. 그걸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자유를 선고받은 존재"라고 불렀다. 선물이 아니라 선고다. 이 자유에서 도망칠 수 없다. 불편한 지점이 여기서 나온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이불 속에 누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하기 싫어서 못 했다"는 말은 자기기만이다. 그는 이걸 '불성실(mauvaise foi, 나쁜 믿음)'이라고 불렀다—자신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부정하고 상황의 피해자인 척하는 것. 이불 속의 나는, 사르트르의 눈으로 보면 자유를 회피하는 중이다. 이 논리는 가혹하지만 틀리지 않다. 그리고 그 가혹함이 오히려 핵심 단서가 된다. 권태는 의지의 부재가 아니라 의지를 어디에도 걸 수 없는 상태다. 그 상태에서도 나는 여전히 선택하는 ...
💬 좋아한다는 말을 못 하는 이유 — 니체와 붓다가 함께 말하는 사랑의 침묵과 고백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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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겨울, 나는 세 달 동안 매일 같은 카페에 앉았다. 옆자리에는 늘 그 사람이 있었고, 나는 매번 "오늘은 말해야지"라고 다짐했다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아무 말도 못 했다. 커피잔을 내려놓을 때마다 느끼는 그 작은 패배감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왜 말을 못 하는 걸까. 무서운 건 뭔가. 거절이? 아니면 말을 꺼내는 순간 이 카페의 온도 자체가 달라질 것 같은 느낌? 그 질문을 붙들고 한참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두 명의 철학자가 자꾸 떠올랐다. 니체와 붓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사랑의 침묵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있었다. 문제는, 그 두 사람이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말을 했다는 거다. --- ## ⚡ 니체가 보는 침묵: 자기 자신을 배반한 의지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Der Mensch ist etwas, das überwunden werden soll)." 이 문장은 보통 초인(Übermensch) 개념을 설명할 때 인용되지만, 나는 카페에서 아무 말도 못 하던 그 겨울에 이 문장이 다르게 읽혔다. 니체에게 인간의 핵심 동력은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다. 단순히 남을 지배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강하게, 더 완전하게 만들려는 내적 충동이다. 그는 도덕이나 두려움 앞에 쪼그라드는 인간을 '노예 도덕'의 산물이라고 불렀다.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먼저 계산하고, 거절이 두려워 말을 삼키는 것—니체라면 그게 바로 노예의 자세라고 했을 것이다. [좋아한다는 말을 못 하는 이유](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좋아한다는+말을+못+하는+이유)를 니체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게 된다. 나는 내 의지보다 타인의 반응을 더 크게 두려워했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먼저 계산했고...
💔 사랑하는 것을 잃은 뒤 어떻게 살아가는가 — 애도의 철학과 심리학이 알려주는 상실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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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구멍이 생겼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처음 며칠간 아무렇지 않았다. 장례를 치르고, 밥을 먹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난 뒤—정확히는 슈퍼마켓에서 할머니가 즐겨 드시던 요거트 브랜드를 발견한 순간—무릎이 풀렸다. 죽음은 그때 처음으로 실제가 됐다. 나중에 알았다. 이 반응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 ## 📊 슬픔에는 단계가 없다 — 보나노 연구가 뒤집은 상식 우리는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슬픔의 5단계"에 익숙하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 이 도식은 1969년 《죽음과 죽어감에 관하여(On Death and Dying)》에서 나온 것인데, 원래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심리를 관찰한 것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유가족의 애도 과정에도 적용되었고, "슬픔에는 순서가 있어야 한다"는 관념이 상식처럼 굳어졌다. 컬럼비아대학교 임상심리학자 조지 보나노는 2004년 《미국 심리학자(American Psychologist)》에 발표한 논문 "Loss, Trauma, and Human Resilience"에서 이 도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205명의 배우자 사별 경험자를 18개월간 추적 조사했다. 결과는 단일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46%는 사별 직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회복탄력성" 궤도를 보였고, 16%는 지속적 고통을 겪었으며, 11%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나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나머지는 사별 이전부터 이미 우울 상태였거나 복합적인 경로를 밟았다. 이 수치가 말하는 건 하나다. 슬픔은 단계를 밟지 않는다. 처음에 울지 않았다고 사랑이 없었던 게 아니고, 두 달째에 웃는다고 회복된 게 아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5단계"를 너무 믿은 나머지 자기 슬픔이 잘못됐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나는 왜 덜 슬프지?" 혹은 ...
💘 짝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 언제까지 좋아해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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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세 시, 알림 없는 화면을 켜는 습관 3년 차 어느 겨울이었다. 나는 새벽 세 시에 눈을 뜨고 이유 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알림은 없었다. 화면 속에 그 사람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도 손가락은 카카오톡 채팅방을 찾아 스크롤했다. 마지막 대화는 열흘 전이었고, 내용은 "ㅋㅋ 그렇구나"로 끝났다. 그 순간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좋아한다는 것과, 좋아한다는 감각에 중독됐다는 것이 —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이웃 사랑에 대하여(Von der Nächstenliebe)"에서 이렇게 쓴다. "너는 이웃에게로 달아나는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말한다: 너의 이웃 사랑은 너 자신으로부터의 도주다(Du flüchtest zum Nächsten vor euch selber und möchtest euch daraus eine Tugend machen)." 3년 동안 짝사랑을 붙들고 있던 사람으로서, 이 구절은 뒤통수가 아닌 명치를 때렸다. 나는 그 사람을 원했던 걸까, 아니면 '누군가를 원하는 나'라는 감각을 원했던 걸까. --- ## 💭 욕망의 대상이 사라져도 욕망은 남는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는 흔히 오해된다. 지배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확장하려는 충동이다. 짝사랑에는 이 충동이 아주 기묘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내가 그를 좋아하던 방식을 돌아보면, 실제로 그와 나눈 대화보다 내가 상상한 대화가 훨씬 많았다.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내가 뭐라 말할지, 그가 웃으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 이 시나리오들은 매일 밤 정교해졌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시나리오 속 '그'는 실제 그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고, 내가 설정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내 욕망의 투영이었다. 힘에의 의지는 자기 확장을 원한다. 그런데 짝...
💌 짝사랑 감정을 혼자서 조용히 소화하는 루틴 — 고백도 극복도 아닌 세 번째 선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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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그 사람이 카카오톡으로 "왜요?"라고 보냈을 때 나는 그 두 글자를 다섯 번쯤 다시 읽었다. 물음표의 각도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 메시지가 가볍게 쓰인 건지 진지하게 쓰인 건지 오래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이미 그 사람의 언어 패턴을 암기하고 있었다. 문장 끝에 마침표를 쓰는 사람인지 아닌지, '네' 대신 '응'을 쓸 때의 맥락 같은 것들.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고백할 생각은 없었고, 억지로 잊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 두 선택지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오래 머물렀고, 그 자리에서 이 글을 쓴다. --- ## 🔄 영원회귀는 위로가 아니다 니체의 영원회귀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살자'는 말로 이해했다. 틀렸다. 니체가 『즐거운 학문』 341번 잠언에서 던지는 질문은 훨씬 잔인하다. "이 순간을, 단 하나의 변경도 없이, 무한히 다시 살기를 원할 수 있는가?" 짝사랑에 이 질문을 대입하면 잔혹해진다. 그 사람이 내 메시지를 읽고 세 시간 뒤에야 답장하던 저녁을, 그 사람이 다른 사람 이름을 자연스럽게 언급하던 순간의 위장 속 감각을,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그 식어드는 느낌을 — 무한히 반복하기를 원할 수 있는가? 원한다고 대답하기가 두려웠다. 니체에 따르면 그 두려움이 신호다. 나는 그 감정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영원회귀는 위로를 주지 않는다. 다만 도주의 위장을 벗겨낼 뿐이다. '성숙하게 극복하겠다'는 말이 실은 도주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것. 감정을 긍정하라는 게 아니다. 긍정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 ## 🔍 집착의 실체를 추적했다 불교의 우빠다나(upādāna), 번역하면 '취함' 혹은 '집착'은 단순히 무언가를 원하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이미지나 서사에 달라붙는 행위다....
🏺 감정의 고고학: 오래된 기억과 사진 한 장이 불러일으키는, 파낼수록 흐려지는 감정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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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의 고고학](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감정의+고고학): 파낼수록 흐려지는 것들에 대하여 ## 🖼️ 오래된 사진 한 장 몇 달 전, 핸드폰을 바꾸면서 사진 백업을 하다가 2013년 폴더를 열었다. 거기서 한 사람과 함께 찍힌 사진이 나왔다.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이상하게 조였다. 슬픔도 아니고, 그리움도 아니고, 후회도 아닌, 딱히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각. 나는 한참 그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지금 내가 뭘 느끼는 거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게 틀린 질문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 ## 🏺 고고학자가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 고고학에는 불편한 역설이 있다. 유물은 발굴되는 순간 변한다. 공기와 접촉하고, 흙의 배치가 무너지고, 출토 당시의 맥락이 영구히 교란된다. 발굴이라는 행위 자체가 원본을 손상시킨다.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다면 파지 말아야 한다. 파는 순간, 이미 다른 것이 된다. 좋은 고고학자는 이것을 안다. 그래서 발굴 전에 토층을 사진으로 찍고, 출토 맥락을 기록하고, 자신이 개입하는 행위가 해석의 일부라는 사실을 늘 의식한다. 감정을 파내려 할 때 우리는 이 조심성을 잊는다. --- ## 💭 감정은 발굴되는 게 아니다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은 2017년 저서 『How Emotions Are Made』에서 이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그는 fMRI 연구를 포함한 250건 이상의 메타분석을 검토한 결과, 분노·공포·기쁨 같은 기본 감정에 대응하는 일관된 신경 회로나 보편적 표정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폴 에크먼이 수십 년간 주장한 '선천적 기본 감정' 이론의 핵심 증거들은 통제된 환경에서 반복 재현에 실패했다. 배럿이 제안하는 '구성된 감정 이론(Constructed Emotion Theory)'에 따르면, 뇌는 감각 ...
💔 사랑의 감가상각: 마카롱 다섯 개에서 삼각김밥 두 개로, 정말 변해버린 우리 사랑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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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카롱 다섯 개와 마지막 통화 3년 전 10월, 합정동 '책방 무사' 옆 카페에서 정우를 처음 만났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20분 늦었고, 변명 대신 종이백을 내밀었다. "여기 줄이 너무 길어서요." 종이백 안에는 마카롱 다섯 개가 들어 있었다. 피스타치오, 얼그레이, 라즈베리, 솔티드 카라멜,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라색 하나. 나는 그 보라색을 가장 먼저 집어 먹었고, 그는 그걸 보고 "왜 하필 그거부터 먹어요?" 하고 웃었다. 별것 아닌 대화였는데 그날 집에 가는 길에 그 말을 세 번쯤 곱씹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주 화요일, 그는 회사 앞에서 나를 기다리다 편의점 봉투를 건넸다. 삼각김밥 두 개와 캔커피였다. "뭐 먹었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거 샀어요." 나는 고맙다고 말했고, 그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그 말을 곱씹지 않았다. 곱씹을 말 자체가 없었다. 이 두 장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싸운 적도, 헤어질 위기를 넘긴 적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나는 이 흐름을 설명할 단어를 연애 에세이가 아니라 회계 교과서에서 빌려오기로 했다. [사랑의 감가상각](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사랑의+감가상각). --- ## 📉 정액법만으로는 이 마음을 다 적을 수 없어서 감가상각을 처음 연애에 가져다 붙였을 때, 나는 그게 '시간이 지나면 설렘이 줄어든다'는 뻔한 말을 어렵게 포장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정액법은 자산의 가치를 내용연수 동안 똑같은 금액만큼 매년 떨어뜨리는 방식이고, 정률법은 처음에 더 많이, 나중에 적게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둘 다 우리 관계에 대입하면 그럴듯했다. 첫 만남의 흥분이 가장 크고, 그 다음부터는 일정하게든 점점 적게든 줄어드는 거라고. 그런데 회계에는 이 두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개념이 따로 있다. 손상차손이다. 자산은 보통 정해진 ...
🤔 모르겠다고 말할 용기 — 피론의 에포케가 정보 홍수 시대에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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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에 몇 번이나 '판단'을 강요당하는가 얼마 전 저녁, 나는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20분 만에 내려놓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어떤 정치인에 대한 입장, 특정 식품의 건강 효과, 어느 나라의 외교 전략, 요즘 뜨는 투자 종목까지 —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스스로 뭔가 판단하려 애쓰고 있었다. 피로했다. 정보를 소화한 것이 아니라 정보에 짓눌린 기분이었다. 그때 문득 학부 때 읽었던 한 이름이 떠올랐다. 피론(Pyrrho of Elis).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 그는 '아무것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결론을 삶의 방식으로 끌어올린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방식의 핵심에 [피론의 에포케(epoché)](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피론의+에포케(epoché))가 있었다. --- ## 🏛️ 피론은 왜 판단을 멈추었는가 에포케는 원래 그리스어로 '보류', '정지'를 뜻한다. 피론과 그의 후계자들이 발전시킨 고대 회의주의(Pyrrhonism)에서 에포케는 단순한 지적 겸손이 아니었다. 어떤 명제에 대해서도 동의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완전한 판단의 유보였다. 피론의 제자 티몬(Timon of Phlius)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스승은 이렇게 가르쳤다. "사물은 본질적으로 구별되거나 측량되거나 판단될 수 없다. 따라서 감각도 의견도 참이거나 거짓이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것도 신뢰해서는 안 되며, 판단 없이, 기울지 않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들으면 허무주의처럼 들린다. 그런데 피론이 이 판단 중지를 통해 도달하고자 했던 것은 파괴가 아니라 '아타락시아(ataraxia)', 즉 마음의 평온이었다. 판단을 멈추자 불안이 사라졌다. 확신을 추구하기를 그만두자 오히려 마음이 고요해졌다는 것이다. 후대 철학자 섹스투스 엠피리쿠스(Sextus Empiricus)는 이를 그림자에 비유했다...
🏠 두 달 만에 돌아온 내 집이 낯설었다 — 슈클롭스키 '낯설게하기'가 설명하는 인식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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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환의 이상함 작년 겨울, 두 달짜리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이상한 감각이 왔다. 열쇠는 맞고, 고양이가 반겼고, 짐도 그대로였는데 — 어딘가 모르는 집에 서 있는 것 같았다. 벽지가 이 패턴이었나. 주방 조명이 이렇게 노랬나. 욕실이 이렇게 좁았나. 나는 몇 분 동안 내 거실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이틀이 지나자 그 감각은 사라졌다. 나는 다시 무의식적으로 조명을 켜고, 냉장고를 열고, 소파에 쓰러졌다. 다시 집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집에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틀 동안의 감각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철학은 종종 그런 감각에서 시작된다고들 하는데, 왜 하필 그 감각인지는 잘 설명하지 않는다. --- ## 🐴 슈클롭스키가 말을 빌린 이유 러시아 형식주의자 빅토르 슈클롭스키는 1917년 「예술, 기법으로서」에서 '낯설게하기(остранение)'를 설명하며 톨스토이의 소설 「홀스토메르」를 예로 든다. 화자가 인간이 아니라 늙은 얼룩말인 소설이다. 그 말이 '소유'라는 개념을 이해하려 애쓰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은 "내 말", "내 땅", "내 아내"라고 말하는데, 말의 눈에 이것이 이상하다. 마부는 자신을 타고, 마굿간지기는 자신을 먹이고, 주인은 어딘가에서 서류에 서명한다. 그런데 그 누구도 말 자신이 자기 다리와 맺는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말은 다리로 뛴다. 그 다리는 말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것도 실제로 '갖지' 않으면서 '내 것'이라고 말한다. 슈클롭스키는 이 장면을 통해 문학 기법을 설명하려 했지만, 이 장치가 작동하는 방식은 더 근본적이다. '내 것'이라는 말이 실은 어떤 물리적 실체도 없이 사회적 약속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을 — 우리는 그 개념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볼 수 없게 됐고, 그것을 처음 보는 존재의 시점...
🧘 노력하지 않는 것이 집중이다 — 시몬 베유의 주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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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하게 잘 읽히던 밤 마감이 사흘 뒤였다. 책상에 앉아 텍스트를 세 번 읽었는데 세 번 모두 다음 줄로 넘어가는 순간 내용이 사라졌다. 눈은 활자를 따라갔지만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집중해야 한다는 의식이 오히려 페이지를 막고 있는 것 같았다. 포기하듯 그 책을 덮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아무 생각 없이 옆에 쌓인 책 더미에서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시몬 베유의 『신을 기다리며』였다. 읽겠다는 의도가 없었다. 그냥 손에 잡혀서 펼쳤다. 그런데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 경험이 한동안 머릿속에 걸렸다. 집중하려 할 때 안 되고, 포기하자마자 빨려 들어간다는 것. 단순히 긴장이 풀려서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그 답을 베유 자신이 들고 있었다. --- ## 💪 의지와 주의는 다른 근육이다 베유는 1942년 에세이 「학업과 신의 사랑」(이후 『신을 기다리며』에 수록)에서 [시몬 베유의 '주의(attention)' 개념](https://warguss.blogspot.com/search?q=시몬+베유의+'주의(attention)'+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 > *"L'attention consiste à suspendre sa pensée, à la laisser disponible, vide et pénétrable à l'objet."* > "주의란 자신의 사유를 멈추고, 그것을 비워두어 대상에 의해 침투될 수 있는 상태로 두는 것이다." 처음 읽으면 집중의 정의치고 이상하다. 사유를 멈추는 게 집중이라고? 우리가 집중이라 부르는 건 보통 정반대다. 이를 악물고, 의식을 한 점에 모으고, 딴생각이 끼어들면 억지로 끌어당기는 것. 베유는 그것에 이름을 붙인다 — 의지(volonté). 의지는 근육처럼 수축한다. 반면 주의는 확장하고, 열리고, 기다린다. 의지로 집중을 강제할수록 사유는 굳어지고, 대상이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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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제작 효율 최적화 위한 영지 세팅
### 1. 대성공 확률 증가 vs. 제작 수수료 절감 - **대성공 확률 증가**: 대성공 확률이 2% 증가해도 실제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 대성공 확률 5%에 2% 증가를 적용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0.1% 증가에 불과합니다. - **제작 수수료 절감**: 제작 수수료를 2% 절감할 경우, 제작할 때마다 발생하는 골드 비용을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어 비용 절약 효과가 훨씬 큽니다. - 결과적으로, 제작 수수료 절감이 대성공 확률 증가보다 약 10배 더 많은 이득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대성공 확률보다는 수수료 절감에 집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 ### 2. 효율적인 영지 세팅을 위한 이득 극대화 세팅 - 영지 내 필수 세팅 아이템으로 "곡예사의 대기실," "찬란한 소원 나무," "여신의 가호"가 추천됩니다. - **곡예사의 대기실**: 마리샵에서 블루 크리스탈로 구매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제작 효율을 높이는 데 필수 아이템입니다. - **찬란한 소원 나무**: 수수료 절감을 제공하여 제작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어 이득 극대화에 도움이 됩니다. - **여신의 가호**: 미술품 42개를 모아 획득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제작 효율을 제공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필수로 장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여신의 가호 대신, **곡예사의 무기 진열대**를 구매해 사용할 수도 있으며, 경제적인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 3. 의상 세팅 (선택적 적용) - 특정 의상을 착용하면 제작 효율이 약간 증가하지만, 최적의 의상 옵션은 없기 때문에 필수는 아닙니다. 크리스탈 비용이 부담스러울 경우 생략 가능하며, 다른 세팅을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 **드레스룸 이용**: 크리스탈을 사용하여 드레스룸에서 특정 NPC와의 호감도로 얻을 수 있는 의상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추천 의상**: 페...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 생활 도구 옵션
### 생활 도구 옵션 및 확률 | **옵션** | **고급** | **희귀** | **영웅** | **전설** | **유물** | |-------------------------|-------------|------------|-------------|-------------|-------------| | 기본 보상 추가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희귀 재료 획득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특수 획득 확률 | 0.5~1% | 1~2% | 1.5~3% | 2~4% | 2.5~5% | | 내구도 미차감 확률 | 2.5~5% | 5~10% | 7.5~15% | 10~20% | 12.5~25% | | 채집속도 | 1.25~2.5% | 2.5~5% | 3.75~7.5% | 5~10% | 6.25~12.5% | | 미니게임 난이도 하락 | 1 | 1~2 | 1~2 | 2~3 | 2~3 | | 미니게임 보상 획득 확률 | 5~10% | 10~20% | 15~30% | 20~40% | 25~50% | | 낚시 캐스팅 등급 | 1~2 | 2~4 | 4~6 | 6~8 | 8~10 | --- ### 생활 키트 옵션 정리 - 영웅 등급 생활 도구가 제작 비용면에서 효율 좋음 | **생활 유형** | **필수 옵션 (빨간색)...
한국 핵무장 논의와 방위산업 관련주: 핵무기 개발 과정과 유망 종목 분석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논의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방위산업 관련 주식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 및 방어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관심을 끌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큰 잠재적 수혜가 예상됩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 등 외교적 변화는 이러한 방위산업 관련주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 참조: https://gussconomy.tistory.com/entry/한국-핵무장-시나리오-관련주-투자-포인트-총정리 ) --- ### 핵무기 생산과정 요약 #### **핵연료 확보** : 고농축 우라늄-235 또는 플루토늄-239와 같은 핵분열 물질을 확보하는 과정입니다. - **우라늄 농축**: 우라늄-235의 비율을 약 90% 이상으로 높이는 과정입니다. -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에서 우라늄-238을 중성자로 포획하여 플루토늄을 생성하고 이를 화학적으로 분리합니다. #### **폭발 장치 개발** : 확보한 핵연료를 폭발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입니다. - **충돌 방식 (Gun-type)**: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두 덩어리를 빠르게 결합시켜 핵분열을 유도합니다. - **내부 압축 방식 (Implosion-type)**: 고폭압력으로 플루토늄을 압축하여 임계 질량을 초과하도록 합니다. ####. **무기화 및 배치** - 폭발 장치를 무기 형태로 조립하여 배치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미사일, 폭격기 등에 탑재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 ### 핵심적인 부분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연료 확보**와 **폭발 장치 개발**입니다. - **핵연료 확보**: 핵분열 물질 확보가 핵무기 개발의 필수 조건입니다.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며, 보안과 국제적인 감시가 강화된 부분입니다. - **폭발 장치 개발**: 핵연료가 있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폭발시키는 장치가 없다면 무기화가 불가능합니다. 압축 방식 등 폭발 장치 개발 기술이 핵무기의 폭발력...